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 가족 여행 어디로 갈까?"지난 여름, 경남 남해 여행에서 가을 여행지로 꼽은 게 강원도 설악산이었습니다. 관광객이 몰리는 단풍철은 피하기로 했습니다. 복잡한 건 딱 싫거든요. 대신 단풍 여행은 매년 하는 부부 여행으로 넘겼습니다.
오늘 오후(23일)부터~놀토~일요일까지 2박 3일간 설악산이 있는 속초와 주문진, 강릉을 행선지로 잡았습니다. 1박 2일 여행은 수시로 할 수 있지만 2박 3일은 큰마음 먹어야 가능한 일입니다. 7년 전 제주도 가족 여행 이후 처음인 것 같습니다.
가족들은 이번 여행 장소 결정을 제게 위임하더군요. 아이들에게 여행 장소와 코스를 직접 선택하도록 할 걸, 후회가 되데요.
어쨌거나 여수서 속초까지 만만찮은 거리라 날짜와 가고 싶은 곳, 숙박지 등을 고르기까지 시간이 꽤 걸렸습니다. 어떤 지인은 "훌훌 털고 떠난다는 게 부럽다"고 하더군요. 헌데, 자문 과정에서 돌발 상황이 벌어졌습니다.
"아이들 중간고사가 코앞인데 시험 앞둔 아이들을 데리고 가족 여행 간다고?"간 큰 부모라는 듯 쳐다보더군요. 10월 첫째 주부터 연거푸 있는 딸과 아들의 중간고사 준비 안 하고 여행 간다니 이해할 수 없다는 거였습니다. 게다가 경쟁이 심한 요즘, 죽어라 시험공부 시켜도 뭐할 판에 아이들을 데리고 여행한다는 게 의아했나 봅니다. 그가 가족 여행을 우려하는 가장 큰 이유는 이것입니다.
"2박 3일 여행 후 후유증에 시달려 다시 마음잡고 시험공부하기가 힘들다."걱정도 팔자. 지인의 말을 들으니 아이들 시험이 부모들 시험이 된 지 오래라는 말이 실감나더군요. 그러면서 그가 한 가지 조언을 잊지 않더군요.
"자기 먹고 살 건 타고 난다는 말 이젠 안 통한다. 부모가 죽어라고 뒷바라지를 해야 아이들이 겨우 먹고 살 수 있는 세상이다."예민한 반응에 제가 더 황당하더군요. 일리는 있습니다. 저도 내심 이번 여행에서 이게 걸리긴 했으니까. 아이들도 한 번 운을 떼더군요.
"아빠, 시험 끝나고 가면 안 돼요?"동의할 수 없었습니다. 특히 시험은 앞으로도 지겹게 볼 테니까. 그리고 시험이란 틀 속에 갇히느니 자연의 변화를 보며 섭리를 느끼는 게 더 우선이니까. 아이들도 자세를 고쳐먹더군요.
"자연 속에서 쉬다 오면 공부가 더 잘 될 것 같아요." 아이들은 계획을 세워 미리미리 자신이 할 일을 챙겼습니다. 그리고 어젯밤, 가족은 여행 짐을 즐겁게 꾸렸습니다. 설악산 여행, 제가 20대 때 가 본 이후 처음입니다. 그러니까 20여년 만에 결행하는 설악산 여행입니다. 이번에는 가족과 함께 하는 여행이라 더욱 설렙니다.
마음 속 여유를 찾아 떠나는 여행, 격려해 주실 거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