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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정부는 미쳤다."

 이국철 SLS그룹 회장(자료사진)
이국철 SLS그룹 회장(자료사진) ⓒ 연합뉴스
지난 19일 서울 강남의 한 사무실에서 기자와 마주한 이국철 SLS그룹 회장은 이렇게 중얼거렸다. 억울한 심정이 진하게 묻어나는 말투였다. 이는 '신재민 전 차관 스폰서 의혹' 폭로가 임박했음을 암시하는 신호이기도 했다. 

이 회장은 2주 전 지인인 한나라당 인사를 통해 청와대 민정수석실에 '문서'를 전달했다. 자신과 SLS그룹에 대한 검찰수사의 진실을 밝히지 않으면 신재민 전 문화체육관광부 차관의 '스폰서 의혹'을 폭로하겠다는 내용이었다. '신재민 스폰서'의 구체적인 내역도 담겨 있었다.

신재민 전 차관은 <한국일보>와 <조선일보>, <주간조선>을 거쳐 지난 2007년 이명박 한나라당 대선후보 캠프였던 '안국포럼'에 합류했다. 이후 이 대통령 당선자 비서실 정무기획1팀장과 문화체육관광부 1·2차관을 지냈고, 지난해에는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후보자로 지명됐을 정도로 '정권 실세'로 통했다. 

그런 정도 인사의 '스폰서 의혹'이라면 임기말로 향하는 정권에 부담을 줄 수밖에 없다. 게다가 또다른 정권실세인 김두우 전 청와대 홍보수석이 검찰조사를 받고 있었다. 부산저축은행의 핵심로비스트 박태규씨에게 상품권 등 1억 원 상당의 금품과 골프접대를 받았다는 혐의다. 

"청와대에 진실 규명 촉구했지만 어떠한 답변도 없어"

하지만 청와대는 이 회장의 '최후통첩'에 어떤 반응도 하지 않았다. 이 회장은 "SLS그룹 검찰수사의 진실을 규명해 제 명예를 회복하고 2만여 임직원을 살리고 싶었다"며 "하지만 청와대는 2주간 어떤 답변도 해오지 않았다"고 전했다.

청와대의 무반응에 이 회장은 '신재민 스폰서 의혹' 폭로를 결심했다. 그리고 21일 <오마이뉴스>와 한 '공식인터뷰'를 통해 "2002년부터 2011년까지 현금과 상품권, 법인카드, 차량 등 수억원을 지원했다"고 폭로했다.

이 회장이 신 전 차관에게 이렇게 지원한 금액은 10억 원이 넘는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신 전 차관은 "전혀 사실이 아니다"고 관련의혹을 전면 부인하고 있다. 그는 자신의 결백을 증명하기 위해 검찰수사를 촉구하기도 했다.

이 회장은 지난 2002년 가을 한나라당쪽 인사인 윤아무개씨를 통해 신 전 차관을 소개받았다. 윤씨는 당시 <한국일보> 간부였던 신 전 차관을 "괜찮은 후배"라고 소개했다. 이후 이 회장이 신 전 차관의 스폰서로 나설 정도로 두 사람의 관계는 빠르게 가까워졌다.

이 회장과 신 전 차관의 '스폰서 관계'는 처음 만난 2002년부터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후보자에서 낙마한 이후인 2011년까지 계속됐다. '스폰서 관계'에는 현금, 상품권, 법인카드, 술, 차량 등이 동원됐다. 그리고 신 전 차관의 부인을 계열사에 '위장취업'해주고 연 3000만 원을 지급하기도 했다.

그런데 이 회장은 왜 이토록 가깝게 지내왔던 신 전 차관의 스폰서 의혹을 폭로하고 나선 것일까? 여기에는 '무리한 검찰수사'와 '의혹투성이 SLS조선 워크아웃' 과정이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노무현 정부 때는 한나라당 자금줄로 수사하더니..."

 신재민 문화체육관광부 전 차관.
신재민 문화체육관광부 전 차관. ⓒ 권우성
이 회장은 국립철도고를 졸업한 뒤 10년간 철도청에서 근무하다 독립했다. 철도청에서 익힌 철도차량 제작·설계기술을 바탕으로 철도차량에 이어 선박 제조에까지 나서 자산 2조4000억 원, 매출 1조2000억 원의 SLS그룹을 일구었다. 하지만 지난 2009년 창원지검 특수부가 이 회장과 SLS그룹을 수사하면서 그룹은 해체의 길로 접어들었다.

당시 검찰은 'SLS조선에서 400억 원을 배당한 후 횡령, 열린우리당 자금책 역할 및 비자금 조성, 정관계 로비' 등의 혐의를 내세우며 이 회장과 SLS그룹을 수개월간 수사했다. 계열사 사장을 전원 소환조사하는 등 수사강도도 셌다. 검찰은 SLS그룹 내 이아무개 사장이 부산상고출신인 점에 착안해 이 회장을 '열린우리당 자금책'으로 지목했다.

이 회장은 "평생 열린우리당과 전혀 관련이 없는 저를 소환조사하면서 '비자금을 조성한 후 열린우리당 자금책 역할을 하지 않았느냐'고 추궁했다"며 "심지어 검사 독대과정에서는 '열린우리당 3명만 불어라'고 했다"고 주장했다.

이 회장에게는 이러한 검찰수사가 황당할 수밖에 없었다. 자신이 한나라당 당원이었다는 이력뿐만 아니라 김대중·노무현 정부 시절 진행됐던 감사원 조사(2001년)와 국세청 특별세무조사(2005년), 서울중앙지검(2005년)과 대검(2007년) 수사의 기억 때문이다.

특히 2007년 대검 중수부는 이 회장이 비자금을 조성해 한나라당에 자금을 지원했다고 보았다. 이 회장은 "당시 검찰수사과정에서 '당신은 한나라당 자금줄이니 정두언 서울부시장에게 돈 준 거 불어라'고 추궁했다"고 주장했다.

대검 중수부에서 6개월간 수사했지만 '성과'는 전무했다. 이 회장은 "노무현 정부 때는 한나라당 자금줄로, 이명박 정부 때는 열린우리당 자금줄로 수사한다는 게 말이 되느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마찬가지로 2009년 수사에서도 검찰은 '비자금 조성-정관계 로비'를 캐지 못했다. 비자금의 출처로 봤던 '배당금'마저 배당한 적이 없던 것으로 드러나 검찰을 당혹스럽게 만들 정도였다. 이 회장은 '2건의 허위공시' 혐의만 인정돼 지난해 11월 1심에서 집행유예를 선고받았다.

'의혹투성이'인 SLS조선의 워크아웃 신청

2009년 검찰수사로 인한 타격은 깊고도 컸다. 그룹은 해체되기 시작했고, 계열사는 워크아웃에 들어가거나 파산했다. 지난 1994년 SLS중공업을 설립한 지 15년 만에 이 회장이 일군 자산 2조 원대의 그룹은 사실상 해체되기에 이르렀다.     

특히 SLS그룹의 주력기업 중 하나인 SLS조선의 워크아웃 신청은 '의혹투성이'였다. 이 회장쪽은 "회장의 승인 없이 이루어졌고, 법인인감 도장 없이 막도장으로 워크아웃을 신청했다"며 "상법 및 정관상 필수요소인 이사회 의사록도 없고 주주 통보도 없이 진행됐다"고 주장했다.

또한 이 회장쪽은 "산업은행이 선주의 취소의사가 없는데도 26척의 선박건조를 취소해 2조 원대의 손실이 발생했다"며 "26척과는 별개로 산업은행은 워크아웃을 신청한 후 SLS조선소 명의의 배 4척(3000억원 상당)을 산업은행 명의로 돌렸다"고 주장했다.     

억울한 마음에 지난해 청와대 민정수석실에 진정서를 냈다. 하지만 이 회장의 진정서는 해당기관인 금융위가 아닌 국민권익위와 공정거래위로 넘어갔다. 그리고 공정거래위는 수개월간 조사를 거쳐 '혐의없다'는 결론을 내렸다. 하지만 이 회장은 지금도 "정부 고위층이 짜고 멀쩡한 기업(SLS조선)을 죽였다"는 주장을 굽히지 않고 있다.  

"왜 정부가 한 기업을 이렇게 박살낼 수 있나?"

2007년과 2009년에 진행된 무리한 검찰수사, 의혹투성이 SLS조선 워크아웃 신청 등을 겪으면서 이 회장은 '독기'를 품었다. 그는 기자와 수차례 만나면서 "이제는 정권도, 검찰도 두렵지 않다"고 말했다. 

21일 만난 이 회장은 "저는 이명박 정부가 출범한 후 정부가 하자는 대로 했다"며 "직원 300명을 수천명으로 늘렸고, 비정규직을 정규직으로 채용했고, 제가 고졸이라서 학벌도 타파해 고졸이나 전문대, 지방대 출신자를 우선순위로 채용했다"고 말했다.

이 회장은 "목포 대불공단에 연 1500억 원에 이르는 외주를 맡겼고 수출을 증대하라고 해서 매출 2000억원 회사를 3년 만에 조단위로 끌어올렸다"며 "이렇게 (현정부의 정책에 맞추어) 솔선수범했다"고 강조했다. 또한 이 회장은 "그런데 2009년 9월 400억의 배당금을 횡령해 열린우리당 자금책 역할을 했다며 압수수색을 실시했다"며 "400억원을 배당한 적도 없고, 그것은 감사보고서만 봐도 금방 확인할 수 있다"고 억울한 심경을 드러냈다.

이 회장은 "내가 열린우리당 자금책이었으면 지난 2007년 대검 중수부 조사를 받았겠냐"라며 "그런데 왜 그렇게(비자금 조성, 정관계 로비) 뒤집어 씌우고 기소는 별건으로 하나?"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어 이 회장은 "(2009년) 검찰수사가 끝나니까 회사가 없어졌는데 정부(산업은행)가 강탈해 가지고 있더라"라며 "저는 며칠 만에 회장 등 모든 직책에서 쫓겨났고 2만명 임직원과 가족들도 전부 길거리에 나앉게 됐다"고 말했다.

이 회장은 "왜 정부가 한 개인을, 한 가정을, 한 기업을 이렇게 박살낼 수 있나?"라며 "도대체 무슨 이권이 있고, 무엇이 오갔기에 한 기업을 이렇게 박살냈는지 진실을 밝혀야 한다"고 촉구했다. 또한 이 회장은 "SLS조선 워크아웃 등과 관련된 내용들이 서울중앙지검 금융조사1부에서 조사하다가 현재 스톱(stop)된 상태"라며 "명백한 사실들이 적시된 증거서류를 다 줬는데 이 정권에 무슨 부담이 가길래 수사를 중단하는지 모르겠다"고 꼬집었다. 

이 회장은 "왜, 무엇 때문에 정부가 SLS그룹과 저에 집착하는지 진실을 밝히라고 요구하면서 지금까지 기다려왔다"며 "이제는 진실을 밝힐 때가 됐다"고 말했다.


#이국철#신재민 스폰서 의혹#SLS그룹#검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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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70년 전남 강진 출생. 조대부고-고려대 국문과. 월간 <사회평론 길>과 <말>거쳐 현재 <오마이뉴스> 기자. 한국인터넷기자상과 한국기자협회 이달의 기자상(2회) 수상. 저서 : <검사와 스폰서><시민을 고소하는 나라><한 조각의 진실><표창원, 보수의 품격><대한민국 진보 어디로 가는가><국세청은 정의로운가><나의 MB 재산 답사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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