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벨상 수상자가 발표 직전 사망하는 일이 벌어져 노벨위원회가 당혹스러워하고 있다.
노벨위원회는 3일(한국시간) 올해 노벨 생리의학상 공동 수상자로 랄프 슈타인먼을 선정해 발표를 앞두고 있었지만 지난달 30일 췌장암으로 투병하다가 68세를 일기로 숨진 것을 뒤늦게 알았다고 밝혔다.
슈타인먼은 면역체계 활성화 연구 성과를 인정받아 브루스 A. 보이틀러(미국), 율레스 A. 호프만(룩셈부르크)과 함께 노벨 생리의학상 수상자로 선정됐다.
하지만 슈타인먼이 연구원으로 활동했던 미국 뉴욕 록펠러대학은 이날 공식 성명을 통해 슈타인먼이 4년 전부터 췌장암 판정을 받아 오랜 투병생활을 해왔으며 지난달 30일 숨졌다고 발표했다.
캐나다 몬트리올 출신의 슈타인먼은 하버드대학에서 의학을 전공했고 1973년 체내 면역시스템을 총괄하는 '수지상세포(dendritic cell)'의 존재를 처음으로 규명해내면서 의학계의 주목을 받았다.
슈타인먼은 내년 10월 대구에서 열리는 국제수지상심포지엄에도 참석할 예정이었기 때문에 안타까움을 더했다.
노벨위원회는 "매우 슬프고 유감"이라며 "슈타인먼의 가족들과 동료들에게 애도를 표한다"고 밝혔다. 또한 새로운 수상자를 선정하지 않는다는 방침이지만 슈타인먼의 수상 절차에 대해서는 전례가 없어 깊은 고민에 빠졌다.
노벨상은 수상자가 발표된 이후 수상식이 열리기 전에 숨지는 경우 추서하는 것이 관례였고 지난 1996년 경제학상 수상자인 윌리엄 비커리가 수상 발표 후 며칠 뒤 사망해 추서된 적이 있다.
하지만 슈타인먼처럼 이미 사망한 것을 몰랐다가 수상자를 발표하고 나서야 뒤늦게 알게 된 경우는 처음이기 때문이다.
노벨상은 사망한 사람이 수상할 수 없도록 되어있지만 노벨위원회 괴란 한손 위원장은 "수상사 선정 과정에서 사망 여부를 몰랐기 때문에 수상이 유효할 것"이라며 "관련 규정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한편 보이틀러는 병원체를 인지하는 단백질인 TLR(Toll-Like receptors)를 규명해냈고, 호프만은 초파리를 이용한 실험을 통해 선천성 면역체계를 밝혀낸 공고를 인정받으며 노벨 생리의학상 수상자로 선정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