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한국에는 죽 전문점이 있어서 먹고 싶은 죽을 얼마든지 먹을 수 있습니다. 대략 죽이 30가지 정도 준비되어 있습니다. 그러나 저희가 자랄 때는 가을 서리가 내리기 전에 풀숲이나 보이지 않은 깊숙한 곳에서 단단하고 크게 익은 호박을 따 두었다가 겨울 방학이 되면 아침밥을 먹은 뒤 따 놓은 노란 호박을 꺼내서 숟가락으로 껍질을 벗기고 칼로 잘라서 호박죽을 끓여 먹었습니다.
일본 간사이 지역에서는 한국에서 호박이라고 부르는 연두색의 부드럽고 연한 야채가 잘 자라지 않습니다. 자라서 꽃이 피어도 호박이 열리지 않습니다. 대신 한국에서도 볼 수 있는 오이처럼 긴 호박이 재배되거나 팔리기도 합니다. 그런데 이것을 일본 사람들은 호박이라고 하지 않고 주키니(zucchini)라고 합니다. 주키니는 이탈리아 말입니다. 이 주키니는 일본에서 일반적으로 잘 먹지 않고 값도 비쌉니다.
일본에서 호박은 가보차라고 합니다. 일본 사람들이 말하는 가보차는 우리나라의 단호박과 비슷하지만 껍질이 짙은 녹색입니다. 이 호박은 단단하고 속은 노란색입니다. 일본에서는 이 단단한 호박이 재배되고 많이 먹습니다. 일본에서 팔리는 이 단단한 호박은 일본에서 재배되거나 파푸아뉴기니와 등 열대지방에서 재배된 것을 수입해 옵니다.
저희 집에서도 이 단단 호박을 사다가 껍질을 벗겨내고 잘라고 압력솥에 쪄서 으깬 다음 물을 부으면서 저으면 호박죽이 됩니다. 이렇게 호박죽을 끓이고 남은 씨를 텃밭에 버렸는데 싹이 나서 호박 넝쿨이 울타리 나무로 올라가더니 호박이 두 개 열렸습니다.
이렇게 수확한 호박을 가지고 호박죽을 쑤었습니다. 아무래도 집에서 수확한 호박은 아무래도 맛이 부드럽고 연했습니다. 벗겨낸 호박 껍질로는 된장국을 끓였습니다. 이렇게 먹는 호박죽이나 된장국이 어려서 먹던 호박 맛은 아니지만 아직 먹을 수 있다는 것이 기쁩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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