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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인사하는 이희호 여사 이희호 여사가 나눔공동체에서 인사하는 모습
ⓒ 이승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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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러분 모두 꼭 건강하세요. 다음에 제가 다시 찾아왔을 때도 건강한 모습 뵈올 수 있게요."

고 김대중 대통령의 부인 이희호 여사의 짧은 인사말이 끝나자 모두들 박수를 짝짝짝 친다. 뒤이어 최선규 집사(아나운서)의 이 여사에 대한 간단한 소개 후에 곧 배식이 시작됐다. 이희호 여사는 주방으로 들어가 앞치마를 두르고 배식 도우미로 나섰다. 음식을 나누는 사람들은 대부분 노인들, 서울역 인근에 사는 쪽방촌 노인들과 노숙인들이었다.

5일 정오경 서울역 인근에 있는 나눔공동체 '해돋는 마을'이 운영하는 무료급식소 '따스한 채움터'는 구수한 음식 냄새와 함께 정겨움이 가득 넘쳐나고 있었다. 이날 이곳을 찾은 사람들은 500여 명, 식당이 비좁아 한꺼번에 들어갈 수 없어 밖에는 긴 줄이 이어져 있었지만 불평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김원일 목사와 이희호 여사, 최선규 아나운서
 김원일 목사와 이희호 여사, 최선규 아나운서
ⓒ 이승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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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이 없어서 매주 일요일에만 나와서 봉사를 하는데 오늘은 우연히 시간이 나서 나왔습니다."

앞치마를 두르고 봉사에 바쁜 최선규 아나운서에게 매일 이렇게 봉사를 하느냐고 물으니 대답하는 말이다. 매일 이렇게 이곳을 찾는 사람들이 많으냐고 물으니 평일엔 200여 명씩이지만 서울역 광장 천막교회에서 예배가 있는 수요일과 일요일은 500여 명씩 식사를 한다고 한다. 최선규 아나운서는 이 공동체 운영위원장을 맡아 봉사하고 있었다.

마침 근처에서 음식을 나누는 노인들을 돌보던 이 공동체 대표 김원일 목사에게 '매일 이렇게 많은 사람들에게 음식을 대접하려면 비용이 만만치 않을 텐데 어떻게 감당하느냐'고 물어보았다.

"많은 분들이 도와주십니다. 여기 최 집사님 같은 분도 많이 도와주시고..."

노령에도 불구하고 오늘 이곳을 방문하여 가난한 노인들과 노숙인들을 위로하고 배식 도우미까지 맡아서 거들어준 이희호 여사도 이날 쌀 50포대를 기증했다고 한다. 번듯한 예배당도 없이 서울역 광장 한 쪽에 임시로 천막을 치고 매주 수요일과 일요일 예배를 드리는 '신생교회'와 김원일 목사가 이 공동체를 운영하는 실제 주인공이었다.

▲ 배식도우미 이희호 여사
ⓒ 이승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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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원일 목사는 10여 년 전부터 청량리역에서 노숙인들을 위한 음식봉사를 해오다가 몇 년 전부터 이곳 서울역 광장에 신생교회를 세웠다. 교회라고 하지만 예배당 건물이 따로 있는 것이 아니었다. 수요일과 일요일에 광장 한쪽에 임시로 천막 몇 개를 이어 붙여 세우고 그 밑에서 예배를 드리는 것이다.

요즘 수많은 교회들이 크고 화려한 예배당을 세우고 세를 과시하는 것과는 전혀 다른 모습이었다. 교인들도 일반교회와는 그 구성원이 너무 달랐다. 천막교회에서 예배를 드리는 신도들은 대부분 인근 쪽방촌에 사는 가난한 사람들, 노인들과 노숙인들이 절대다수를 차지하고 있었다.

서울역 천막교회
 서울역 천막교회
ⓒ 이승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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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 목사의 설교도 매우 독특했다. 술을 마시지 말고 끊으라는 말이 강하게 강조되었다. 노숙자들과 쪽방촌 사람들이 대부분 술 때문에 건강과 삶의 의욕을 잃고 살아가는 것에 착안한 말인 듯했다. 신생교회는 양평에 '재활 공동체 해돋는 마을'을 운영하고 있었다. 노숙자들에 대한 상담이 매일 이루어지고 희망자와 재활가능한 사람들을 해돋는 마을에 6개월에서 12개월까지 입소시켜 훈련하여 재활을 돕는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었다.

예배당 건물도 없이 매일 수백명의 가난한 노인들과 노숙인들의 밥상을 차려주는 아름다운 나눔 공동체를 운영하는 김원일 목사와 신생교회. 그리고 그 밥상 차리기에 50포대의 쌀과 배식 도우미로 참여한 이희호 여사의 따스한 마음이 어우러진 10월 5일 점심시간 서울역 "따스한 채움터"는 정말 따사로운 공간이었다.


태그:#이희호, #김원일 목사, #최선규, #신생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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