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산항만공사(사장 이채익)가 250억 원을 투입해 울산 남구 매암동에 건립중인 '해운·항만 비즈니스센터' 건설 입찰에 대한 의혹이 제기돼 논란이 일 전망이다.
울산항만공사 비즈니스센터는 현재 공사가 남구 신정동에 있어 새 사옥 등으로 사용하기 위해 5992㎡ 부지에 지하 2층, 지상12층, 연면적 1만3150㎡ 규모로 건축되고 있으며 지난해 5월 공사를 시작해 오는 11월말 준공될 예정이다.
의혹의 발단은 이 센터 내에 들어갈 16억 원 대의 통신공사를 담당할 업체 선정 입찰에서 비롯됐다. 울산항만공사는 지난 6월 2일부터 13일까지 국가종합전자조달시스템인 나라장터에서 통신자재 구매 입찰을 실시했다. 30여 개 사가 참여한 가운데 최근 A사를 낙찰했다.
하지만 탈락한 업체들이 A사의 자격 요건이 낙찰 점수에 미달한다며 입찰 의혹을 제기하고 나섰다.
입찰공고 상의 합격점수 요건과 다른데도 합격입찰에 참여했던 업체들은 "A사가 입찰 공고 상의 자격을 만족하지 못해 합격 점수에 미달하는데도 항만공사측이 A사를 선정했다"며 "그동안 수차례 울산항만공사측에 이의를 제기하고 입찰적격심사 내용을 공개할 것을 요구하는 한편 감사를 의뢰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울산항만공사는 이같은 입찰 적격심사 공개요구에도 정보공개법을 들어 자료를 공개하지 않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번 입찰 공고에 따르면 입찰자는 지난 3년 간 물품 구매 실적이 이번 입찰과 동등해야 합격이 가능한 일점한 점수를 얻을 수 있다. 하지만 A사의 합격 점수 채점에 의혹이 제기된 것.
통신공사를 위한 10개의 물품 중 구내통신선로설비의 경우 이번 입찰에서는 IP교환기를 요구하고 있으나 A사의 지난 실적인 서울매트로 공사 때의 실적은 광 전송장비로 나와 있다. 또한 무선AP설비의 경우 이번 입찰 공고에서는 자재 구매를 요구하고 있으나 A사 실적은 철거 및 이전 설치공사 실적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럴 경우 정상적인 점수를 받을 수 없다.
정보공개를 하지 않았는데도 이처럼 개관적 채점을 해 볼 수 있었던 것은 울산항만공사가 거듭된 정보공개 요구에 일부내용을 구두로 통보했기 때문.
탈락 업체들은 "여러 차례 울산항만공사 감사실을 방문해도 정보공개를 하지 않아 '납품실적에 대한 공개여부가 힘들경우 이 부분에 대한 채점기준과 납품실적 검토자료 등을 알려달라'고 했다"며 "그 결과 구내통신선로설비 공정의 경우 'A사가 서울메트로건으로 납품실적을 제출하였다'는 구두상의 답변을 받았다"고 밝혔다.
이후 탈락업체들은 이 서울메트로 실적을 분석한 결과 이번 입찰 자격에 미비된다는 것을 발견했다.
의문은 자재 구매 뿐 아니라 다른 부분에서도 불거지고 있다. 이번 입찰참가 자격에는 각 설비별 직접생산확인서를 울산항만공사에 제출하거나, 직접 생산이 아닐 경우 제조업체와의 공급확인서를 체결해 제출해야 하지만 과연 이 자료를 제출했는지 여부가 공개되지 않고 있다.
탈락업체들은 "자료가 제출되지 않았다"고 주장하고 "앞의 자재 구매 두 건만 봐도 합격점수에 미달하지만 그외 의문점이 더 있다"고 밝혔다. 하지만 울산항만공사측은 이 부분을 공개하지 않고 있다.
탈락 업체들은 또한 "합격 점수를 얻으려면 공고에서 요구하는 일정한 기술인력이 있어야 하지만 이에 대해서도 의문점이 많다"며 "울산항만공사는 이 요건들을 충족했는지 여부에 대한 자료를 공개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나라장터에 나와 있는 A사의 실적과 이번 입찰 요건을 계산하면 합격점인 88.438점에 훨씬 못미친다"며 "이에 대해 5차례 적격심사 공개를 요구했지만 항만공사측은 이를 묵살하고 있다"고 거듭 밝혔다.
또한 "객관적으로 계산해보면 합격 점수가 되지 않는데도 낙찰됐다는 것은 이해할 수 없는 일"이라며 "상식상 납득가지 않는 의혹이 있어 자료 공개를 요구해도 이를 묵살하는데, 이처럼 '왜 합격됐는지' 여부를 공개도 않고 업체를 선정하면 누구나 의혹이 들 것 아니냐"고 지적했다.
울산항만공사 "적법한 절차 거쳤다"탈락업체들의 감사의뢰로 울산항만공사 감사팀은 최근 자체 감사를 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감사 결과 이상이 없다"는 결론을 내려 의혹은 더욱 확산되고 있다.
울산항만공사측은 기자와의 통화에서 "우리는 적법하게 적격심사를 했고 하늘을 우르러 한 점 부끄러움이 없다"며 "탈작업체들이 이의 제기를 해 감사를 실시했지만 아무런 문제가 없었다"고 밝혔다.
또한 합격업체로 선정된 A사는 "울산항만공사가 적법한 심사를 했고 모든 자료는 감사실에 제출했다"며 "우리가 왈가불가할 사항이 아니며, 전적인 것은 울산항만공사에 문의하라"고 밝혔다.
한편 울산항만공사는 지난 2007년 설립된 후 그동안 대통령 선거 보은 인사를 경영진에 앉힌다는, 낙하산 인사 시비를 불러왔다.
울산 남구청장을 지냈던 이채익 울산항만공사 사장은 2007년 대선 때 이명박 대통령 선대위 정책특보를 맡았고 2008년 4.9 18대 국회의원 선거에서 울산 울주군에서 한나라당 공천을 받았으나 당시 무소속 강길부 후보에 져 낙마했다.
하지만 곧바로 12월 15일 울산항만공사 사장을 맡으면서 지역계에서 친이계 실세로 거론됐다.
덧붙이는 글 | 이기사는 <시사울산>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