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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세가 되어버린 <나는 꼼수다>

아니나 다를까. <나는 꼼수다>(이하 <나꼼수>)가 대세다. 몇 달 전만 하더라도 변방에서 마이너들끼리 골방에 모여 히히덕거리던, 그래서 아무도 알아주지 않던 방송이 이제는 공중파의 패러디 대상이 되었으며(MBC <최양략의 재미있는 라디오>는 요새 <나꼼수>의 인물들을 성대모사 하고 있다), 그 인기는 적지 않은 언론매체들의 탐구대상이 되었다.

5개월 남짓 된 방송만으로 한국 팟캐스터 1위는 물론 북미 팟캐스터 1위를 차지했다는(북미 1위는 실질적으로 세계 1위와 마찬가지라고 한다) <나꼼수>.

최근 <나꼼수>의 위력을 새삼 느낀 건 오세훈 전 서울시장과 관련된 사건들 때문이었다. 물론 오세훈 전 서울시장이 <나꼼수>를 듣고 대선출마 포기 선언을 하고 서울시장 직을 걸었을 리 없겠지만, 어쨌든 그들은 오세훈 시장의 '꼼수'를 많은 이들에게 널리 전파시켰고, 그들의 바람대로 오세훈은 서울시장 직을 버리고 정치 생명까지 위태로운 상황에 몰렸다. 과연 이것을 우연이라 할 수 있을까? 그들의 말대로 그들의 '낚시'에 오세훈 전 서울시장이 걸린 것은 아닐까?

그뿐만이 아니다. 이번 곽노현 교육감 사태는 <나꼼수>의 위력을 다시 한 번 여실히 보여준 경우이다. '곽노현 교육감이 박명기 교수에게 후보단일화와 관련하여 대가성으로 2억을 주었다'는 검찰의 발표에 소위 진보진영은 곽노현 교육감이 즉각 사퇴해야 한다 혹은 법정에서 시시비비를 가릴 때까지 지켜봐야 한다며 자중지란에 빠졌는데, <나꼼수>가 곽노현 교육감을 지켜야 한다고 주장하자 많은 이들이 2년 전 노무현 전 대통령을 떠올리며 분위기가 일순간에 바뀐 것이다.

'곽노현 10.26' 사건은 이제 끝났다며 다른 아젠다를 가지고 오라는 김어준의 일갈. 그것은 결국 <나꼼수>가 이미 대세라는 자신감에서 비롯된 것이다.

그러나 <나꼼수>가 위력적인 것은 단순히 그들이, 다른 언론들이 말하지 않는 가카의 '꼼수'를 들추어내기 때문만은 아니다. 그것보다 <나꼼수>가 무서운 이유는 그 중독성과 미친 듯이 빠른 전파력 때문이다.

아마도 <나꼼수>를 듣는 많은 이들은 이번 추석에 다들 비슷한 경험을 했을 것이다. 보는 사람마다 붙들고 <나꼼수>를 권하는 모습들. 이는 어쩔 수 없는 일이다. <나꼼수>를 듣다 보면 이 방송 아닌 방송을 좀 더 많은 사람들에게 들려주고 싶어지기 때문이다. 나만 알고 있기에는 너무도 안타까운 가카의 꼼꼼함. 이 어찌 널리 전파시키지 않을 수 있단 말인가.

<나꼼수>를 알리는데 있어서 가장 중요한 건 초반 10분이다. 아무리 한나라당 열성 지지자라도 하더라도 방송을 10분만 들으면 빠져들을 수밖에 없는 것이 <나꼼수>의 매력이기 때문이다.

어쨌든 항상 한나라당만 찍는 경남 진주의 선배 아버지도 <나꼼수> 10분을 들은 뒤 토, 일요일 주말 동안 안방에서 한 발짝도 나오지 않은 채 <나꼼수>를 완벽하게 마스터 하셨다 하고, 우리 아버지 역시 <나꼼수> 10분 만에 "이 사람들이 누군데 이렇게 잘 알지?"라며 급 관심을 보이시지 않았던가. (덕분에 나는 오늘 MP3 하나 구입했다. 아버지께 아이폰은 힘들 듯 싶고, 그래도 어떻게든 들려드려야 하겠기에.)

대세 <나는 꼼수다> 널리 널리 알리자
▲ 대세 <나는 꼼수다> 널리 널리 알리자
ⓒ 딴지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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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의 견제

이런 <나꼼수>의 위력 때문일까. 정부가 슬슬 제동을 걸기 시작한 듯 하다. <나꼼수>18회 마지막 딴지총수 김어준의 멘트가 계속해서 마음에 걸리는 것은 결국 지금까지 행태를 보건대 현 정부가<나꼼수>를 가만히 둘 리 없기 때문이다. 물론 가카가 그럴 리 없겠지만.

가카의 팔들에게, 당신들은 조중동, 방송3사, 국세청, 검찰, 경찰, 국정원 다 있잖아. 우리들은 달랑 골방에서 하는 이거 하나야. 배후도 없어 완전 독고다이 우리 건드리면 당신들 진짜 쪼잔한거야 우리 건드리지 마라.

이는 순전히 나만의 추측은 아닌 듯 하다. 팟캐스터 리플들을 보면 많은 이들이 비슷한 걱정과 의심을 하고 있기 때문이다.

- 마지막 방어선. 진짜 마지막 남은 우리의 지킴이 이들은 독고다이. 이들을 죽이면 니네들은 진짜 쪼잔한거야.ㅋㅋㅋ (by Kevrocks)
- 진짜 이 방송 건들기만 해봐! 나도 거리로 나갈 테다!!! (by Hodoo)
- 마지막 멘트. 뭔가 압박이라도? 2011년도에. 지하방송 자유의 소리되는 거 아냐? 힘내세요! (by Rnrnrn 굿)
- 가카, 딴지 건들기만 해. 정말 들고 일어난다! (by ShoopaFunk)
- 외압이 십하나봐여. 18회 마지막 총수님 말이 계속 걸리네요. 건들면 쪼잔하다고. 하기사 우리 가카에 직접 빨대를 꼽고 이리 빨아댄 적이 없으니. 항상 응원하고 있습니다. 힘내세요. 파이팅(by 에이 ㄷㄱㅅ)

다행히 위키리스크와 곽노현 교육감 사태를 다룬 <나꼼수> 19회는 16일 업그레이드 되었다. (<나는 꼼수다> 19회가 포털 검색어에 계속 오르고 있었다!) 그리고 역시나 정부의 압력이 심해지고 있는지 현재 방통위에서 <나꼼수>를 제어하기 위해 법안을 만지작 거리고 있음을, 여러가지 경로로 <나꼼수>에 대한 견제가 들어오고 있음을 밝혔다.

가카의 팔들에게 다시 한 번 전한다. 우리 괴롭히지 마라. 니들도 우리 괴롭히면 쪽팔린 거다. 우리 같은 애들이 무서우면 쪽팔린 거지. 나도 쪽팔려 그런 나라에서 살면. 우리를 놔두고 싸우자. 그래도 니들이 훨씬 힘이 세잖아. 남자답게 싸우자.

부디 <나꼼수>가 계속 많은 이들에게 들려지길 바란다. 가카는 이런 말도 되지 않는 방송에 신경 끄시기를. 물론 절대 그럴 리 없겠지만.


#나는 꼼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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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와 사회학, 북한학을 전공한 사회학도입니다. 물류와 사회적경제 분야에서 일을 했었고, 2022년 강동구의회 의원이 되었습니다. 일상의 정치, 정치의 일상화를 꿈꾸는 17년차 오마이뉴스 시민기자로서, 더 나은 사회를 위하여 제가 선 자리에서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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