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개그콘서트-애정남'이라는 코너는 번뜩이는 공감개그로 그야마로 장안의 화제입니다. '애정남'이란, '애매한 것을 정해 주는 남자'의 축약어로 누구나 고민하지만 확실한 기준이 없는 '애매모호'한 상황을 깔끔하게 정리해줍니다. 가령, 마트 시식 코너에선 몇 개까지 먹어야 하는지, 한밤중 깨서 우는 아이의 기저귀는 엄마·아빠 중 누가 갈아줘야 하는지 따위의 사소하지만 애매한 일상을 정리해 주는 풍자 개그입니다. 이렇게 뭐든지 척척 판정하는 '애정남'이라면 식당여성노동자의 호칭도 명쾌하게 정리해주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그래서 '애정남'을 패러디해봤습니다. 항상 부르는 사람도 뭔가 어색하고 서빙하시는 분도 항상 불편했던, 답 안 나오는 난제중의 난제인 호칭에 대해 해학적으로 풍자하는 새로운 시도를 선보입니다. 단, 주의 사항이 있습니다. 절대 원칙과 기준은 아니라는 겁니다. 이 기사에 나온 대로 오늘부터 꼭 이렇게 부르라는 건 절대 아닙니다~잉. 또, 여성민우회의 공모에 이대로 응모해서 떨어졌다고 딴말 없기에요~잉. '애정남' 패러디는 참고만 하시고 각자 기발한 발상으로 여성민우회의 문을 두드려보면 어떨까요. 왜? 그들은 우리들의 '영원한 가족'이니까요. ('애정남'을 한 번도 시청하지 않으신 분은, 재미가 대폭 감소할 수 있습니다.) - 기자 주
사회자 :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세상을 살면서 굉장히 애매한 것 때문에, 사소한 것 때문에 굉장히 다툼이 많이 납니다. 이런 애매한 것들을 저희가 정해드리도록 하겠습니다. 지금 제 옆에는요, 애매한 것들을 정해주는 남자, 애정남의 대표 최효종씨 나오셨습니다.
최효종 : 안녕하십니까? 애매한 것들을 정해주는 남자, 애정남입니다. 여러분, 우리 대한민국이 왜 아름다운지 아십니까? 바로 보이지 않는 약속들을 지키고 있기 때문입니다잉~ 이 약속들을 정해놓고 지키고 있기 때문에 아름다운 겁니다잉~ 우선, 옛날에는 50대만 되어도 할머니라고 불렀는데 요즘은 가꾸는 분들이 많아서 50대는 이젠 할머니 축에도 못 낍니다. 하지만 할머니도 애매한 분들이 있습니다잉….
40대나 50대밖에 안 되었는데, 결혼을 빨리해서 손자손녀가 있다. 요거, 할머니라고 부르기도 그렇고 안 부르기도 그렇고, 참 애매합니다잉~ 아... 이거 참, 어떻게 불러야 할지 모르겠습니다잉~ 그래서 이거 오늘 제가 딱 정해드립니다잉~ 뭐라고 불러야 하는지 결론을 내 드립니다잉~
손잡고 온 아이들이 '할머니'라고 따라 다니며, 손자 손녀가 확실한 것 같다, 그러면 나이에 관계없이 무조건 할머니입니다잉~ 누나, 고모, 아줌마… 이런 거 무조건 안 됩니다잉~! 지금 정한 겁니다잉! 그리고 나이로 봤을 때 50대와 60대 사이라 할머니인지 고모인지 애매하다~ 요럴 때도 참 애매합니다잉~ 그래서 이것도 오늘 제가 정해드립니다잉~ 뭐라고 불러야 하는지 결론을 내 드립니다잉~
우리나라 노약자 우대 기준을 살펴볼 때 만 65세 이상을 노약자라고 하니까, 65세 이상 되신 여성분만 할머니라고 불러야 합니다잉! 원래 정해져 있던 거에 입힌 겁니다잉~ 이제 딱 정한 겁니다! 그렇다고 요거 안 지킨다고 쇠고랑 안 찹니다잉~ 경찰 출동 안 합니다잉~
65세 이상이 '노약자'...'할머니' 호칭은 65세부터
사회자 : 알겠습니다. 그러면, 본격적인 주제로 한번 들어가 보도록 하겠습니다. 저희가 시청자들의 사연을 받아봤습니다. 첫 번째 사연입니다.
'안녕하세요. 여기는 한국여성민우회입니다. 외국의 레스토랑이나 음식점들은 서빙에 종사하는 여성근로자들을 부를 때 명찰에 달린 이름을 보며 정중하게 부탁을 합니다. 그런데, 우리는 여자 종업원을 부를 때 아주머니, 아줌마, 아가씨, 이모, 학생 등으로 부르고 이것도 모자라 여기요, 저기요, 이봐요 등을 씁니다. 부르는 사람도 뭔가 어색하고 서빙하시는 분도 항상 불편한 호칭임을 느낍니다. 식당여성노동자의 목소리를 들리게 하는 이름 아줌마, 이모, 고모가 아닌 일하는 식당여성노동자를 만날 수 있게 하는 호칭에는 무엇이 적당한가요?'
최효종 : 요거, 참 애매~합니다잉~ 식당여성노동자의 호칭을 찾는 것은 인권적 노동환경 만들기의 첫걸음입니다잉! 호칭이 중요한 게 아니라 그들을 바라보는 시선이 더 중요하지만, 애매~하니까 이것도 제가 딱 정해드립니다잉!
인권을 존중하는 호칭에 대해 정확히 결론을 내 드립니다잉~ 채소와 반찬을 추가하고 싶다~! 그런데 더 가져다주라고 불러야 하는데, 요거 참 애매합니다잉~ 이모도 고모도 아닌 분인데, 여기요 저기요 라고 부를 수도 없고... 또, 못 배운 티 나게 아줌마나 아가씨라고 부를 수도 없고~ 아, 이것 참 어떻게 해야 될지 모르겠습니다잉~ 그래서 이거 오늘 제가 정해드립니다잉~ 뭐라고 불러야 하는지 결론을 내 드립니다잉~
식당 서빙 하는 분 나이가 30대를 넘은 것이 확실하다! 그러면, 무조건 여사님…. 어? '여사님'이나 '사모님'이라는 호칭이 식당여성노동자를 대표하기엔 어딘지 모르게 부족하고 여성만을 부각하는 호칭이라고요? 그렇다면, 이 의견까지 반영해서 제가 확실히 정해드립니다잉~ 일단, 서빙 하는 분이 확실하게 식당 주인이다~, 이럴 땐 성별 구분 없이 무조건 사장님입니다잉~
그리고, 기혼인지 미혼인지 주인인지 동업자인지 종업원인지 모를 때는 무조건 '대리님'으로 통일합니다잉! 여기서, 대리(代理)는 명사로 손님을 대신하여 도와주는 사람이라는 뜻입니다잉~ 사무실에 근무하는 김 대리가 아닙니다잉~ '대리니임~'으로 써도 되고 이름표가 있을 경우에는 '이 대리님~'으로 불러도 됩니다잉~
이렇게 정해주는데도 기를 쓰고 아줌마라고 부른다면, 그건 계란말이 리필은 포기한 것으로 간주합니다잉~ 식사 후 박하사탕도 안 먹겠다는 뜻으로 판단합니다잉~ 앞으로 아줌마란 호칭은 공공질서 위반할 때에는 쓰는 겁니다잉~ 아가씨가 공공질서를 위반했을 때도 사용 가능합니다잉~ 누나, 이모, 고모, 찬모…. 이런 호칭도 앞으론 무조건 안됩니다잉~! 지금 정한 겁니다잉!
'저기, 있잖아요~' 하면서, 한손을 우아하게 들고 손가락을 튕긴다, 그러면 종업원이 알아서 온다? 이러면, 욕 먹는 겁니다잉~ 그런 식으로 불렀는데 종업원이 늦게 왔다! 그렇다고 종업원 욕하면 안되는 겁니다잉~ 욕하면 당신이 나쁜 겁니다잉~ 딱 정한 겁니다잉~
미혼여성이 확실할 경우 '여보세요' 무방
"식당 여성 노동자에게 존중을!" |
한국여성민우회가 9∼10월 두 달간 식당 여성 노동자의 노동인권 보장을 촉구하는 '심심타파 캠페인'을 시작했다. '심심타파'는 '심하게 긴 노동시간, 심하게 낮은 임금 타파'의 줄임말로 특히 식당 여성 노동자들의 노동환경 개선을 위한 공감을 모으기 위해 마련됐다.
민우회가 지난 5∼6월 전국 한식당에서 일하는 여성 297명의 답변을 분석하여 발표한 '식당 여성 노동자 노동인권 실태'에 따르면 이들의 노동권은 법의 사각지대에서 방치돼 있었다.
보고서에 따르면 이들의 평일 하루 평균 노동시간은 11.63시간이고, 장시간 노동에도 시급은 최저임금(4320원)에도 미치지 못했다. 5인 이상 일하는 곳은 12시간 근무시 시급이 3412원(쉬는 시간 1시간 공제시 3772원)에 불과했고, 5인 미만인 곳도 시급이 3827원(쉬는 시간 1시간 빼고 4139원)이었다.
응답자의 64.6%는 일하는 중간에 쉬는 시간이 전혀 없었고, 22.4%는 가족과 일주일에 한 번도 식사를 못했다. 특히 4대 보험에 가입하지 않은 경우는 65%에 달했다. 이들은 손님으로부터 '무시하는 태도나 반말'(27.4%), '음식 재촉이나 잦은 벨소리'(24.6%)를 듣는 게 힘들다고 답했다. 개선을 촉구하는 부분으로는 '임금 인상'(34.8%), '근무시간 축소'(20.4%) 순이었다.
민우회는 '심심타파 캠페인'을 통해 이들의 노동환경 개선을 위해 ▲식당 문을 닫을 즈음엔 식당에 가지 않는다 ▲식당 여성 노동자에게 존중을! 벨은 필요할 때에만! ▲식당에서 일어나는 성희롱을 지나치지 않는다 등 3가지 수칙을 지키자고 제안했다. 이 캠페인은 군포시·인천시, 원주시, 광주광역시 등 7개 지역에서 진행되고 있으며, 이와 함께 식당 여성 노동자 호칭 공모전도 진행하고 있다. |
단, 미혼이 확실하거나 학생일 경우 품위 있게 '매니저님'이라고 불러줍니다잉! 식당 내에서 자체적으로 서열화된 직급에 관계없이 우리가 딱 불러주는 겁니다잉~ 혹시 영어발음이 잘 안 되시는 분이 있다. 요럴 땐 무조건 테이블번호를 부른는 겁니다잉~ '자 여기 3번이요'하고 외치는 겁니다잉~ '언니'라고 부르는 경우가 있는데, 이거 절대 안 됩니다잉~ 이제 딱 정한 겁니다. 앞으로도 호칭은 신중히 가야 합니다잉~
호칭만 신경 써도 그분들 대하는 마음가짐이 딱 달라집니다잉~ 그렇다고 식당가서 반찬 추가로 시키지 말라는 얘기 아닙니다잉~ 이건 법이 아닙니다요, 쇠고랑 안차요~잉~ 경찰 출동 안 합니다잉~ 그냥 우리들의 아름다운 약속입니다잉~
또 단골집은 좀 애매합니다잉~ 자주 가는 음식점의 친한 사장님을 그냥 편하게 거리낌 없이 이모라고 불러도 되는가? 그런데 단골이라는 기준과 얼마나 자주 갔느냐, 이것 또한 기간이 애매합니다~ 10회 미만 방문은, 단골로 간주 안합니다잉~ 그냥 손님입니다잉, 그냥 손님은 내가 정해주는 기준에 따라야 하는 겁니다~
근데 요것도 우리가 정하다 보니까 쪼오끔 껄쩍지근한 게 있습니다잉~ 예를 들면, 외국에 있는 북한식당에 갔는데 그녀(?)들을 보고 뭐라고 불러야 하는가? 요런 거는 어떻게 우리가 쫌… 신비서?
북한식당 서빙하는 그녀들에겐 '복무원 동지' 무방
신비서 : 자 주목!!! 제가 정해드리겠습니다! 여기서는 한국기준을 들이대기에 참 애매합니다잉~ 북한식당에서는 국내법이 적용되지 않기에 뭐라고 불러도 상관없습니다! 그런데 그녀들도 인간적으로 우리와 같은 민족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제가 딱 정합니다! 아리따운 그녀들에게는 꼭 '복무원 동지'라고 불러야 되는 겁니다잉~ 같은 목표 같은 뜻을 품은 것도 아니고 아는 사이도 아닌데 '동지'라고 부르는 거, 하지만 적절한 호칭입니다. 아가씨라고 부르거나 예쁘다고 '미스코리아'나 '소녀시대'라고 부르는 사람도 있는데. 이러면 안 되는 겁니다. 그렇게 맘에 들면 그냥 결혼하세요!
최효종 : 오늘 그러니까, 우리는 항상 손님을 맞이하는 종업원의 서비스정신만 부각할 뿐 종업원들의 인권은 망각하고 있었던 것은 아닐까요? 그러기에, 호칭은 신중히 해야 합니다잉~ 흔히 '여기요'라는 표현을 쓰는데 이는 표준 화법으로 인정하지 않습니다잉~
그렇다고 해서 '여보세요'라는 말을 쓰는데 그리 어울리지도 않습니다. 또, '아주머니' 대신에 '아줌마'를 쓰는 것 역시 상대방을 높이는 느낌이 들지 않으므로 삼가야 합니다잉~ 몇 해 전 신문 독자투고에서 식당 종업원 호칭을 '도움씨'로 하자는 의견도 있었는데 이것도 따르라는 얘기 아닙니다잉~ 이건 법이 아닙니다, 쇠고랑 안찹니다잉~ 경찰출동 안합니다잉~ 그냥 우리들의 아름다운 약속입니다잉~
- 관련기사 : '저기요' '아줌마' '어이', 당신은 뭐라고 하나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