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대강 공사가 '그랜드 오픈'을 앞두고 있고, 10월 초부터 서울시내 곳곳에 '남한강 자전거길 개통' 포스터가 붙여진 가운데, 15일 경기도 팔당지역에 위치한 두물머리에서 강변가요제가 열렸다. 이른바 '4대강, 死大江의 노래 두물머리 강변가요제'.
금요일부터 내리던 비는 주말 오후 더욱 거세졌고 천둥번개와 벼락 주의보까지 내려진 상황이었다. 야외무대 등도 꾸며지고 무박 2일 일정인 만큼 행사에 차질이 생기는 것은 아닌지 우려하는 가운데 기자도 두물머리로 발걸음을 옮겼다.
지하철 중앙선을 타고 양수역에 내려 두물머리까지 한참을 걷다보니, 이명박 대통령의 방문을 환영한다는 현수막이며 남한강 자전거길 개통 포스터가 이곳에도 곳곳에 있었다. 날씨가 대단히 쌀쌀하고 비가 퍼부었지만, 동창들이, 가족들이, 연인들이 드문드문 빗길을 걷고 있었다. 서울에서 얼마 떨어져 있지 않은 곳인데 양수리에 도착하니 금새 농촌풍경이 펼쳐지고 가을색이 완연했다. 그리고 4대강 사업의 현장이 눈앞에 펼쳐진다.
남한강과 북한강의 '두 물'이 만나는 곳, 팔당 양수리의 두물머리. 이곳은 30여 년 전 국내 유기농업의 역사가 시작된 곳이다. 처음엔 농약 안 치고 화학비료도 안 쓴다고 '미친 놈' 소리도 듣고, 되지도 않을 운동이라고 '빨갱이' 소리도 들었다고 한다. 그렇게 30년이 지나니 이제는 많은 사람들이 유기농이 좋은 줄 알고 일부러 유기농을 찾게 되었다. 그리고 상수원 수질을 보호하고 개선한다고 칭찬도 받고 지자체의 지원까지 받게 되었다.
서울시는 구청에 직판장을 마련해주고, 경기도는 상수원 클린농업벨트를 육성한다는 계획을 발표하기도 했다. 봄철에만 3~4만 명의 시민들이 딸기체험을 하기 위해 이곳을 찾았다. 수도권 친환경농산물의 60%가 바로 이곳 두물머리에서 생산된다. 현 대통령도 후보 시절 이곳을 방문한 적이 있다.
그런데 2009년 4대강 토건공사가 시작되면 유기농 농사를 지어 사랑받고 칭송까지 받던 두물머리에 시련이 닥치기 시작했다. 자전거도로, 공연장, 체육시설와 각종 개발을 위해 두물머리는 농사짓는 땅이 아니라 싸움밭이 되고 삽질하는 곳이 되어버렸다. 생명을 살리는 팔당의 유기농이 오히려 발암물질을 생성하여 강을 더럽힌다며 쫓겨나고, 많은 농민들이 하천부지 불법점유자로 매도되어 이땅에서 농사를 짓지 못하게 하는 정부 등살에 못이겨 이곳을 떠나기도 했다.
경기도는 '유기농민'들을 내쫒고 세계유기농대회를 개최한다. 양평은 친환경생태도시라고 홍보하고 거리곳곳에 생태니, 친환경이니 하는 수식어들을 남발하면서, 유기농 박물관을 짓고, 유기농 락페스티벌도 연다. 그러나 이제 최후의 남은 네 농가만이 국책사업이라는 이름 하에 저질러지는 강제철거와 폭력에 저항하며 농사를 짓고 있다. 그래서 두물머리를 4대강의 마지막 저항지라고도 한다.
농부들은 농사를 짓는 것이 최고의 저항이라 생각하며 묵묵히 땅을 갈고 작물을 심고 생명과 평화, 미래 희망의 농사를 지어 가지만 국토해양부 관계자는 10월 5일 유기농대회만 끝나면 두물머리 공사를 강했하겠다고 엄포를 놓았다. 이달 31일에 이곳에 남은 농가들에 강제집행을 실시하겠다고 경고도 했다.
두물머리 강변가요제는 강과, 밭과, 두물머리에서의 삶과, 그리고 바로 나 자신과 우리의 미래, 우리의 인간성을 지키기 위해, 더 많은 사람들이 이곳에 발걸음을 옮기고 머무르면서 두물머리의 저항에 연대하면 정부도 쉽게 힘을 써 밀어부치지 못하리란 희망을 품고, 이 죽음의 포클레인 소리를 멈추게 하기 위해 준비되었다고 한다.
우선 세 곳에 무대가 마련되어 다양한 공연이 펼쳐졌다. 메인 무대인 불복종감자스테이지는 비 때문에 한 시간 정도 늦게 개시되었는데, 4대강 공사로 인해 먼저 떠나게 된 농민들의 밭을 남아 있던 농민과 청년들이 정부에 불복종한다는 의미로 감자를 심고 재배한 사건에서 유래한 이름. 두물머리 안의 커다란 공터 안에 마련된 이 스테이지는 지진 '강제'철거한 하우스가 있던 밭을 정리한 곳이다.
오후 4시부터 저녁 늦게까지 이어진 밴드들의 공연무대에는 '꿈에 카메라를 가져올걸', '멍구밴드', '구남과여라이딩스텔라', '아폴로18' 등 동시대 한국에서 연주하고 있는 로컬 밴드들 중 인상적인 작업을 보여주며 자신만의 길을 개척해 나가고 있는 음악가와 밴드가 선별되었다. 주변에는 강정마을이나 생협운동 등과 관련된 다양한 부스들도 설치되었다.
가장 입구 쪽, 그러니까 기존에 있던 산책로 앞 개인집 마당의 비닐하우스 안 '사대강 포기배추 스테이지'에서는 따뜻한 연잎차나 챠이도 마시고, 핫도그도 먹으면서 잔잔한 어구스틱 선율을 들을 수 있는 포근한 컨셉의 공연이 이어졌다. 비닐하우스 위로 빗줄기가 거세게 부딪히면 더욱 강물과 바람과 비와 자연의 소리를 느끼면서 조용히 눈감고 노래소리에 귀기울이고 흐르는 강물의 외침에도 가닿을 것 같은 기분이 든다.
무대 앞쪽의 연밭은 이 개인집이 농사짓던 논 자리였다. 사대강 포기배추 스테이지란 이름은 "죽느냐 사느냐, 시멘트냐 배추냐 그것이 문제다"라며 작년에 이어 올해도 배추를 심은 농부들과 그 친구들의 마음을 담아 붙여진 이름이다.
마지막으로 장터 스테이지. 부침개와 주먹밥, 각종 간식을 판매해 춥고 배고픈 객들의 발길을 붙잡는 두물시장 먹거리장터와 벼룩시장 바로 맞은편 비닐하우스에 장터 스테이지가 마련되었다. 주최 측은 이번 강변가요제 중 가장 아름다운 곳이라고 말했는데, 이곳은 유기농지 보존을 위해 2010년 2월 17일부터 600일이 가깝도록 하루도 거르지 않고 생명평화미시가 진행되어 온 자리다. 마침 엄숙하게 미사가 진행 중이어서 그 기도의 소리를 들을 수 있었다.
그리고 이 3대 스테이지 주변에는 곳곳에 천막과 부스, 비닐하우스 안에서 먹거리장터와 벼룩시장이 열리고, 4대강 개발토건사업에 대응하여 대안모델로 제시한 두물머리 데안모델을 응원하는 경운기 포토존, 금강 미호종개 이야기, 함께 만드는 4대강 그림 메시지 증 다양한 참여부스가 준비되었다. 이밖에도 날밤독립영화관, 뒤풀이 음악회 등이 이어졌다.
두물머리강변가요제 주최팀에서는 이번 행사의 취지에 대해서, "4대강 사업의 가장 큰 문제점은 국가정책이라는 이름으로 그곳에 사는 주민, 생명들과 대화 없이 일방적으로 밀어붙이는 데 있다"며 "두물머리 농민들은 최근 두물머리의 대안 연구를 발표했다. 농민 자신들이 구상한 대안을 제시하고 대화하려고 노력했다. 그러나 돌아온 것은 강제철거의 위협이다. 4대강 그랜드오픈, 최근 3차까지 날아온 행정대집행 예고 계고장 등으로 인해, 연대의 힘, 이른바 '외부세력'의 지지가 절실하다"고 호소했다.
또 4대강 사업의 문제점과 두물머리가 왜 이렇게 힘겹게 싸워야 하는지에 대해서 이렇게 말했다.
"(4대강 사업은) 우리나라의 모든 강에 똑같은 인공시설을 찍어내는 하나의 계획이 있었을 뿐입니다. 생명을 살리는 팔당의 유기농이 오히려 강을 더럽힌다며 쫓아내고, 준설을 위해 강물 속의 생명들을 죽음으로 내몰고, 보를 지어서 강물을 가두는 것을 우리는 4대강 사업이라고 부릅니다. 진실을 괴담이라고 하고, 사망사고를 개인의 실수라고 하고, 타당성조사와 환경영향평가와 공청회도 편법과 졸속으로 이행하는 것을 우리는 4대강 사업이라고 부릅니다. 결국 완공이란 없으며 지속적인 재앙이 찾아오고, 닥친 재앙 앞에서 망연자실하게 될 미래를 우리는 4대강 사업이라고 부릅니다."오는 22일에는 두물머리 추수축제가 열린다. 11월 중에는 반개발영화제도 있을 예정이다. 11월 9일에는 점용 허가에 관한 소송2심 판결이 나는 날이다. 자세한 것은 팔당공동대책위 인터넷 카페(
http://cafe.daum.net/6-2nong)에 들어가면 확인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