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대강 정비사업 이후 낙동강을 찾아오거나 서식하는 재·흑두루미를 포함한 조류가 절반 이상 줄어든 것으로 확인되었다. 한국·일본 습지 전문가들은 내년 11월 루마니아에서 열리는 제11차 람사르당사국총회 때 습지 현황을 보고하고 평가를 받기로 했다.
25일 '습지와새들의친구(대표 이인식, 전흥)'에 따르면, 한일습지포럼이 지난 23일과 24일 경남 창녕에서 열린 한일습지포럼에서 구미 해평습지와 낙동강하구 조류 모니터링 결과가 공개되었다.
이 단체는 4대강사업 전후의 조류모니터링 결과를 비교했다. 해평습지에는 매년 2800여 마리의 재·흑두루미가 관찰되었는데, 모래톱이 준설된 뒤 지난해에는 1000마리로 감소했다는 것.
또 낙동강하구는 전체 조류 수가 2009년 1~6월 사이 3만8000여 개체였는데, 2010년 1~6월 사이에는 1만8000여 개체로 줄어들었다는 것. 낙동강 하구에 서식하는 조류는 1년 사이 2만 개체 정도 줄어들었다.
이날 습지와새들의친구 김경철 습지국장은 4대강정비사업 이후 파괴되거나 사라진 하천습지의 현황에 대해 보고했다. 김경철 국장은 "한국의 하천은 직선일지라도 물길은 그렇지 않다. 곳곳에 모래톱이 만들어지는 사행천 모습으로 흐른다. 이 같은 강은 유속이 빠르지 않아 홍수저감 효과가 크며, 계절별 강수량의 차이가 모래톱을 형성하여 다양한 수위를 만들어내고 또 다양한 생물다양성을 빚어내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그는 "한마디로 한국의 강은 강수량 특성에 맞게 발달하여 한국의 생물다양성을 보듬어주는 품"이라며 "그러나 한국정부는 이러한 한국하천과 하천습지의 특성을 도외시한 채, '물만 많으면 습지'라거나 '모래=홍수유발'이라는 궤변으로 하천 습지파괴를 거의 완료해가고 있다"고 지적했다.
해평습지 1800여 마리, 낙동강하구 2만여 마리 감소이번 포럼에 참석한 일본 측 습지전문가들은 황새 복원으로 유명한 '토요오카시'의 '무라야마강'을 람사르습지로 등록하기 위해 활동하고 있다고 전했다. 또 일본 습지전문가들은 "하천의 관리부처인 국토교통성도 최근까지도 하천의 이수와 치수기능만을 강조했지만 조금씩 하천의 생태와 생물다양성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으로 기조가 변화하고 있다"고 전했다.
한국 측 습지전문가들은 "4대강 사업 진행시 정부가 천명했던 136개소의 신규·대체습지 조성 사업이 실제로 습지복원사업으로 진행되고 있는지, 습지보호지역 등으로 지정하겠다고 한 10개소의 습지가 지금 제대로 남아있는지에 대한 평가가 필요하다"고 제시했다.
그러면서 이들은 "친수구역특별법에 따른 강변 개발의 대상이 되는 지역을 제대로 파악하여 보호해야 할 지역을 적극적으로 선점하는 대응방안을 제대로 세우는 것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한일습지포럼은 내년 11월 루마니아에서 열리는 제11차 람사르당사국총회에 한국·일본의 습지 현황을 담은 'NGO 보고서'를 내기로 하고, 이를 위해 내년 2월 다시 논의하기로 했다.
이번 습지포럼에 참여했던 한국습지NGO네트워크 이인식 공동대표는 "4대강정비사업 이후 정부가 훼손한 습지를 복원한 것들이 꼴사납다. 강변공원도 습지복원에 들어간단다. 실적주의 병이 또 도진 모양이다. '친수법'으로 또 얼마나 강변이 개발되면서 생태계가 단절될지 걱정이다"고 밝혔다.
한일습지포럼은 제10차 람사르당사국총회(2008년, 창원)를 앞두고 2006년 한국과 일본의 습지 전문가들이 두 나라의 습지현황과 경험을 공유하기 위해 논의하기 시작하면서부터 매년 한 차례씩 열고 있는데, 올해로 6회째 열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