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큰 힘이 되지 못했지만 노동자의 친구라고 감히 얘기해도 될런지 모르겠다."
야권후보단일화 경선을 앞둔 박원순 서울시장 예비후보가 29일 오전 한국노총과 민주노총을 연달아 방문하고 지지를 호소했다. 박영선 민주당 후보에 비해 조직세에서 밀리는 박 예비후보가 노동계의 표심을 잡기 위해 나선 것.
박 예비후보는 이날 한국노총에서 윤리위원장을 맡은 점을 거론하며 "큰 힘이 되지 못했지만 노동자의 친구라고 감히 얘기해도 될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전태일 열사의 어머니, 고(故) 이소선 여사의 조문객 7000명은 '전태일 스쿨'의 동창생이라는 생각을 했다"는 이용득 한국노총 위원장의 얘기에는 "나는 <전태일 평전>을 쓴 조영래 변호사한테 가장 영향을 많이 받았다, 그런 의미에서 나도 (전태일 스쿨의) 동창생 아니겠나"며 '인연'을 강조했다.
이어 "한국노총 조합원 여론조사를 보니 조합원 전체 중 81.9%가 '이명박 정부가 잘못하고 있다'고 답했는데 이는 이명박 정부의 실정에 대한 광범위한 실망으로 보인다"며 "서울지역 조합원들에게 물어보면 저와 정책연대를 하자고 하지 않겠느냐"며 지지를 요청했다.
이용득 위원장 등 한국노총 지도부는 박 예비후보에게 ▲ 비정규직 감축 및 차별철폐 ▲ 청년고용할당제 도입 ▲ 매년 시립보육시설 100개 설립 ▲ 노·사·민·정 협의체 전면 재구성 ▲ 60세 정년 연장 등 A4 용지 21장으로 구성된 7대 노동사회의제 자료를 건네며 노동계에 대한 적극적 관심을 부탁했다.
특히 이 위원장은 박 예비후보에게 "노동이 존중되는 평등한 복지 서울을 만들어 달라"며 "정치인들은 노동계를 민원인이나 직능단체 정도로 보는데 시장경제를 표방하는 우리 사회에서 노동계는 정치의 가장 큰 파트너"라고 강조했다.
또 "그동안 한국노총 서울지역본부는 서울시와 협조적 관계를 유지해왔다"며 "(당선된다면)협조적 관계를 유지해주고 서울지역본부와도 적극적으로 소통해달라"고 당부했다.
뒤이어 방문한 민주노총에서도 박 예비후보의 지지 호소는 계속됐다. 박 예비후보는 김영훈 민주노총 위원장을 만나, "새로운 세상은 시민운동만으로 안 되고 노동운동과의 연대가 필요하다고 생각해왔다"며 "운동방식은 다르지만 직·간접적으로 연결돼 있지 않나"라고 말했다.
김 위원장은 이에 "모든 시민이 노동자는 아니겠지만 모든 노동자는 시민이다"며 "(민주노총이 배타적 지지를 하는)민주노동당의 후보와 시민을 대표하는 박원순 예비후보가 아름다운 경선을 치르길 바란다"고 답했다.
또 "(박 예비후보가 활동했던)참여연대와 민주노총은 영원한 동반자였다, 한 집에 살지 않지만 '절친'이라 볼 수 있다"며 "민주노총은 6·2 지방선거 때처럼 민노당과 경선을 통해 선출된 단일후보를 연대하고 지지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무소속 후보의 선거인단 모집 어려워... 손발이 묶여 있다"
박 예비후보는 양대 노총 지도부와의 면담 이후 노총 관계자들을 두루 만나며 인사를 나눴다. 박 예비후보는 이들에게 "어려울 때 도와주셔야 친구지 않느냐", "제가 지금 절체절명의 위기다"라며 지지를 호소했다. 민주노총에서는 오는 8일 출발 예정인 희망버스 기획단의 송경동 시인과 만나, 희망버스에 대한 지지의사를 밝히기도 했다.
박 예비후보는 "사람으로서 기본적인 존엄을 지킬 수 있는 사회가 돼야 한다, 어서 빨리 낙엽이 지기 전에 문제가 해결되길 바란다"며 "(희망버스를 반대하는) 부산시장 등은 정치적 입장이 달라서 그럴 텐데 이 문제는 '기본'에 대한 문제다, (당선이 된다면) 시도지사 협의회 등에서 함께 얘기해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공공부문 비정규직 문제는 어떻게든 해결해보겠다고 약속을 드렸다"며 "상식과 합리가 지배하는 사회를 만들기 위해 노력하겠다"고 약속했다.
한편, 박 예비후보는 이날 오후 안국동 '희망캠프'에서 국민참여경선 참여 호소문을 발표할 예정이다. 박 예비후보는 이에 대해 "경선 자체가 시민 후보로서 간단치 않다, (캠프에서) 여론 우위에도 불구하고 조직 열세로 인해 엉뚱한 결론이 날 수 있다고 보고 있다"며 "지금처럼 저를 지지해주시거나 우호적인 단체들을 방문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또 SNS 등을 이용해 경선인단 모집에 들어간 것에 대해 "정당의 경우 모집이 수월한데 무소속 후보의 경우 사전선거운동으로 제약되는 부분이 많다, 손발이 계속 묶여 있다"고 어려움을 토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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