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것들 달리기라도 한번 시켜 봐, 그러면 열심히 뛰어서 1등 할 생각을 해야지, 이거는 출발 소리와 함께 뛴다는 게 뭐~어? 이렇게? 이~렇~게? 또 어떤 것들은 이렇게 뛰고 앉았어, 이거는 뭐야, 이거는... 머리는 왜 잡고 뛰는 거야."
지난 9월 11일 <개그콘서트> '두분토론'에서 박영진 남하당 대표가 한 말이다. 난 이 말을 듣고 박장대소를 했다. 딱 내 친구들이 하는 행동이었기 때문이다. 같은 여자지만 내가 봐도 우스꽝스러워서 종종 아빠 앞에서 친구들 흉내를 냈는데 이날 박영진 대표가 똑같은 흉내를 낸 것이다.
정말이지 학교 체육 시간에 보면 가~관이다.
머리 붙잡고 뛰고, "엄마야" 하며 뒤로 숨고체력검사 중 하나로 멀리뛰기를 채점하는 시간이었다. 어떤 애들은 머리 붙잡고 폴짝 뛰고, 어떤 애들은 뛴다기보다 거의 걷다가 혼났다. 이렇게 제대로 안 뛰는 여자애들이 몇몇 있었다. 개중에는 멀리뛰기가 1m도 안 나오는 애들도 있었다. 모양 신경쓰느라 제대로 못 뛴 애들이 답~답했다.
머리만 붙잡고 뛰는 것뿐만 아니라 '오버'하는 것도 몇몇 여자애들의 특징이다. 한번은 반 대항 피구를 했다. 열심히 하는 애들은 정말 열심히 뛰지만 일부 애들은 구석으로 몸을 피하기 바쁘다. 이해한다. 공이 오는 데 피해야지. 그런데 요란을 떨면서 피해다니는 애들이 있다. 공만 움직였다 하면 "엄마야" 하고 소리치며 이리저리 몸을 피하는 애들.
사실 말은 이렇게 하지만 나도 뭐 그리 잘하는 건 아니다. 무엇보다 친구들이 그렇게 하는 거 이해도 한다. 여드름이 많이 나는 시기인 만큼 앞머리가 '까지는' 게 싫다. 꼭 여드름이 아니더라도 얼굴이 크거나 이마가 넓거나 하면 보기 안 좋다는 게 일종의 '기준'인 만큼 앞머리를 훤히 보이고 뛰는 게 '쪽팔리기도' 하다.
'오버'도 이해한다. 나도 처음엔 나도 모르게 "엄마야!" 하고 소리치거나 친구 붙잡고 뒤로 숨거나 했으니까(운동을 좋아해서 자꾸 하다보니까 익숙해져서 그런 행동은 자연스레 안 하게 됐다).
여중이었다면 씩씩하게 뛰는 애들이 더 많지 않을까다만, 다른 이유 말고 남자들 눈치 때문이라면, 눈치 안 보는 습관을 들이자고 하고 싶다.
솔직히 말해 만약 우리 중학교가 여중이었다면 아마 앞머리를 휘날리며 엄청난 속력으로 뛰었을 것이다. 사춘기에는 이성에 관심이 생기기 때문에 아무래도 남자애들 눈치를 보게 된다.
'솔까봐'(솔직히 까고 말하면)로 물론 그런 것을 일일이 걸고 넘어지는 '찌질한' 남자애들도 있겠지만, 대부분은 그런 거에 신경 안 쓴다. 그리고 맨날 이렇게 눈치보고 다니다 보면 죽을 때도 눈치보고 죽을 것 같다.
새로운 이미지를 가져보는 것이 어떨까. 솔직한 자세로 최선을 다하는 것이 더 멋있다. 이젠 앞머리 '까고' 마음껏 달려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