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진중공업 94명의 정리해고자들은 국회 환경노동위원회의 '권고안'을 받을 것인가? 조남호 회장은 전제 조건을 달아 수용하겠다고 했지만, 해고자들은 받아들일 수 없다는 분위기다.
7일 국회 환노위의 고용노동부 국정감사에서 권고안이 나왔다. 권고안은 "정리해고자 94명을 1년 이내에 재고용"하고 "생계비 2000만 원 이내 지급"이 주요 내용이다. 조남호 회장은 85호 크레인에서 고공농성 중인 김진숙 지도위원이 내려오고 금속노조와 한진중공업지회가 합의하는 조건을 붙여 수용했다.
이날 국회 환노위는 조남호 회장이 금속노조와 교섭을 직접 벌일 것을 요구했고, 조 회장도 수용했다. 10일경 한진중공업과 금속노조의 교섭이 열릴 것으로 보인다.
이날 오전 금속노조는 "국회 권고안을 바탕으로 미흡한 부분에 대해 노동자들의 의견을 수렴하여 회사와 사태해결을 위해 적극적으로 교섭에 나설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그러나 '한진중공업 정리해고 투쟁위원회'(이하 정투위) 소속 조합원들은 '권고안'을 그대로 수용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권고안 따르면 1년 동안 해고자로 있어야... 그대로 받을 수 없어"
박상철 금속노조 위원장과 '정투위' 조합원들은 8일 오후 간담회를 갖고 의견을 나누었다. 이 자리에 참석했던 문철상 금속노조 부산양산지부장은 "조합원들의 분위기는 권고안은 권고일 뿐이라는 입장이다"며 "그러나 어떻게 하든 교섭을 통해 간극을 좁혀야 한다고 했다"고 말했다.
문 지부장은 "조합원들은 현재 '권고안'대로는 받아들일 수 없다는 입장이다. 말이 안된다는 분위기다. 애당초 정리해고 자체가 부당했던 것이기에 받아드일 수 없다는 것이다. 권고안대로 하면 앞으로 1년 동안 해고자로 있어야 한다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문 지부장은 "10일 교섭을 할 것을 국회에서 권고를 한 셈인데, 회사에서는 8일 오후까지 교섭과 관련한 공문이 오지는 않았다. 날짜가 10일이 될지 모르겠지만, 교섭에는 임할 것"이라고 밝혔다.
해고자들은 '정투위'를 조직해 활동하고 있다. 정투위는 박성호(해고)·차해도(비해고) 공동대표가 맡고 있는데, 박성호 대표는 85호 크레인 중간층에서 농성 중이며, 차해도 대표는 한진중공업지회장 선거에 출마했다. 한진중공업지회는 오는 14일 새 지회장을 선출한다.
한진중공업 정리해고 투쟁위원회, 재고용 아닌 '원직복직' 요구
이날 오후 부산진역 광장에서 열린 민중대회에서 김인수 '정투위' 부대표는 "정치권이 얄궂게 권고안을 던지고 자기들 할 일은 다했다고 한다"면서 "정리해고는 부당한 것이고, 잘못한 사람이 원상태로 돌려놓아야 한다. 원직복직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권고안에는 '재고용'이라고 되어 있지만, 정투위는 '원직복직'을 요구하고 있다. 한 조합원은 "회사는 정리해고를 한 뒤 퇴직금 정산을 일방적으로 했다. 임금 산정에 있어 문제가 많았다. 30년 안팎으로 일해 온 사람의 경우 많을 경우 몇 천만원씩 손해를 보았다. 그런 문제를 그대로 두고 권고안을 받을 수 없다"고 말했다.
한진중공업 노-사는 2009년, 2010년 임금협상도 마무리 짓지 못하고 있다. 노-사 교섭을 할 경우 임단협도 마무리 지어야 한다. 또 8일로 276일째 고공농성 중인 김진숙 지도위원과 관련한 손해배상 문제도 풀어야 하고, 노사 갈등 속에 벌어진 민형사 문제도 있다.
'한진중공업 가족대책위' 도경정 회장은 "권고안을 받을 것인지에 대해서는 정투위 의견이 중요하다. 한진중공업 정리해고 철회와 희망버스 투쟁 과정에서 다양한 변수들이 있어 왔는데, 이번 권고안도 그 변수 가운데 하나로 보면 된다"고 말했다.
도 회장은 "권고안에 대해 크게 기쁘지도 슬프지도 않는다. 권고안을 잘 활용해서 투쟁했으면 한다"면서 "해고자들이 결정할 문제다. 우리는 가족 입장에서 권고안을 받아들여야 한다든지 받아들이지 말아야 한다든지 말할 수 없다. 단지 투쟁을 지원할 뿐이다"고 말했다.
희망버스 행진에 참여한 많은 '정투위' 소속 조합원들은 권고안을 받아야 한다고 보느냐는 물음에 "그런 거는 안 물었으면 좋겠다"거나 "절대 받을 수 없다", "생각해 본 적 없다"는 반응을 보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