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시간을 달려 도착한 티베트 마을 사카4륜 지프차를 이용, 오프로드를 달려 서 티베트로 가는 길. 라싸를 출발하여 우정공로를 달리다, 포장도로의 끝 지점인 올드 팅그리에서 서 티베트로 출발한 지 10시간이 되어서야 오늘의 목적지인 사카에 도착 하였다. 서 티베트로 가는 순례자와 여행자를 위해 생겨난 티베트의 작은 마을 사카.
얼마 만에 보는 사람인가? 티베트 여행 기간 동안 늘 보던 티베트인들을 10시간 동안 보지 못한 그리움에 멀리서 보기만 해도 그들이 너무나 반갑다. 학교 건물 같이 보이는 곳 앞에서 뭘 하는지 알 수 없지만 오늘 하루 종일 사람을 못 봐서 그런지 무엇을 하는지 보다는 아이들이 있다는 것만으로도 기분이 좋아진다.
서 티베트 가는 길에 위치한 작은 마을 사카. 사람의 발길이 많지 않은 곳인 만큼 시골 풍경을 예상했었는데, 그렇지가 않다. 벽돌 건물들과 아직도 공사가 진행되고 있는지, 오늘 머물 숙소까지 가는 길 양 옆으로 기대했던 모습이 아닌 중국 도시를 보는 것 같은 느낌이 든다.
소리를 치며 화를 내는 중국 군인오늘 하루 잠을 자고 가게 될 숙소 앞에 차를 세우고 오랜만에 차에서 내려 기지개를 핀다. 중간 중간 잠시 차에서 내렸지만, 이동 시간이 길었던 터라 온몸에서 굳었던 뼈가 펴지는 우두득 소리가 들려온다. 내리자마자 습관적으로 카메라를 들고 가장 먼저 만난 모습을 담는다.
뷰파인더로 피사체를 보고 셔터를 누르려 하는데, 갑자기 군인이 나타나 사진을 찍지 말라고 소리를 친다. 그 말을 들었지만, 습관적으로 셔터를 누른 나는 태연한 척 미안하다는 말을 건네고 가려하는데, 나를 붙잡고 찍은 사진을 삭제하라고 한다.
'사카는 군대 주둔 지역이라 사진을 찍으면 안 된다'라는 충격적인 말과 함께 허가증을 보여 달라며 화를 내기 시작한다. 다행히 운전기사 중 높은 계급의 군인을 아는 사람이 있어 담배값을 주고 돌려보냈지만, 티베트 마을에서 중국 군인이 설치는 것이 화가 난다.
사진을 지우려 카메라를 빼앗아 가려는 중국 군인과의 한참의 실랑이 끝에 군인의 모습이 찍힌 사진을 삭제하고 군인에게서 벗어날 수 있었다. 티베트 지역임에도 불구하고 이곳에 주둔하고 있는 중국 군인으로 인해 사진도 쉽게 찍지 못하는 상황. 아쉽지만 건물과 군인을 피해 한쪽에 대기중인 버스를 한컷 담는다.
시가체에서 이곳 사카까지 운행하는 버스. 외국인은 탑승이 금지되어 있지만, 버스가 운행을 하는 걸로 봐서 이 도시는 이미 많은 중국인들이 살고 있는 것으로 보였다. 오프로드를 달려 10시간 만에 도착한 마을이 군사 주둔 지역이라는 사실에 절로 고개가 숙여진다.
티베트인이 운영하는 초라한 상점숙소에 들려 짐을 풀고 주변을 돌아보기 위해 카메라를 들고 숙소를 빠져 나왔다. 사진을 찍지 말라고 군인에게 한 소리를 들었지만, 여행 허가증도 있고, 무엇보다 사진을 찍지 말라는 경고문조차 볼 수 없는 이곳에서 한 사람의 말만 듣고 사진을 찍지 않기에는 너무나 아쉬워 주의하며 사진을 찍기로 하였다.
사카에 들어오면서 가장 눈에 띄는 건물이 바로 사진속의 우체국 건물이었다. 사람이 많이 살지도 않을 것 같은 이곳에 왜 우체국이 있나 생각했는데, 군대 주둔 지역이라 건물을 지어 우체국을 운영하는 듯 하다.
마을 곳곳에는 유독 중국 식당이 여럿 보인다. 사천 요리 전문점, 충칭 요리 전문점, 중국 가정식 식당 등 온통 중국인(한족)이 운영하는 중국 식당과 상점으로 가득하다.
나중에 알게 된 사실이지만 이곳 사카에 사단급 군대가 주둔하고 있어 옛 사카의 모습은 대부분 사라졌다고 한다. 기차와 도로가 연결이 되는 라싸나 시가체는 이해가 되지만, 오프로드로 달려와야 하는 이곳에 군대를 주둔시키고 마을 전체를 중국화 만들어 버리는 중국이 무섭기까지 하다.
중국 상점들이 가득한 거리를 지나 마을 끝으로 한참을 나아가다 발견한 작은 상점. 한쪽에 금방이라도 쓰러질 것 같은 티베트인이 운영하는 작은 상점은 게스트하우스를 함께 운영하는지 게스트하우스 간판을 걸고 얼마 되지 않는 물건을 팔고 있다.
지금까지 봐오던 중국 건물들과 대조적인 모습으로 운영을 하고 있는 티베트 작은 상점이 사카에 사는 티베트인들이 어떻게 살아가는지를 보여준다.
먹을 것을 찾아 다니는 소와 강아지도로로 가는 길 중간에 난데없이 나타난 소가 버려진 바나나 껍질을 먹고 있다. 목에 달린 끈으로 봐서 키우는 소인 것 같은데 도심을 돌아다니는 모습이 안쓰럽게 느껴진다. 자신이 살아야 하는 공간이 아닌 도심을 돌아다니며 버린 음식물을 먹는 소.
아무것도 모르는 티베트인들의 삶에 갑자기 들어와 마을 전체를 바꾸어 버린 중국인들로 인해 갈피를 잡지 못하는 티베트인들과 다를 것이 없다.
또 다른 거리 한쪽에서는 무엇을 기다리는지 철문 앞에서 여러 마리의 강아지가 모여 있는 것을 발견하였다. 건물 안쪽에서 생활하는 사람들로 봐서는 중국 군대의 장교들이 생활하는 공간같은데 그 앞에서 무엇을 기다리는 것일까? 문이 열리기를 기다리는 것일까? 꼼짝하지 않고 그 자리를 지키고 있는 녀석들이 궁금해졌다.
얼마나 시간이 흘렀을까? 철문 반대편에서 티베트 여성 3명이 다가와 문 앞에서 누워 있는 강아지들에게 먹을 것을 던져주는 것이 아닌가? 행색으로 봐서는 장교 기숙사에서 일하는 여성들 같은데, 문도 열지 못하고, 기다리는 강아지들에게 어떤 사연이 있는지는 알 수 없지만 먹을 것을 던져주는 모습이 어딘가 모르게 가슴이 뭉클하다.
그들의 정신이 변화되지 않기를마을을 돌아보고 숙소로 돌아오는 길. 저 앞으로 빗자루를 들고 쓰레기를 치우러 가는 티베트 아줌마들의 모습이 보인다. 보호, 환경 개선 등의 명문으로 무력으로 티베트를 중국에 한 도시로 귀속시킨 중국. 하지만 그 실상은 겉만 화려할 뿐 티베트인들의 삶은 전혀 변화되지 않았다.
사람의 접근조차 쉽지 않은 곳에 군대를 주둔시키고, 겉만 화려하게 개발을 하고, 발전시키고 있지만, 원 주인인 티베트인들은 빠르게 변하고 있는 이곳에 적응을 하지 못하고, 쓰러져가는 작은 가게나 쓰레기 청소, 군대 장교들이 거주하는 기숙사에서 일을 하는 것이 실상이다.
티베트 순례자들이 잠시 쉬었다 가는 마을이었던 사카. 더 이상 그 모습을 찾아볼 수 없을 정도로 변해버린 이곳이 너무나 안타깝다. 두 번 다시 돌아갈 수 없는 그 때의 모습. 모든 것이 변해버린 사카이지만 이곳에 사는 티베트인들의 마음과 정신은 변하지 않기를 간절히 기원한다.
덧붙이는 글 | 이기사는 다음뷰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