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울 30일, 전날 비가오더니 오늘은 화창하게 개었다. 사방에서 가을 냄새가 풀풀 풍긴다. 비온 뒤끝이라 그런지 기온이 뚝 떨어졌다. 아침 9시 30분, 40여 명의 문인을 태운 버스가 서서히 도심을 벗어나기 시작한다. 오늘은 서울하늘도 유난히 맑고 푸르다. 매일 이런 하늘이었으면 하고 기원해 본다.
복잡한 서울을 벗어나 강원도 땅으로 접어들자 산은 서서히 가을 냄새를 풍기고 있다. 아직은 단풍철이 아니자만 나무들은 짙은 녹음에서 벗어나 가을 채비를 서두르고 있다. 호반의 도시 춘천이 가까워지자 버스는 강변길을 달리기 시작한다. 푸른 강을 바라보니 몸도 마음도 확 구멍이 난 것 같이 시원하다.
문학공원 행사장으로 가는 길이다. 아직 우리나라는 문학공원이라는 곳이 따로 없다. 전국에 시비공원은 여러 곳 있다. 과연 문학공원이 어떤 모습일까, 나는 버스를 타고 가면서 내내 궁금하게 생각했다. 의암호로 가는 곳에는 시 같은 풍경들이 펼쳐지고 있다. 군데군데 코스모스가 가을임을 알리고 있다.
북한 강변길을 따라 얼마를 달렸을까. 이윽고 목적지에 도착했다. 눈앞에 기막힌 풍광이 나타났다. 아름다운 호수와 호수를 둘러싸고 있는 그리 높지도, 낮지도 않는 산들이 병풍처럼 둘러 처져 있다. 우리 강산도 이렇게 아름답구나 하는 찬사가 저절로 튀어 나온다. 문득 달밤에 연인과 함께 이 길을 걷는다면, 혼자 미소 지어 본다.
버스가 멈춘 곳은 춘천시 서면 금산리 작은 공터였다. 바로 눈앞에 문학공원이 보였다. 그리 크지 않은 공지에 나무들이 심어지고 아직 잔디는 뿌리가 내리지 않은 듯이 누렇게 보였다. 행사장으로 가는 길에는 하얀 천이 놓여 있다. 행사장 준비가 만들어진 곳까지 연결되어 있다. 행사장 앞에는 의자가 놓여 있고 뭔가 어설퍼 보이는 분위를 주변의 호수와 부들 밭, 갈대숲이 잘 커버해 주고 있다.
오후 3시 이윽고 행사가 시작 되었다. 많은 지방 유지들이 참석했다. 원주지방 국토관리청 정병윤 청장은 축사를 통해 비록 규모는 작지만 앞으로 강원도에서 노벨문학상을 받는 훌륭한 문인이 배출되어 이 문학공원을 채워주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최문순 강원도지사는 강변문화를 통해 마음의 고향을 찾는 곳이 되어달라는 축사를 보내왔다. 강원도 도의의장의 축사가 이어졌다.
한국문인협회 정종명 이사장은 답사를 통해 자신도 어렸을 때 강릉고등학교 출신이라고 강조한 후 호반의 도시 춘천에 문학공원이 서기 까지 노고를 아끼지 않은 많은 분들에게 감사를 표시한다고 말했다. 특히 문학공원은 한국문인협회 50년사에 처음 있는 일로 앞으로 이런 공원들이 전국각지에 많이 생기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문학공원은 문학저변 확대에 크게 도움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축하 공연이 있은 다음 시낭송이 이어졌다. 특히 이 고장이 배출한 강원도 문화상을 받은 이영순 시인님의 '저문강 하늘문'을 낭송할 때는 강물과 하늘과 가을이 잘 어우러져 저무는 문학공원 행사를 더욱 빛내 주었다. 이어서 문인협회 부이사장 박성배 시인님의 시낭송이 계속 되었다.
문학공원 상징물인 제막식 행사가 이어졌다. 하얀 보료가 벗겨지자 '문학의 힘 문인의 꿈'이란 힘찬 글씨가 가을 햇볕에 힘차게 꿈틀거리고 있었다. 그 아래는 문인협회 마크가 성명하게 새겨 져 있다. 조형물 위쪽에는 문인들의 상징물인 검은 모자가 놓여 있다. 이를 바라보는 문인들은 다시 한 번 뿌듯함을 느끼는 순간이었다.
호반 주위로 잘 만들어진 자전거 길을 도보하는 것으로 하루 일정을 끝냈다. 기자는 버스를 타고 돌아오면서 이 행사가 일회성이 되지 않기를 바라고 있다. 춘천은 김유정 같은 훌륭한 문인을 배출한 도시다. 앞으로 문인들의 시비도 세울 기획이라고 하니 잘 가꾸면 2018년 평창 올림픽과 함께 새로운 관광명소로 탄생하게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