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학부모와 학생을 3시간씩 세워둔 채 폭언을 해 물의를 일으킨 안산 A중학교 B교장(여)에 대해 직위해제 조처가 내려졌다.
경기도교육청은 10일 교원으로서의 품위유지 의무를 위반한 B교장을 직위해제 했다고 밝혔다. 직위해제와 동시에 대기발령을 받은 B교장은 오는 11월 열리는 징계위원회에 회부된다.
앞서 지난 4일 도교육청은 "조사 결과 B교장이 학부모와 학생에게 폭언을 하고, 일부 교사들에게 출·퇴근 시 전철역이나 자택이 있는 고양시까지 차를 태워 달라고 요구했던 것으로 확인됐다"며 "징계위원회에 중징계를 요구하기로 했다"고 밝힌 바 있다. 중징계에는 정직과 강등·해임·파면이 있다.
<오마이뉴스>의 최초 보도(
"너 술집 나가냐?" "야, 왜 지랄이야?"...학부모도 벌세운 무서운 교장선생님) 직후인 지난 달 9일 A중학교에 대한 감사에 착수했던 경기도교육청은 B교장의 비위혐의를 상당부분 확인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 해당학교 교직원들이 감사 기간 동안 연명으로 B교장의 비리와 폭언, 인격모독 행위 등을 밝혀줄 것을 요구하는 문서를 작성해서 도교육청 관계자에게 전달했던 것으로 뒤늦게 밝혀졌다. 이 문서에는 이 학교 전체 교직원 80여 명 중 58명이 서명했다.
남성교사에 대한 성추행, 성희롱 의혹도
일부 교사들은 이 문건에서 B교장에게 성추행 및 희롱, 성적 폭언을 당했다고 주장했다. 도교육청은 이런 의혹 중 상당부분이 사실로 인정된다는 결론을 내렸다.
<오마이뉴스>가 지난 4일 단독으로 입수한 '사안서'란 제목의 문건에 따르면 이 학교의 한 남성 교사는 "결재를 받으러 교장실에 들어갔는데, B교장이 결재건과는 아무런 상관없이 '너 복근 있냐?'하면서 자신의 배를 만지고 직접 옷을 들어 올리려고 했다"고 주장했다.
이 교사는 또 "티셔츠를 입고 결재를 받으러 갔을 때 B교장이 '야 너 젖꼭지 보인다' '젖꼭지 튀어나왔다'라고 말했다"고 밝혔다.
이 교사는 <오마이뉴스>와 전화통화에서 이런 내용은 모두 사실이라고 말했다.
또 B교장은 여교사들에게도 "보여줄 것도 없으면서 그런 티셔츠는 왜 입어?" "니 브래지어 속이나 들여다봐라"는 등의 발언을 해 수치심을 느끼게 했다는 것이 이 학교 교직원들의 증언이다.
문건에 따르면 B교장의 부적절한 폭언은 때와 장소를 가리지 않았다. 관련 내용은 이렇다.
지난 7월 기말고사 기간에 가출한 여학생 관련, 담임교사가 보고를 하러 교장실에 들어갔다. B교장은 여러 학부모가 함께 있는 상황(도교육청 감사 결과에서는 교사들 앞에서)에서도 "얘 분명히 남자애들과 잤어"라는 식의 이야기를 해서 당사자를 성적으로 문란한 학생으로 매도했다.
또 다른 교사는 자신이 담임을 맡은 학생이 B교장에게 지적을 당해 선처를 부탁했다. 하지만 B교장은 "이런 XX, 내가 홍어 X이야? 내가 만만해?"라며 성적인 욕설을 했다.
한 교사는 자신의 집까지 자동차로 태워 달라는 B교장의 요구에 "아내가 임신해서 집에 일찍 가봐야 한다"고 완곡히 거절했다. 하지만 B교장은 "하라는 거는 안 하고 그런 거는 잘 하네"라고 말했다.
현행 '남녀고용평등법' 및 '남녀차별금지 및 구제에 관한 법률'은 사업주, 상급자 또는 근로자가 직장내의 지위를 이용하거나 업무와 관련하여 다른 근로자에게 성적인 언동 등으로 성적 굴욕감 또는 혐오감을 느끼게 하는 것을 금지하고 있다. 또한 성적 농담이 행위자의 입장에서 친밀감을 나타내는 표현이었다 하더라도 상대방이 굴욕적이거나 공격적인 성희롱으로 느꼈다면 피해자의 견해를 존중해서 성희롱으로 판단하는 것이 통례이다.
이 학교 교직원들은 이밖에도 B교장이 수의계약으로 교내 음악실 공사를 하면서 공사비를 부풀렸다는 의혹, 지위를 이용한 협박 및 부당한 압력 사례들을 정리해 진상조사에 나선 도교육청 관계자에게 전달했다. A중학교의 한 교사는 4일 기자와 한 통화에서 "도교육청 관계자가 관련 내용을 진술한 교직원들에게 일일이 확인을 받았다"고 밝혔다.
도교육청, "제기된 의혹 상당부분 확인돼"
한편, 경기도교육청 관계자는 "남성 교사에 대한 성추행 부분은 감사팀 내에서 '명백하고 객관적인 성추행'으로 볼 수 있을지에 대한 이견이 있었다, 하지만 그 외에 B교장이 수시로 성적인 욕설을 하거나 폭언을 해온 사실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가출한 여학생을 성적으로 문란한 학생으로 매도한 발언도 사실로 확인됐다.
또 이 관계자는 "학교 조달물품 구매∙선정 과정에서 B교장이 위원회 회의록 등을 허위작성 하는 등 절차적인 하자가 있었다는 사실도 확인했다"고 밝혔다.
안산교육희망네트워크(준) 김명희 준비위원은 "가출했다는 이유로 여학생을 성적으로 문란한 학생으로 매도한 것은 아이들을 선도할 책임이 있는 교장의 발언으로는 도저히 믿기지 않는다"며 "교육자로서의 기본적 자질이 의심스럽다"고 말했다.
전국교직원노동조합 정태연 안산지회장은 <오마이뉴스>와 한 통화에서 "A중학교는 교장 2명이 연이어 징계를 받아 임기를 못채우고 떠나게 되었다"며 "무엇보다 이런 사태의 가장 큰 피해자는 학생과 학부모들"이라고 밝혔다.
정 지회장은 또 "전임 학교에서도 비리를 저질러 징계를 받았던 B교장이 교과부 인사소청을 거쳐 A중학교에 부임을 할 수 있었던 것 자체가 문제"라며 "다시는 교단에 발을 붙일 수 없게 파면 징계를 내려야 한다"고 주장했다.
무엇보다도 학교정상화에 대한 특단의 조처가 필요한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왔다. A중학교의 한 학부모는 기자와 한 통화에서 "이 학교에 발령받아 온 교장들이 모두 좋지 않은 일로 중도에 학교를 떠나게 되어 참담한 심정"이라며 "정말 아이들과 학부모들에게 존경 받을 수 있는 분이 학교를 맡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또 그는 "학부모들끼리 모이면 '또 아이들이 상처 받으면 어떻게 하느냐'는 걱정들을 많이 한다"며 "교육청도 이런 우려를 귀담아 들어주셨으면 한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