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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인형일까? 쿠션일까? 내가 만든 특대형 생리대
 인형일까? 쿠션일까? 내가 만든 특대형 생리대
ⓒ 김미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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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게 뭐야?"

손바느질로 만든 생리대를 본 몇몇 친구들이 웃기부터 한다. '인형이다' '쿠션이다' 의견이 분분한데 잘 때 쓰려고 만든 생리대라니까 더 깔깔거리고 웃는다. 바느질 동아리에서도 해보지 않은, 내가 직접 디자인한 모양이기 때문이다.

면 생리대를 직접 만들어 쓴 지 11개월이 되어간다. 면 생리대를 쓸 결심을 한 이유는 간단하다. 생리통이 없어진다는 소문(?) 때문이었다.

처음에는 사실 엄두가 안 났다. 만드는 것도 만드는 것이지만 일일이 빨아 써야 하기 때문이다. 어떻게 해야 하나 고민하던 중 생협의 마을 모임에서 면 생리대 만들기를 한다는 짧은 문자 메시지를 받고 즉시 달려가서 만드는 방법을 배웠다.

결과적으로 탁월한 선택이었다.

촌스럽다고 거부할 줄 알았는데... "엄마, 써보니 괜찮다!"

내가 중학교 2학년 때 내가 초경을 하자 엄마는 넓적한 기저귀를 이리 접고 저리 접고 하시더니 기막히게도 풀리지 않게 띠를 만들었다. 또 아기들이 쓰는 가운데가 구멍이 나 있는 뽀도독 소리 나는 노란 고무줄로 기저귀 차는 법을 가르쳐 주셨다. 그 독특하고도 부드러운 느낌은 기억도 안 나는 내 유아 시절 대소변을 받아낸 기저귀의 느낌일 거라 상상이 되었다.

일회용을 사 놓지 않았던 터라 학교갈 때도 기저귀를 묵직하게 차고 갔다. 어떤 때는 가정 선생님께 두어 개 얻어오기도 했다. 선생님이 "여성끼리 패드를 거저 주고 받는 것은 우리만의 미풍"이라 말하신 기억이 난다. 다른 사람이 다급해 할 때 나도 거저 주라는 뜻이리라.

그때는 날개형이나 울트라 슬림 같은 기술이 나오기 전이라 일자형에다 두껍고 커버의 질감이 안 좋은 데다가 잘 넘쳐나기도 했다. 하지만 누구나 일회용을 쓰고 그것만이 유일한 길이라는 생각에 무심코 사용했다. 집에서 잘 때만 면 기저귀를 쓰고 내가 직접 삶아 빨랫줄에 죽 널어 놓으면 깨끗한 빨래에서 나는 향기가 마당에 가득 퍼졌고 하얀 빛으로 눈부셨다.

올해 중2학생인 딸에게 면 생리대를 권해봤다. 촌스럽다거나 별나다고 해서 싫다고 할 줄 알았는데 딸은 순순히 써보겠다고 한다. 생리통을 줄일 수 있다는 것을 이해한 모양이다. 학교에서는 사용한 패드를 다시 싸서 들고 와야 하는 번거로움 때문에 일회용을 쓰고 집에 있을 때는 면 생리대를 쓰고 있다. 촉감이 그저 속옷 한 겹 더 입은 느낌이라고 했다. 특히 내가 특수 제작한 특대형은 잠 잘 때를 위한 '안심형'이다.

면 생리대가 공장에서 만든 생리대와 가장 다른 점은 말 그대로 순면 감촉이다. 얇아도 부직포 같은 느낌의 일회용은 조금 시간이 지났다 싶으면 가렵고 답답하지만 면 생리대는 그렇지 않다.

또 역한 냄새가 나지 않는다. 화학 생리대는 화학 약품이 분비물과 섞여 이상하고 역한 냄새가 난다. 그게 싫어서 한방 생리대를 써 보았더니 한약재 냄새가 너무 강해 주변 사람들에게 '저 달거리해요'라고 광고하고 다니는 것 같기도 했다. 하지만 면 생리대는 자연스러운 혈액 냄새 정도가 날 뿐이다.

그리고 내 스스로 관리하니 깨끗하다. 삶아 햇볕에 말리고 마지막 헹굴 때 식초를 조금 섞어 주면 비눗기도 싹 없어진다.

면 생리대 팔아보니... 예상 깨고 인기 폭발

지난 23일 내가 조합원으로 있는 용인 생활협동조합에서 바자회를 열었다.

바느질 동아리 작품 면 생리대의 세탁과 보관법을 적은 설명서를 첨부했다
▲ 바느질 동아리 작품 면 생리대의 세탁과 보관법을 적은 설명서를 첨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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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자리에서 내가 속한 바느질 동아리에서 면 생리대를 만들어 팔았다. 불편하기도 하고 안 써봤으면 거부감도 있어 잘 팔릴 거라 기대하지 않았다. 그런데 이게 웬일? 개당 2500원으로 50여 개가 두 시간 만에 뚝딱. 면 생리대 사용을 시도해 보겠다고 하는 사람에서, 선물하겠다는 사람까지 있었다. 이날 판매한 수보다 더 많은 주문을 받아두기도 했다. 대안 생리대에 대한 인식이 높아지고 있음을 실감하였다.

면 생리대를 쓸 때는 위생 팬티를 입어 혹시 샐 경우를 대비해야 한다는 것이 불편하기는 하다. 똑딱 단추를 찾아 단추를 채우는 속도는 포장지를 뜯으며 바로 붙이는 일회용 패드의 스피드를  따라 잡을 수가 없다. 사용 후 돌돌 말아 비닐 봉지에 넣어 가지고 나와야하는 수고로움도 감수해야 한다. 또한 수작업으로 세탁해 두어야 한다.

하지만 나는 누군지 모를 이가 내 분비물이 묻은 일회용 패드를 수거하며 투덜대는 소리가 들리는 듯하다.  매연을 뿜어내며 태워지거나 매립지의 땅속에서 내 생애보다 더 긴 시간을 자연으로 돌아가지 못하고 남아 있을 상상을 하니 마음이 편치 못하다. 덧붙여 하수도 정화 시설이 제 기능을 다해서 나로 인한 단백질 오염 물질을 잘 걸러서 바다로 보냈으면 한다.

이건 덧붙이는 정도이지만 시중 생리대를 사서 쓰지 않으면 한 달에 1만 원 정도를 아낄 수  있다. 크기를 용도에 맞게 4가지로 갖추고 있으려면 꽤 지출이 된다. 하지만 면 생리대의 1개 제작 비용은 1000원 정도. 5, 6년은 쓴다지 않는가. 전에는 딸과 내가 같이 생리를 하면 화장실 휴지통이 금방 가득 찼는데 쓰레기 나오는 양이 눈에 띄게 줄어든 것도 덤으로 얻는 이익.

무엇보다 내 필요에 따라 모양을 만드는 재미도 있거니와 짬짬이 하는 한 땀 한 땀의 바느질은 온갖 근심을 덜어주는 신경 안정제이다.

참고로 다음은 나만의 면 생리대 만들기 요령이다.

<준비물>

1. 안감 : 흡수성이 좋은 테리 타올지(일반 타올지보다 올이 고운 타올지) 혹은 거즈 천.(면 기저귀감) 없으면 안 쓴 수건을 잘라 넣어도 된다.
2. 겉감 : 면(아기들 용품 만드는 데 쓰는 융 천이 흡수가 잘 되고 촉감이 좋다) 천이 부족해서 아이의 작아진 티셔츠를 잘라 만들기로 했다.
3. 똑딱 단추 한 쌍
 

<만드는 과정>

생리대 만들기 준비물 본, 겉감의 뒤판, 겉감의 앞판, 안감
▲ 생리대 만들기 준비물 본, 겉감의 뒤판, 겉감의 앞판, 안감
ⓒ 김미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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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본을 그린다. 날개가 달린 모양으로 한다. 시중의 일회용 패드의 모양을 참고해도 좋을 것 같다.

4가지의 모양 본 바느질할 때는 본을 미리 만들어 하는 습관이 중요하다.
▲ 4가지의 모양 본 바느질할 때는 본을 미리 만들어 하는 습관이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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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안감의 폭과 두께를 정해 접어서 직사각형 모양이 되게 만들어 둔다. 크기에 따라 안감의 양을 조절한다.
3. 겉감을 두 겹이 되게 접어 본을 대고 그려준다.


제도 과정 시접을 남기고 자른다
▲ 제도 과정 시접을 남기고 자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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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시접을 약 7mm 남기고 재단한다.
5. 겉감 한 장의 중앙에 안감을 대고 붙여준다.


안감 고정하기 겉감의 뒤판에 안감을 붙인다. 재봉틀을 이용해 지그재그 박기했다. 손으로 홈질해도 된다.
▲ 안감 고정하기 겉감의 뒤판에 안감을 붙인다. 재봉틀을 이용해 지그재그 박기했다. 손으로 홈질해도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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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 겉감의 겉과 겉을 맞대고, 창구멍을 7cm 정도 남기고 돌아가며 박는다. 약간 직선 부분으로 창구멍을 정하는 게 좋다.

모두 붙이기 겉감끼리 붙이되 창구멍을 남기고 돌려박는다. 곡선 부분을 가위집을 주면 잘 뒤집어져 편하다.
▲ 모두 붙이기 겉감끼리 붙이되 창구멍을 남기고 돌려박는다. 곡선 부분을 가위집을 주면 잘 뒤집어져 편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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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 창구멍으로 뒤집어 모양을 잡아준 다음 창구멍을 막아준다.
8. 테두리를 돌아가며 상침한다.
 

본과 비교해본 중형 생리대 뒤집어 창구멍을 막으며 테두리를 위에서 한번 더 박는다. 바탕을 누빔을 한 번 더 해주면 들뜨지 않는다.
▲ 본과 비교해본 중형 생리대 뒤집어 창구멍을 막으며 테두리를 위에서 한번 더 박는다. 바탕을 누빔을 한 번 더 해주면 들뜨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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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 똑딱 단추의 자리를 잡아 달아준다. 단추를 달 때 암컷 수컷을 잘 맞추어서 달아야 한다. 나도 처음엔 실수를 했다.

귀여운 나의 생리대 똑딱 단추를 달아 완성했다.
▲ 귀여운 나의 생리대 똑딱 단추를 달아 완성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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익숙해지면 만드는 시간이 점점 짧아진다. 손수 만든 생리대가 이렇게나 된다. 지금도 나는 짬짬이 만들고 있다. 만들다 보면 가지고 있던 면 천을 동원해 재활용할 아이디어가 자꾸 생긴다.

내 소장 면 생리대  시행 착오를 거듭하며 다양한 모양을 만들어 보았다.
▲ 내 소장 면 생리대 시행 착오를 거듭하며 다양한 모양을 만들어 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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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면 생리대 관리하기>

만든 면 생리대는 비눗물을 묻혀 한 번 깨끗이 주물러 빤 다음 헹군 후 2분 정도 삶고 잘 말려서 쓰면 때나 화학 성분이 제거돼 좋다. 그리고 사용한 후에는 물에 담가  어느 정도 핏물을 빼낸 다음 비누를 칠해 몇 시간 두면 깨끗해진다. 다시 손으로 빨아 바싹 말리면 된다. 미심쩍으면 비누를 칠해 5분 이내로 폭폭 삶으면 된다. 처음 한 두 번보다 쓸수록 길이 들어 흡수가 잘 되고 촉감도 부드러워진다. 대안 생리대 선배들에 따르면 5, 6 년도 거뜬히 쓸 수 있다고 한다.

덧붙이는 글 | 많은 여성이 자신의 몸과 환경에 도움이 되는 면 생리대를 사용했으면 한다.



#면생리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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