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말마다 이어가는 비영리단체활동가 미국연수, 여행이야기 이어갑니다. 제가 사는 창원시에 바다를 매립하여 인공섬을 만들어 해양신도시를 조성하는 계획이 추진되고 있습니다.
마침 창원시장께서 인공섬을 만들어 조성하는 해양신도시를 뉴욕의 맨해튼처럼 만들겠다고 하였기에 짧은 기간 동안이지만 뉴욕에 머물렀던 경험과 센트럴파크 이야기해 보려고 합니다.
뉴욕에 머무르는 동안 브로드웨이에서 뮤지컬도 보고, 미술관도 보고, 엠파이어스테이트 빌딩에도 올라가고, 유엔본부, 자유의 여신상도 구경하였습니다만, 가장 부러웠던 것은 센트럴파크였습니다.
창원시의 경우 옛창원이나 진해지역은 도심에 상당한 녹지공간이 있습니다만, 옛마산지역의 경우 녹지공간이 턱없이 부족합니다. 따라서 가포신항만 때문에 굳이 바다를 준설하여 매립해야 한다면 그 땅을 몽땅 공원으로 만드는 것이 가장 좋은 방안이라고 생각됩니다.
물론 바다를 매립하지 않을 방법이 있다면 매립하지 않는 것이 최선이고, 꼭 매립할 수밖에 없다면 매립면적을 최소화하는 것이 옳다고 생각합니다. 센트럴파크이야기 좀 더 해보겠습니다.
아침 일찍 엠파이어스테이트 빌딩을 올라가고, 뉴엔 본부와 자유의 여신상을 구경한 후에 각자 가보고 싶은 곳이 달랐습니다. 한 명은 바다가 보고 싶다며 기차를 타고 '롱비치 해변'으로 떠났고, 대부분은 피곤하다면 휴식과 쇼핑을 하러 떠났습니다. 꼭 센트럴파크를 봐야겠다는 사람은 저밖에 없었습니다.
2002년부터 마산 구도심 한복판에 있는 옛 한국은행 터에 '도심공원'을 만들자고 하는 시민운동을 하면서 런던의 하이드파크와 뉴욕의 센트럴파크를 수 없이 예로 들었습니다. 마침 그 무렵 영국과 프랑스로 연수를 다녀오면서 런던 하이드파크는 한 번 둘러보았습니다만, 센트럴파크는 사진으로만 보고 그런 공원이 필요하다고 여러 곳에서 주장하였지요.
그래서 뉴욕까지 왔으니 다른 곳은 안 가봐도 센트럴파크는 꼭 가야겠다고 마음먹고 있었습니다. 아무도 함께 가겠다는 일행이 없어서 혼자서 길을 나섰습니다. 애플매장이 있는 센트럴파크 입구에서 지하철을 내려서 걸어서 반대편 할램가와 만나는 곳까지 지그재그로 걸어갔습니다.
센트럴파크에는 자전거도 탈 수 있고, 공원 관광객을 위한 마차도 있었습니다. 최대한 이 공원을 자세히 둘러보고 싶은 마음 때무에 일부러 직선 구간으로 가지 않고 지그재그로 공원을 살펴보았는데, 실제 공원 내부에는 직선으로 가로질러 갈 수 있는 길도 없었습니다.
인터넷 검색을 해보니 맨해튼 면적은 두 가지가 나옵니다. 각각 60㎢, 81㎢ 인데 맨해튼 섬만 포함하는 면적과 일부 맨해튼 섬 이외의 지역을 포함하는 행정구역상 맨해튼구에 해당되는 면적이라고 합니다. 따라서 그냥 60㎢라고 보면 될 것 같습니다.
뉴욕 맨해튼 면적 60㎢ 1815 만평센트럴파크 면적 3.4㎢ 102만 8500평센트럴파크 잔디밭 1㎢ 30만 6000평센트럴파크 호수면적 06㎢ 18만 4000평마산 해양신도시 0.63㎢ 19만평그중에서 센트럴 파크 면적은 3.4㎢ 약 102만 8500평 정도 됩니다. 어림 계산으로 약 1/20 정도 되는 면적입니다. 이게 숫자로만 봐서는 실감이 잘 나지 않는데요. 서울의 여의도 전체 면적(2.9㎢, 약 89만평)보다 훨씬 큽니다. 센트럴파크의 호수 면적만 하여도 창원시가 인공섬으로 만들려는 마산해양신도시 전체 면적보다 큽니다.
세계에서 가장 큰 도시 공원인 센트럴파크는 연간 2500만명이 찾는 뉴욕 맨해튼의 명소이면서 빌딩숲에 갇혀 살고 있는 맨해튼 시민들의 가장 중요한 휴식 공간이기도 합니다. 어쩌면 센트럴파크가 없었다면 부자들이 맨해튼에서 계속 살지 않았을지도 모르는 일입니다.
놀랍게도 이 거대한 공원은 1840년대에 만들어졌다고 합니다. 맨해튼이 급속히 도시화되자 시인 겸 편집자였던 윌리엄 컬런 브라이언트와 조경건축가였던 앤드루 잭슨 다우닝은 이 섬에 새로운 대규모의 공원을 지어야 한다는 주장을 하였다는 것입니다.
엠파이어스테이트 빌딩이 1930년대에 지어졌는데, 그 전에도 맨해튼에 도시화가 빠르게 진행되었던 모양입니다. 아무튼 이들의 주장이 시민들의 폭넓은 지지를 받아 1856년 주의회가 승인해 준 500만 달러의 예산으로 현재의 공원부지 대부분을 매입하였다고 합니다.
원래 센트럴파크가 자리에는 화장터, 오두막집, 낡은 농가들이 있었던 곳인데 미국에서 처음으로 조경 건축술을 활용하여 공원을 조성하였다고 합니다. 공원 설계는 상금 2000달러의 현상공모에 응모한 33편의 작품 중에서 지형의 자연적 특징을 최대한 활용·개발하여 전원적인 공원을 도모한 건축가 프레더릭 로 옴스테드와 캘버트 복스의 작품이 채택되었다고 합니다.
공사과정에서 수백 만 대 분의 쓰레기와 오염된 토양들이 치워졌고, 약 500만 그루의 나무와 관목을 심었고 상수도를 설치했으며 여러 개의 교량·아치·도로 등을 건설하였다고 합니다. 지금도 센트럴파크에는 거대한 느릅나무만 해도 2만 6000그루가 심어져 큰 숲을 이루고 있습니다.
1840년대에 시작된 센트럴파크 조성 사업이 1차 완공된 것은 1876년이었다고 합니다. 공원의 지형과 식물은 매우 다양하며 평평하게 고른 잔디밭, 완만한 능선, 그늘진 골짜기에서부터 가파르고 바위가 많은 골짜기 등으로 이루어져 있다.
공원 주위의 어느 지점을 가더라도 전망이 좋고 산책로가 있으며, 메트로폴리탄 미술박물관과 동물원, 스케이트장, 거대한 호수, 노천극장, 음악당, 그리고 여러 면의 야구 및 소프트볼 경기장, 어린이 놀이터, 분수가 있었습니다. 3월이라 아직 날씨가 쌀쌀하였지만 적지 않은 관광객들과 맨해튼 시민들이 산책과 운동을 즐기고 있었고, 스케이트장에서는 어린이들이 아이스 하키 연습을 하고 있었습니다.
뉴욕이라는 도시가 매우 빠르고 복잡하게 돌아가는 도시입니다. 지하철을 타고 다녀봐도 그렇고, 타임스퀘어광장에 서 있어봐도 마찬가지입니다. 실제로 세계금융의 중심지라고 하는 곳이니 속도와 순간의 선택이 엄청난 이윤을 안겨주기도 하고 큰 손해를 입기도 하는 곳이겠지요.
그런데 센트럴파크를 둘러보면서 제가 받은 느낌은 한가로움입니다. 길 건너편 애플매장과는 전혀 다른 느낌입니다. 당시 아이패드2가 출시되어 전날 밤부터 애플매장 앞에 길게 줄을 서서 아이패드를 기다리는 진풍경이 연출되던 때였는데, 길 건너 센트럴파크에서는 그런 '속도와 긴장' 같은 것을 전혀 느낄 수 없었습니다.
물론 성큼 성큼 공원들 달리거나 자전거를 타는 사람들, 아이스하키 연습을 하는 아이들에게서 느낄 수 있는 역동성은 있었지만, 전체적인 공원의 느낌은 한가로움입니다. 아마 계절이 여름이었으면 훨씬 더 역동적인 느낌을 받았을지도 모르겠습니다만, 이른 봄이라 많지 않은 사람들이 한가롭게 움직이더군요.
느릿느릿 센트럴파크를 둘러보느라 시간 계획을 잘못 세워서 미국최대의 미술관이라고 하는 메트로폴리탄은 들어가지 못하였습니다. 센트럴파크를 둘러보기 전에 1~2시간이라도 먼저 메트로폴리탄 미술관을 둘러보았으면 하는 아쉬움이 남기는 하였습니다.
뭐 어차피 1~2시간만에 둘러볼 수 있는 곳이 아니기는 하지만, 그래도 일찍 서둘렀더라면 내부에 들어가서 분위기라도 느끼고 나올 수 있었을테니까요. 메트로폴리탄미술관은 폐관시간이 다 되어 도착하여 건물만 구경하고 돌아섰습니다.
한나절 내내 센트럴파크를 다니면서 이런 생각을 하였습니다. 센트럴파크가 없었다면 맨해튼은 사람이 살기에 참 삭막하고 건조한 도시가 되었을 것이라는 겁니다. 뉴욕의 맨해튼, 맨해튼은 센트럴파크가 있어 세계적인 도시가 되었다는 것을 확인 할 수 있었습니다. 아무리 돌이켜 생각해봐도 뉴욕에서 부러웠던 것은 센트럴파크뿐이었습니다.
덧붙이는 글 | 이기사는 블로그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