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평우 한국문화유산연구소장(전 문화재 전문위원)이 해군기지 공사장에서 유물이 발굴되었음에도 불구하고 공사를 강행하는 해군과 이를 방조하는 문화재청을 강하게 비난했다.
그는 "이미 2007년에 문화재 지표조사에 참여한 조사단이 '구럼비 바위가 민간신앙의 대상이기 때문에 보호되어야 된다'고 밝혔는데도, 당국이 이를 무시하고 구럼비를 파괴하고 있다"며 정부를 맹비난했다. 황 소장은 "이명박 정부가 워낙에 불통 정부이기 때문에, 문화재를 놓고 이들과 소통하기 위해서는 싸움이 불가피하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강정마을 주민들은 황평우 소장을 초청해 22일 오후 8시 30분 제주도 서귀포시 강정마을 코사마트 사거리에서 최근 강정마을 해군기지 공사장에서 발견된 유적에 대해 강연회를 열었다.
황 소장은 강연 첫머리에 제주도에서 발굴된 선사유적의 분포와 강정마을의 유물분포 가능성에 대해 언급했다. 그는 "제주도에서 발견된 사람의 흔적 중에 가장 오래된 것은 송악산 앞 바다에 분포하는 발자국 화석으로 약 50만 년 정도 된다"고 설명한 후, "강정마을은 송악산에서 그리 멀리 떨어지지 않았기 때문에 오래된 유적이 발견될 가능성이 매우 큰 곳"이라고 말했다.
황 소장은 "제주도 남쪽에서 구석기, 신석기 유물을 포함하여 가장 다양한 유물이 분포하는 곳이 강정일 것"이라고 확신하는데, 이는 자신의 주장이 아니라 "이미 20여 년 전에 이아무개 교수가 논문을 통해 밝힌 내용"이라고 전했다.
황 소장은 해군기지 논란이 일기 전에 강정마을에서 문화재 조사를 벌인 적이 있는데, 당시 마을에서 토기 파편이 발견된 것을 보고 "느낌으로도 다양한 유적이 있는 것을 알 수 있었다"고 말했다. 고고학이 한 가지 유물로부터 드러나지 않은 많은 것들을 상상하며 연구의 조사를 확대하다가 중요한 발견에 이르게 되는 특징이 있다는 설명을 덧붙이기도 했다.
황 소장은 해군기지 공사현장에서 유물이 발견되었는데도 공사의 진행을 허가해주고 해군으로 하여금 펜스를 설치하도록 방조한 문화재청을 비난했다. 그는 "문화재청은 수많은 공사를 당장 중단시킬 수 있는 막강한 권한을 가지고 있다"며, 청계천 공사 현장에서 유물을 발견하여 공사를 중단시킨 경우를 예로 들기도 했다. 그는 "강정마을 해군기지 공사 현장에 대해 임의대로 조사 구간을 A, B, C-1, C-2 등으로 구분했는데" 이는 당국이 "유물이 발견되더라고 부분적으로 공사를 진행시키기 위해 꼼수를 쓴 것"이라고 단정했다.
실제로도 문화재청은 강정 포구와 중덕삼거리, 해군기지 공사장 정문 주변지역에서 집자리 등이 확인되어 정밀조사를 하고 있다고 밝히면서도, 유구가 확인되지 않은 지역(18만3521㎡) 에 대해서는 공사를 시행할 수 있도록 허가했다.
황 소장은 "매장문화재 보호 및 조사에 관한 법률에는 부분공사를 인정하고 있지 않지만, 문화재청이 관행과 고시에 의해 부분공사를 허가하는 만큼 이를 법률적으로 철저히 검토할 필요가 있다"며, "민변에서 고발했으니 결과가 나올 것"이라고 밝혔다.
황 소장은 경찰이 지난 9월 2일 공권력을 동원하여 공사장 주변을 펜스로 둘러싼 것에 대해서도 "고고학 전문가가 입회하지 않은 상황에서 이뤄졌기 때문에 불법"이라고 단정했다.
한편, 황 소장은 구럼비 바위에 대해서도 공사장에서 발견된 선사시대 유적 못지않게 소중한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황소장은 "제주도에는 해안에는 약 3000개 정도의 제사유적이 있는데, 구럼비 바위도 중요한 제사 유적 중 하나"라고 설명했다.
그는 "이미 2007년에 문화재 지표조사에 참여한 조사단이 '구럼비 바위가 민간신앙의 대상이기 때문에 보호되어야 된다'고 밝혔는데도, 당국이 이를 무시했다"며, 정부를 비난했다. 그리고 "지금 조상들의 제사 터를 함부로 파괴하는 자들은 삼족을 멸할 벌을 받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리고 황 소장은 "매장문화재 관리법에 의하면 당국은 문화재 조사와 관련하여 주민설명회를 의무적으로 개최해야 하는데, 조사에 참여한 제주문화유산연구원은 주민설명회를 개최하려고 했지만, 해군의 반대로 이뤄지지 않은 것"이라며, "내용증명을 통해 위법한 사항을 공식적으로 지적하겠다"고 말했다.
황 소장은 "이명박 정부가 워낙에 불통 정부이기 때문에, 문화재를 놓고 이들과 소통하기 위해서는 싸움이 불가피하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황평우 소장의 강의가 열리기 전 약 40분 동안 사거리에서는 촛불문화제가 열렸다. 촛불문화제에는 '정동영과 통하는 사람들(정통)' 소속 회원이 방문하여 연대의 표시로 주민들에게 통닭 50마리를 기증하여 환호를 받았다. 또, 기독교사회연대회의에서 활동하는 이적 목사(민통선평화교회)가 강정마을을 소재로 '공습 전야'라는 시를 발표하여 박수를 받기도 했다.
이날 열린 촛불문화제와 강연회에는 강정마을 주민들, 마을을 방문한 기독교사회연대회의 소속 목회자들, 평화 운동가들을 포함해 90여 명이 참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