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오연호,황방열, 이승훈사진:남소연, 동영상:김윤상·박정호
10·26 서울시장 보궐선거 초반전, 그동안 한나라당에서 후보보다 더 주목 받고 있는 이는 바로 박근혜 전 대표였다. 언론의 관심은 온통 한나라당 나경원 후보의 일거수일투족 보다 박 전 대표의 선거 지원 여부에 쏠려 있었다.
나 후보가 "출마 선언한 후 기자들이 매일 물어보는 질문이 박 전 대표가 지원하느냐, 언제 만나느냐다"라고 토로할 정도였다. 사실 나 후보도 야권 단일후보로 선출된 박원순 후보에 비해 열세인 초반 지지율을 극복하기 위해서는 박 전 대표의 도움이 절실한 게 사실이다.
하지만 나 후보는 4일 오연호 <오마이뉴스>대표기자와 정치팀 기자들을 만나 박 전 대표의 선거 지원에 대해 "언제, 어떤 방식으로 지원에 나설지에 대해서는 그의 판단을 존중해야 한다"며 "언론에서 강요할 문제는 아니었다"고 말했다.
박 전 대표가 김정권 사무총장의 선거 지원 요청에 "나 후보를 돕겠다"고 했다는 전언에 대해서도 "박 전 대표가 직접 그렇게 말한 것인지 먼저 확인해 봐야할 것 같다"며 신중한 태도를 보였다.
그러면서 나 후보는 박 전 대표와의 공감대를 강조하기도 했다. 그는 "지난 1년 사이에 박 전 대표와 단독으로 만난 적이 꽤 있는데 정치적 철학이나 복지 문제에 대해서 (생각이) 다른 게 없다"며 "박 전 대표의 사회보장법 개정안도 공동 발의했다"고 강조했다.
여성 서울시장은 여성 대통령이 탄생하는 데 걸림돌이 될 것이라는 지적에 대해서도 "박 전 대표도 그렇게 말한 적이 없다, 남성우월적 사고"라고 반박했다.
나 후보는 서울시장 보궐선거를 촉발한 무상급식에 대한 생각도 밝혔다. 그는 "서울시장에게 필요한 게 갈등조정 능력"이라며 "무상급식은 단계적 확대가 원칙이지만 '오세훈식'으로 추진하지는 않겠다"고 강조했다.
나 후보는 인터뷰 중간 당 후보 선정 과정에서 있었던 잡음에 대해서 섭섭함을 토로하기도 했다. 그는 '당 외부에서 후보를 찾다가 실패한 후 출마하게 됐는데 섭섭하지 않았느냐'는 질문에 "섭섭하지 않았다면 거짓말이지만 애국심과 서울시의 미래에 대한 사명감으로 출마를 결심했다"고 밝혔다.
끝으로 서울시장이 될 경우 추진할 시정 방향에 대해서 나 후보는 "서울의 도시 경쟁력이 10위권 안에 들어왔으니 이제는 시민의 삶을 봐야할 때"라며 "시정의 기준을 사회적 약자의 삶으로 삼고 생활이 편리한 서울을 만드는 데 우선순위를 둘 것"이라고 밝혔다.
다음은 나경원 후보와 나눈 일문일답을 정리한 것이다.
"무상급식은 단계적 확대가 원칙... 오세훈식으로는 하지 않을 것" - 오세훈 전 시장이 밀어붙인 무상급식 주민투표로 인해 이번 선거가 치러지게 됐다. 주민투표 결과 개함을 못한 것은 사실상 심판을 받았다고 볼 수 있는데 한나라당이 후보를 내야하느냐는 지적이 있다. "처음부터 저는 무상급식 문제로 주민투표를 실시하는 것에 대해 반대했다. 하지만 주민주표가 시작된 다음에는 당 차원에서 지원 약속을 했기 때문에 당연히 도와야 한다고 생각했다. 지난번 주민투표는 무상급식 하나만을 위한 선거가 아니라 우리나라 복지 확충 방향이 어떤 식으로 이루어져야 하는지를 결정하는 의미를 가진 중요한 선거였다. 민주당의 불법적 투표 방해가 있었다는 점에서 단순히 투표함을 열지 못했다고 해서 한나라당이 심판 받았다고 볼 수는 없다. 이기고 지고의 문제가 아니라 주민투표에서 드러난 서울시민의 뜻을 겸허하게 받아들여야 하지만 개함에 실패했다고 해서 한나라당 후보를 내서는 안된다는 논리는 맞지 않다."
- 무상급식은 어떻게 추진해야 한다고 보나."제 원칙은 변함이 없다. 복지 확대에 대해서는 적극 찬성하지만 보편적이냐, 선별적이냐의 논쟁으로 가서는 안된다. 필요한 사람에게 필요한 혜택을 주는 게 원칙이다. 무상급식에 대해서도 단계적 확대가 원칙이지만 실제 시장이 되면 시의회와 교육청과 대화를 해야 한다. 서울시장에게 필요한 게 갈등조정 능력이다. 오세훈식으로 추진하지는 않겠다. 내용은 오 전 시장과 같지만 풀어가는 방법론에 있어서는 차이가 있을 것이다."
- 한나라당 후보를 선정하면서 외부 후보를 찾다가 실패한 후 결국 나 후보가 출마하게 됐다. 섭섭하지 않았나. "섭섭하지 않았다면 거짓말이다. 이번 선거는 한나라당에게 매우 중요하지만 결코 유리하지 않은 선거다. 섭섭함도 있었지만 정치에 있어서 대의를 잃어서는 안된다고 생각했다. 애국심과 서울시의 미래에 대한 사명감으로 출마를 결심했다."
"박근혜 전 대표 선거 지원, 강요할 문제 아니었다"
- 박근혜 전 대표의 선거 지원 문제가 관심거리인데 박 전 대표가 나 후보를 부담스러워한다는 이야기가 회자되고 있다. "언론이 그런 식으로 기사를 만들고 있다. 출마 선언한 이후 기자들이 매일 물어보는 질문이 박 전 대표가 지원하느냐, 언제 만나느냐다. 박 전 대표가 직접 특정인을 비토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그동안 이야기를 안꺼내서 그렇지, 지난 1년 사이에 박 전 대표와 단독으로 만난 적이 꽤 있다. 정치적 철학이나 복지 문제에 대해서 (생각이) 다른 게 없다. 박 전 대표가 발의한 사회보장법 개정안도 공동 발의했고 전체적인 한나라당 틀 안에서 차이가 없다."
- 박 전 대표가 김정권 사무총장과 통화에서 "나 후보를 돕겠다"고 말했다고 하는데."박 전 대표가 직접 그렇게 말한 것인지 먼저 확인해 봐야할 것 같다."
- 박 전 대표가 어떤 식으로 지원해야 한다고 보나."한나라당 당원이라면 누구나 자당 후보를 지지하는 것 아닌가. 단 박 전 대표 스스로 생각하는 대선 스케쥴이 있을 것이고 이는 인정돼야 하고, 언제 선거 지원에 나설지, 어떤 방식을 취할지에 대해서도 그의 판단을 존중해야 한다. 마치 박 전 대표가 사적인 계산 때문에 망설이고 있다는 식으로 보도하거나 언론에서 강요할 문제는 아니었다. 저도 지원해달라기 보다 앞으로 조언을 구할 것이다."
- 여성 서울시장은 여성 대통령이 탄생하는 데 걸림돌이 될 것이라는 지적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나."박 전 대표도 그렇게 말한 적 없고 저도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 남성우월적 사고라고 생각한다."
- 출마를 결심하는 과정에서 박 전 대표와 상의했나. "출마 문제로 만나거나 통화한 적은 없다. 이 정도까지만 말씀 드리겠다."
"이제는 삶의 질 살펴볼 때... 생활이 편리한 서울 만들 것" - '오세훈 시정'에 대해서는 어떻게 평가하나. "오 전 시장 시절에는 서울의 경쟁력을 높여야 할 필요가 있었다. 사실 이명박-오세훈 시장을 거치면서 서울의 브랜드 가치가 많이 높아졌다. 그래서 우선순위가 달라졌다. 서울의 도시 경쟁력이 10위권 안에 들어왔으니 이제는 시민의 삶을 봐야할 때다. 생활복지가 중요하다. 시정의 기준을 사회적 약자의 삶으로 삼아야 한다. 약자가 편해지면 모두가 편해지고 강남북 균형발전도 가능해진다."
- 오세훈 전 시장 시절 대표적인 전시성 사업으로 광화문 광장이 꼽히고 있는데 개선할 여기가 있나. "지난해 지방선거 당시 당내 경선 과정에서 그 부분을 비판했다. 예전처럼 복원하기는 어렵겠지만 녹지를 넓히는 것을 고려하고 있다. 특히 광장의 역할을 할 수 있도록 주말에는 차 없는 거리로 만드는 것을 검토하고 있다."
- 서울시 전체예산은 20조 원이 넘지만 계속 사업비, 인건비 등을 빼고 나면 시장이 자기철학을 갖고 사용할 수 있는 예산은 2조5000억 원 정도다. 이걸 어떻게 쓰겠나. "생활이 편한 서울을 만드는 데 우선순위를 둘 생각이다. 시민들 생활 불편을 해소하는 사업을 먼저 해야 한다. 보육시설 확충이 가장 시급하다. 제 대표 공약은 뭘 짓겠다 혹은 부수겠다가 아니라 생활을 편리하게 하는 시정이다."
- 나 의원 지역구인 명동3구역에서 상가 재개발로 인한 세입자들의 권리금 보상문제로 갈등이 컸다. 중구만의 문제가 아닌 사안이다. 지난 8월 4일 이 문제에 대해 합리적 제도적 개선책을 만들겠다고 했는데, 어떻게 되고 있나. "아직 마무리를 못했다. 세입자 문제 중 가장 중요한 게 권리금이 제대로 보상되지 않는 부분이다. 권리금을 보상해주는 것도 법 논리에 맞지 않지만 전혀 보상해주지 않는 것도 현실에 맞지 않는다. 지금처럼 버티면 더 받는다는 식으로 가서는 악순환이 끊임없이 반복될 수밖에 없다. 세입자가 재개발 구역인지 알고 들어왔는지, 몇 년동안 장사를 했는지 등을 종합적으로 따져 합리적인 기준을 만들어야 한다."
- 취업 문제 등으로 고민이 많은 젊은 층에 비해 사학재단 이사장 집안에 판사부부 출신 등 여러 면에서 서울시민들이 거리감을 느낄 수 있는 '스펙'인데 부담스럽지 않나. "젊은 사람들과 소통하기 위해서 모든 환경이 같아져야 한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젊은 층의 생각을 이해하고 그들의 필요에 반응할 수 있어야 한다. 젊은층의 가장 큰 고민이 취업이다. 취업이 안되니 창업이라도 하고 싶은데 마땅한 공간도 없다. 그래서 서울시 전역에 10만 평 규모의 공간을 마련해 청년 창업을 지원하고 실패했어도 도덕적 해이만 없었다면 다시 재기할 수 있는 기회를 주는 정책을 마련할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