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26 서울시장 보궐선거, 범야권단일후보 경선 D-3.
오세훈 서울시장의 무상급식 주민투표로 야기된 이번 선거에서 한나라당 나경원 후보와 맞설 야권의 최후의 1인은 누구일까.
박영선 민주당 후보, 박원순 시민후보, 최규엽 민주노동당 후보가 3파전으로 경선을 치르고 있는 가운데, <오마이뉴스>는 30일 서울시내 한 커피숍에서 김수진 이화여대 교수와 이병천 강원대 교수를 초청해 대담을 열었다.
이들은 이날 대담에서 시민사회의 정치참여와 후보들의 정책경쟁력, 야권연대와 야권통합, 공동지방정부 운영의 가능성 등에 대해 이야기를 나눴다.
두 교수는 이날 오전 박원순 서울시장 예비후보 지식인 지지 성명에 참여했으며, 왜 시민운동가의 정치참여가 필요한지 등에 대해 주장했다.
"새 정치 동력 필요한데, 그게 바로 박원순표 시민정치"
- 10.26 서울시장 보궐선거가 한 달 앞으로 다가왔다. 야권은 '범야권단일후보'를 위한 경선레이스에 돌입했는데, 이번 선거결과를 어떻게 예측하나.
김수진 "박원순 예비후보에 대한 지지층이 흔적 없이 사라진 것은 아니지만, 민주당 지지층이 박영선 예비후보를 중심으로 결집하는 추세가 나타나고 있다. 지금까지의 선거에서 야당 지지층의 투표행태를 보면, 주어진 분위기나 감성에 휘말리지 않고, 냉정하게 대국을 바라보면서 투표하는 경향을 보였다.
이같은 경향은 여당 지지층에 비해 훨씬 높다고 분석한다. 따라서 이번 경선에서도 민주당 지지자들은 대국을 바라보고 냉정하게 지지후보를 판단할 것으로 본다. 내가 지지하는 민주당이 더 좋은 정당으로 성장하고, 내년 총선과 대선에서 큰 성과를 얻기 위해서는 지금 어떻게 하는 것이 좋은가 잘 판단하지 않을까 생각한다."
이병천 "박원순 예비후보의 경우에는 선거 초반 안철수 현상으로 드러났던 거품이 조금씩 꺼지고 있다고 볼 수 있다. 남은 경선 과정이 녹록지 않은 것으로 여겨진다. TV토론에서 보여준 두 후보에 대해 배심원단이 어떤 결정을 내릴지 주목되는데, 아무래도 주요정책에 대한 각각의 입장에 대해 유권자들이 어떻게 판단할 것인가 하는 점이 중요할 것으로 판단한다. 박원순 예비후보가 승리를 낙관할 상황은 아닌 것으로 해석하고 있다."
- 이번 10.26 서울시장 보궐선거는 오세훈 서울시장의 무상급식 주민투표로 초래된 측면이 크다. 따라서 초기에는 한나라당 심판, 민주당 완승이 예상됐지만, 안철수와 박원순의 등장으로 상황은 엄청나게 변한 상태다. 무엇보다 주목해야 할 점은 '시민후보'의 등장인데, 시민사회의 정치참여 어떻게 생각하나.김수진 "최장집 고려대 명예교수는 정당정치의 중심성과 중요성을 강조한다. 민주주의의 발전을 위해서 정당정치는 대단히 중요하다고 강조를 한다. 그래서 2002년 노무현 현상과 같은 '운동의 정치'가 사실은 정당정치의 발전을 가로막는다고 우려한다.
그런데 나는 이것의 인과관계를 어떻게 설정하느냐에 따라 많이 달라진다고 생각한다. 운동의 정치가 한국 정당정치를 가로막고 있는 것이냐, 혹은 한국 정당정치가 국민의 기대만큼 제대로 발전하고 성장하지 못해 이걸 보완하는 차원에서 이른바 '시민정치' '운동의 정치'가 나타난 것이냐, 판단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이번에도 안철수, 박원순 현상이 보여주는 것은 정당정치의 위기를 가져오는 게 아니라 반대로 한국정당정치가 위기에 빠져 있기 때문에 이것을 위기에서 구하려고 나타난 게 아닌가 싶다. 이 점을 냉정하게 잘 봐야 한다고 생각한다. 구체적으로 왜 안철수현상이나 박원순현상이 나타났는지, 대입해도 같은 얘기가 될 것이다.
새로운 정치적 동력이 필요하다는 얘기를 하고 싶다. 한국정치의 새 판 짜기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이것을 위해서는 새로운 정치동력이 필요하다. 이 지점에 박원순표 시민정치가 있다고 생각한다. 무엇보다 한국사회가 어디에 서있는지 직시를 해야 한다.
현재 한국이 도가니 상태에 처해 있다는 점 말이다. 대한민국 전체가 분노의 도가니로 들끓고 있다. 새로운 정치와 새로운 변화와 인물을 열망하는 상태다. 이 점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고 생각한다. 시민사회의 정치참여는 이 맥락에서 봐야 한다."
"박원순 후보, 재벌 설득해 사회적 책임 지도록 만들어"- 현재까지 흘러온 선거 과정을 보면, 정당의 후보와 시민 후보의 정책 차별성이 뚜렷하게 드러나지 않는 분위기다. 있다면, 재벌에 대한 태도 정도다. 재벌에 대한 각각의 입장, 어떻게 보고 있나. 김수진 "재벌에 대한 태도는 국정의 패러다임을 어떻게 설정할 것이냐에 따라 내년 총선과 대선에서도 중요한 이슈가 될 것은 분명하다. 특히 민주당을 포함한 민주세력, 진보개혁세력이 이 문제에 대한 정책대안을 마련해 제기해야 한다. 분명한 것은 재벌에 대한 규제나 통제가 마련돼야 한다는 점이다.
그럼에도 당장에 재벌타도, 재벌해체, 이런 주장은 현실적이라고 보지 않는다. 그렇기 때문에 재벌의 탈법행위를 어떻게 규제하고, 감시하느냐가 굉장히 중요하다.
재벌에 대한 박원순 예비후보의 태도를 분석하면 이렇게 볼 수 있다. 시민운동 활동 초반인 1990년대에는 참여연대에서 권력감시운동의 일환으로 재벌에 대해 혹독한 비판과 감시를 했다. 소액주주운동으로 대표되는 재벌개혁운동은 한국 경제에 큰 획을 그었다. 또 자신이 참여연대를 떠난 뒤에도 끊임없이 재벌감시가 이뤄질 수 있도록 토대를 만들었다.
자신은 참여연대를 떠나 재벌의 사회적 책임에 주목했다. 재벌에게 돈을 받아 나눔과 베풂으로 풀어낸 것이 아름다운재단과 아름다운가게다. 재벌감시에서 한발 더 나가 재벌을 설득해 사회적 책임을 지도록 만든 것이다. 이런 행동이 과연 비판받을 일인가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
박영선 예비후보는 박원순 예비후보를 향해 재벌로부터 금전적 지원을 받은 분이라고 공격하고 있는데, 아무래도 그 바닥에 깔린 입장은 재벌개혁인 것으로 해석한다. 다만, 소액주주운동처럼 구체적으로 어떻게 재벌개혁을 할 수 있는지, 구체적인 청사진 제시가 필요하다고 본다."
이병천 "박영선 예비후보는 재벌의 저격수다. 그런 활동에 대해서 상당히 인정할 부분이 많다고 생각한다. 특히 BBK 의혹을 파헤치고, 검증하고, 문제제기하는 데서는 아마도 서울시민들이 놀랄 수준이라고 판단한다.
현재는 재벌을 감시하고 비판하는 것과 동시에 어떻게 재벌의 재탄생을 사회적으로 만들어낼 것이냐가 쟁점이 아닌가 싶다. 앞서 김 교수께서 언급하신 대로 기업의 사회적 책임 문제다. 기업의 사회적 책임은 비단 한국사회 뿐 아니라 해외 여러 나라에서도 정책적으로 도입되는 아주 중요한 기업윤리에 해당된다.
과연 이 같은 기업윤리를 대한민국의 재벌이 지키고 있는지, 관련해서 어떻게 이들의 사회적 책임을 이끌어낼 것인지, 이에 대한 대안적 논의가 필요하다고 본다. 재벌개혁을 통해 아래로부터의 사회경제시스템을 어떻게 구성할지 등에 대해서는 모두가 머리를 맞대고 논의해야 할 아주 중요한 문제라고 생각한다."
- MB정권 내내 국민들은 '불통의 정치'라고 비판했었다. 현재 범야권단일후보가 되려고 경선에 참여하고 있는 각 당과 시민후보는 불통의 정치를 어떻게 극복해야 한다고 생각하나.
김수진 "한나라당 나경원 후보조차도 불통의 문제를 비판하고 소통을 강조한다. 이를 어떻게 구체적으로 실천할 것이냐, 실제로 어떤 루트를 통해 정책을 만들어낼 것이냐, 중요한 문제라고 생각한다. 이 부분에서 '시민이 시장'이라고 강조한 것은 매우 유의미한 접근이라고 판단한다."
- 야권후보들이 범야권단일후보가 되기 위해 경선하고 있지만, 한나라당과 승부할 최후의 1인이 결정되면 향후 지방공동정부 구성과 운영 등이 쟁점이 될 수 있다고 본다. 이 문제를 포함해 야권연대와 야권통합에 대해서는 어떤 입장인가.김수진 "민주당에 대해 지속적으로 애정을 표시해 온 지식인으로서 민주당이 만약 이번 경선에서 박원순 변호사에게 패배한다 해도 이것은 오히려 민주당의 변화와 발전에 훨씬 좋은 약이 될 것이라고 판단한다. 현재 민주당에 확실히 필요한 건 당 체제 개혁과 혁신이다. 민주당이 이번 선거를 통해 확실히 거듭나는 모습을 보여야 그 힘으로 내년 총선과 대선에 앞서 야권의 구심과 중심으로 거듭날 수 있을 것이라 전망한다."
이병천 "한국정치에는 변화가 필요하다. 그러려면 새로운 동력을 얻어야 한다. 민주당의 재탄생 기회로 삼아야 한다. 한나라당과 보수정권에 맞서 경쟁하려면 더 튼실한 요건을 갖춰야 한다. 이번 서울시장 보궐선거는 내년 총선과 대선을 앞둔 민주당에 새로운 전기가 돼야 한다.
경선과정에서 서로 헐뜯고 상처내고 막말로 싸운다면 새로운 정치의 동력을 민주당이 가져갈 수가 없다. 따라서 민주당이 새로운 동력을 얻기 위해서는 '시민정치적 동력'이 뒷받침돼야 한다. 새로운 정치제도화가 되려면 경선에서 상처내기 흠집내기로 가서는 곤란하다. 정책대결로 국민들에게 신선한 충격을 안겨줘야 할 것이다. 새로운 정책대안이 아쉽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