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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 책 줄게, 새 책 다오!'. 중고 책을 기부하면 공부방 아이들에게 새 책을 선물합니다. 오마이뉴스는 CJ도너스캠프, 인터넷서점 알라딘과 함께 오는 11월 30일까지 '책 나눔 캠페인'을 전개하고 있습니다. '나의 애독서'는 이 캠페인 가운데 하나로, 명사들이 감명깊게 읽었던 책에 대한 이야기를 담은 연재 기사입니다. 친필 사인을 담은 명사들의 추천 애독서는 책 나눔 캠페인에 참여했던 기부자 분들께 추첨을 통해 선물할 예정입니다. 여러분들의 관심과 참여를 부탁드립니다. [편집자말]
금태섭 변호사가 자신이 일하는 로펌 접견실에서 '책 나눔 캠페인'에 추천할 책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금태섭 변호사가 자신이 일하는 로펌 접견실에서 '책 나눔 캠페인'에 추천할 책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 김동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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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소설을 주로 읽는데 소설은 기본적으로 사람들이 살아가는 이야기잖아요. 제가 직업으로 다루고 있는 법도 사람 사는 이야기입니다. 법만 봐서는 놓치는 부분들이 많은데 소설이나 다른 분야에 대한 독서가 그걸 채워주지요."

지난 2006년 9월. 서울중앙지검의 한 검사가 <한겨레>에 '현직 검사가 말하는 수사 제대로 받는 법'이라는 칼럼을 기고한다. 첫 칼럼에는 칼럼 기고의 이유와 '피의자가 됐을 때 아무것도 하지 말라', '변호인이 모든 것을 하게 하라'는 내용이 담겼다. 시쳇말로 '검사스럽'지 않은 현직 검사의 행보에 세간의 관심이 집중됐다. 그러나 10회로 기획됐던 칼럼 연재는 거기서 멈췄다. 그 검사는 이 일로 검찰총장 경고처분을 받고 12년 동안 일했던 검사직을 내려놓고 변호사가 되었다.

금태섭 변호사. '그때 왜 그랬느냐'는 기자의 질문에 그는 "공무원인 검사가 국민들에게 더 나은 서비스를 제공해야 한다고 봤을 때, 국민이 헌법에 명시된 피의자로서의 권리를 잘 알고 쓸 수 있게 해줘야 하지 않냐"며 담담하게 답변한다. 그의 대답은 책에나 나올법한 상식적인 수준이지만 사회적 신분에 차등을 둔 불공정한 수사로 검찰이 공공기관 신뢰도에서 하위권을 면치 못하고 있는 세태에 비춰보면, 어떤 의미에서 대다수 대중에게 그는 대한민국 법조계의 비상식적인 존재다.

금 변호사는 책 읽기, 책 쓰기, 책 모으기를 즐기는 책 애호가다. 그가 사는 동안 어떤 책들이 그에게 영향을 주었는지 궁금해 짧은 인터뷰를 마련했다. 금 변호사는 "나는 내가 실수할 수 있는 인간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내가 반드시 옳다고 생각하는 편견을 갖지 않고 가능하면 고려할 수 있는 면을 모두 보려고 노력한다"며 "즐겨보는 책은 주로 재미있으면서도 인간의 여러 면을 엿볼 수 있는 오르한 파묵이나 살만 루시디의 소설들"이라고 말했다.

그는 "지금은 신자유주의의 패러다임이 전환되려 하는 시기이고 거기서 굉장히 중요한 것이 정치라고 생각한다"며 셰리 버먼의 <정치가 우선한다>를 추천하고 본인이 소장하고 있던 책에 서명한 후 '책 나눔 캠페인'에 기부했다.

"반대편 의견에 귀 기울일 줄 알아야 틀리지 않아"

- '수사 제대로 받는 법'이라는 칼럼을 쓰시면서 유명해지셨지요?
"누구나 자기가 맡은 분야에서 성공하고 싶잖아요. 자랑스러운 일을 하고 싶고. 제가 평검사로 12년을 일했는데 검사들이 성실히 맡은 일을 하려고 노력하지만 국민들의 신뢰도 얻지 못하고 욕도 많이 먹고 그런 것들이 자랑스럽지가 않았어요. 그래서 칼럼을 쓰게 됐었어요. 저는 공무원인 검사가 국민들에게 더 나은 서비스를 제공해야 한다고 봤을 때, 국민이 헌법에 명시된 피의자로서의 권리를 잘 알고 쓸 수 있게 해줘야 하지 않나 하는 생각을 가지고 있었거든요. 이 칼럼을 쓰면 검사로서 출세는 못할지 몰라도 (칼럼은) 끝까지 쓸 수 있을 것 같았는데 여러 가지 이유로 못쓰게 되면서 개인적으로는 실망도 많이 했지요."

- 검사를 그만두고 변호사가 되셨는데 어떤 차이가 있나요?
"역할이 다르지만 하는 일은 별로 다르지 않습니다. 검사처럼 변호사 역시 사건의 한 면만 보게 되기가 쉽습니다. 그런데 경험이 쌓이다보니 사건의 한쪽 면만 보게 되면 틀릴 때가 반드시 생긴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저는 내가 실수할 수 있는 인간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제가 반드시 옳다고 생각하는 편견을 갖지 않고 가능하면 고려할 수 있는 면을 모두 보려고 노력하지요."

- 검사를 그만두고 <확신의 함정>, <디케의 눈>등의 책을 쓰셨는데 어떤 내용인가요?
"<디케의 눈>은 우리나라 법이 터무니없이 어렵다는 문제의식 때문에 쓰게 된 책입니다. 한국 법이 무슨 심오한 원리가 있는 것도 아닌데 용어도 법 전공 안한 사람이 보기에 너무 어렵고 그러다보니 법조계에도 약간 후견적인 자세가 배어있어요. 이걸 좀 재미있게 풀어서 쓰고 싶었지요. <확신의 함정>은 법과 정의에 관한 문제에서도 '흉악범에 대한 사형은 정당한가?', '법은 표현의 자유를 제약할 수 있는가?'같은 양면성이 있는 주제들을 다뤘어요. 어떤 사안에 대해 한 면만 보고 확신하지 말고 여러 가지 주장들을 충분히 듣고 판단하자는 내용입니다. 정권이 바뀌면서 요즘 사회 분위기가 어떤 하나의 답만을 강요하는 분위기인데 그래서는 곤란하다는 얘기도 하고 싶었지요."

- 신중한 성격이 인상적입니다. 평소에 어떤 책을 즐겨 읽으시나요?
"다양한 분야의 책들을 읽으면서 교양을 쌓으려고 노력합니다. 최근에는 교양 수준의 물리학, 생물학에 관심을 많이 가지고 있어요. 저는 소설을 주로 읽는데 소설은 기본적으로 사람들이 살아가는 이야기잖아요. 제가 직업으로 다루고 있는 법도 사람 사는 이야기입니다. 법만 봐서는 놓치는 부분들이 많은데 소설이나 다른 분야에 대한 독서가 그걸 채워주지요. 오르한 파묵의 작품들은 모두 좋아하고, 최근에 재밌게 읽은 책은 살만 루시디의 <악마의 시> 입니다. 우선 이야기가 재미있고 인간의 다양한 모습들을 보여주는 구성이 마음에 듭니다. 법률가로서는 스콧 터로우의 법정 스릴러 소설인 <무죄추정>을 추천합니다."

- 오늘 '책 나눔 캠페인'에 <정치가 우선한다>를 기증하셨는데 책에 대한 설명을 부탁드립니다.
"요즘 우리 사회는 '열심히 살면 행복해질 것'이라고 말하기 어려운 모습인 것 같아요. 지금은 신자유주의가 한계에 부딪히고 그 패러다임이 전환되려 하는 시기이고 거기서 굉장히 중요한 것이 정치의 틀을 어떻게 만드느냐라고 생각합니다. <정치가 우선한다>는 사회민주주의에 대한 설명을 담고 있는 책입니다. 사회민주주의가 신자유주의를 대체할 수 있는 정답이라는 얘기는 아닙니다. 다만 지금과 같이 (신자유주의가) 한계에 도달했을 때 그 반대편에 있는 의견들에 귀 기울여 볼 필요가 있다는 생각이 들어요.

금태섭 변호사가 자신이 기증하는 책에 서명을 하고 있다.
 금태섭 변호사가 자신이 기증하는 책에 서명을 하고 있다.
ⓒ 김동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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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책 나눔 캠페인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저희 아버지가 어려서부터 책값은 아끼지 않고 주셨어요. 그러다보니 책 모으는 게 취미가 되었습니다. 그래서 지금도 책은 정말 많이 가지고 있는데, 저는 제가 보던 책은 안 드리는게 원칙이라 새 책을 선물하곤 하지요. 책 나눔 캠페인은 정말 뜻 깊은 행사이고 저도 기부할 생각이 많은데 제가 가진 원칙이 있어서 가능하면 새 책으로 사서 기부할까 생각하고 있습니다. 

☞ [클릭] '헌 책 줄게 새 책 다오!' 책 나눔 캠페인 바로가기

금태섭 변호사가 추천하고 기증한 책들


<정치가 우선한다> 셰리 버먼 지음후마니타스 | 2010
근대 이데올로기 간의 투쟁의 역사를 다룬 책. 저자는 근대 이데올로기의 다툼에서 자유주의가 승리했다는 기존의 통설에 반대하며 사실은 사회민주주의가 승리했다고 말하고 있다.

<내 이름은 빨강> 오르한 파묵 지음 | 민음사 | 2009
16세기 말 오스만 투르크의 수도인 이스탄불을 배경으로 펼쳐지는 예술가들의 고뇌와 비애, 사랑을 담고 있는 소설. 소설 속에 등장하는 모든 생물과 무생물들이 자신만의 언어로 말하는 독특한 구성을 가지고 있다.

<악마의 시> 살만 루시디 지음문학세계사 | 2009
살만 루시디의 1988년작 장편소설. 현란한 문체 속에서 환상과 현실, 과거와 현재가 얽히며 선과 악의 문제를 숨가쁘게 풀어가는 내용. 이 책 때문에 영국과 이란의 국교가 끊어졌고, 작가인 살만 루시디는 150만 달러의 현상금이 걸린 채 10년 동안 도피생활을 해야 했다.

<무죄추정> 스콧 터로우 지음황금가지 | 2007
미국의 검사출신 변호사이자 작가인 스콧 터로우가 쓴 법정 스릴러로 해리슨 포드 주연의 영화 <의혹>의 원작이기도 하다. 출간과 동시에 44주간 전미 베스트셀러를 기록했으며, 일본에서는 18년 연속 '이 미스테리가 좋다' 베스트 10에 올랐다.


태그:#책 나눔 캠페인, #금태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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