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동안 (구명로비에 연관된) 검사장급 인사가 1명이니 2∼3명이니 했는데, (정확히) 4명이다."'MB정부 실세 스폰서 의혹'을 폭로한 이국철 SLS그룹 회장이 지난 14일 기자회견에서 '폭로'한 내용이다. 지난 2009년 9월부터 시작된 창원지검 특수부의 수사를 받을 당시 '4명의 검사장급 인사'에게 로비를 벌였다는 얘기다. 이들에게 로비를 하는 과정에서 1억 원이 건너갔다는 주장도 내놓았다. 하지만 이 회장은 '4명의 검사장급 인사'의 실명을 끝내 공개하지 않았다.
그런 가운데 <오마이뉴스>에서 확인 취재를 벌인 결과, 이 회장이 로비를 벌였다고 주장하는 '4명의 검사장급 인사' 가운데 3명은 현재 청와대와 법무부에서 근무하는 고위인사이고, 1명은 지난 8월 검찰을 떠난 인사로 확인됐다.
청와대→대검→창원지검 특수부 거쳐 SLS그룹 수사 이루어져
창원지검 특수부는 지난 2009년 9월 SLS그룹과 이 회장 등을 대상으로 수사를 벌였다. 청와대 민정수석실에서 대검으로 넘긴 첩보가 바탕이 된 '기획수사'였다. 지난 2009년 9월 23일자 <내일신문>은 "이 사건은 청와대 제보에 따른 '하명사건'이라는 점에서 관심도가 높다"고 썼다. 당시 청와대 민정수석은 권재진 현 법무부장관이었다.
검찰은 이 회장이 SLS조선에서 400억 원을 배당한 뒤 이를 횡령해 비자금을 조성하고, 열린우리당 등에 로비를 했다고 판단했다. 이 회장은 당시 검찰의 압수수색 영장 제목이 'SLS조선에서 400억 배당 후 횡령하여 열린우리당 자금책 역할 및 비자금 조성, 정관계 로비'였다고 주장한 바 있다.
검찰은 SLS그룹 수사에 검사 7명과 수사관 70명을 동원했다. 특히 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로 수사업무를 중단했던 대검 중앙수사부에서도 3명의 검사를 파견했다. 이러한 '각별한 배려'는 SLS그룹 수사가 '청와대 하명'으로 시작되었기 때문에 가능했다는 시각이 있다.
이 회장은 "그룹 내 부산상고 출신인 이아무개 사장을 정치자금 공급책으로 지목했고, 평생 열린우리당과 전혀 관련없는 저를 소환해 '뇌물 준 열린우리당 인사 3명을 불어라'고 추궁했다"고 주장했다.
이 회장은 "2009년 5월 노무현 대통령 서거로 인한 정치상황을 타개하기 위하여 2009년 9월 '열린우리당 자금책 역할'이라는 누명을 씌우기 위해 저와 회사를 상대로 무리한 압수수색과 수사를 진행했다"고 주장했다.
강도 높은 검찰수사로 벼랑 끝에 몰린 이 회장은 수년간 '스폰'을 해온 신재민 당시 문화체육관광부 차관에게 도움을 요청했다. 신 차관은 "내가 고위공직자라 검찰 일을 풀 수가 없다"며 사업가인 김아무개씨를 소개했다. 재벌가의 조카사위로 알려진 김씨는 검찰에도 인맥이 넓었다고 한다.
신 전 차관은 "김씨가 검찰 스폰서를 20년간 해서 검찰을 아주 많이 안다"며 "그를 통하면 검찰과 관련된 일을 풀 수 있다"고 소개했다. 지난 14일자 <한겨레>에 따르면, 김씨의 지인은 "김씨는 재벌가 사위라는 배경을 등에 업고 검사들과 교류가 많았다"며 "특히 법무부 간부와 호형호제하는 사이였다"고 전했다.
'신재민 관련 비망록' "2009년 10월 청담동 식당에서 검찰 고위층 만났다"
이렇게 해서 김씨가 4명의 검사장급 인사를 접촉했다는 것이 이 회장의 주장이다. <오마이뉴스>가 단독으로 입수한 '신재민 관련 비망록'에도 관련 내용이 적혀 있다. 9쪽으로 압축된 '신재민 관련 비망록'은 이 회장이 자필로 작성한 것이다.
이 회장은 '신재민 관련 비망록'에서 "김씨와 신 전 차관이 경비가 많이 들어간다고 해서 수표 1억 원을 김씨에게 주었다"며 "김씨는 당시 대검 ○○○과 ○○지검장, ○○지검장에게 인사를 하여야 한다고 했다"고 주장했다.
이 회장은 "김씨는 대검 ○○○는 10여 년간 자기가 스폰을 하였으며 ○○○ 지검장 역시 10여 년간 스폰을 하였다고 했다"며 "2009년 10월 청담동 퓨전 일식당에서 검찰 고위층 ○○○과 신 전 차관, 김씨가 방에서 만났고 저는 옆방에서 대기상태였다"고 주장했다.
신재민 관련 비망록에도 검찰 고위인사들이 익명으로 등장한다. 이 회장은 김씨를 통해 구명로비를 벌인 '검사장급 인사'가 4명이었다고 주장했다. <오마이뉴스>가 확인한 결과, 이들 가운데 1명은 청와대, 2명은 법무부의 고위인사로 재직하고 있다. 나머지 1명은 최근 검찰에서 퇴임해 현재 변호사로 활동하고 있다.
청와대에 근무하고 있는 A씨는 I지역 지검장을 거쳐 국내 유명로펌에 들어갔다가 청와대 고위인사로 발탁됐다. 이 회장은 "대구출신인 A씨는 검찰 내부에서 TK의 대부로 통한다"며 "김씨가 '내가 A씨를 20년간 스폰했다'고 말했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현재 법무부의 고위인사로 있는 B씨는 두개 지역의 지검장을 지냈다. 그는 정권 실세로 통하는 박영준 전 지식경제부 차관의 학교 후배로 알려졌다. 또다른 C씨는 또다른 지역 지검장과 대검 간부를 거쳐 현재 법무부 고위인사로 재직하고 있다.
지난 8월 퇴임한 D씨는 청와대 민정수석 후보에도 올랐던 인물이다. 현재 국내 유명로펌의 변호사로 활동하고 있다. 신 전 차관과 김씨가 지난 2009년 10월 청담동 퓨전 일식당에서 만났다고 이 회장이 주장하는 "검찰 고위층 ○○○"이 D씨다.
이 회장은 지난 14일 기자회견에서 "당시 나는 옆방에서 대기하고 있었고, 그 검찰 고위인사의 뒷모습만 봤다"며 "김씨가 그 인사를 만난 뒤에 그들의 대화내용을 들려주었다"고 말했다.
검사장급 인사들 "이 회장 모른다"... 김씨도 "검찰에 로비 안 해"이 회장이 김아무개씨를 통해 돈을 건넸다고 지목했던 A씨는 "돈 받은 적 없다"고 일축했다. 그는 '김아무개씨나 신 전 차관을 만난 적이 있나?'라는 기자의 질문에 "내가 그런 부분을 구체적으로 대답할 필요가 없다고 생각한다"고 답변했다.
B씨는 "이번 언론보도로 이국철 회장의 얼굴을 처음 봤고, (로비스트 역할을 했다는) 김아무개씨도 처음 듣는 이름"이라며 "당시 지검장이었던 나한테 구명로비를 했다는 것은 상식밖의 일"이라고 부인했다.
C씨는 법무부를 통해 여러 차례 접촉을 시도했지만 해명을 들을 수 없었다. D씨는 로펌 관계자를 통해 "내가 청담동 일식당에서 신 전 차관과 김아무개씨를 만났다고 하는데 그런 사실이 없다"고 말했다.
또한 '로비스트'의 역할을 한 김씨는 신 전 차관의 소개로 이 회장을 만났다는 사실은 인정하고 있다. 하지만 '4명의 검사장급 인사'에게 로비했다는 이 회장의 주장은 한사코 부인하고 있다.
김씨는 "신 전 차관의 소개로 이 회장을 만난 것은 사실이지만 검찰 고위층에게 돈을 전달했다는 말은 사실무근"이라며 "다 추적당할 텐데 어느 누가 로비할 때 수표를 주겠느냐?"고 반박했다.
검찰도 ▲ 박영준 전 국무총리실 차장 500만 원 상당 향응 제공 ▲ 곽승준 미래기획위원장과 임재현 청와대 정책홍보비서관 상품권 전달 의혹뿐만 아니라 검찰 고위인사 금품로비 의혹도 사실이 아니거나 입증할 자료가 없다고 보고 있다.
한편 이 회장은 '신재민 비망록'에서 "창원지검이 (지난 2009년) 통영에 있는 내 숙소를 압수수색했을 때 신재민, 곽승준(미래기획위원장), 임재현(청와대 정책홍보비서관) 명함만 놔두고 나머지는 전부 가져갔다"고 주장했다.
"신재민, 곽승준, 임재현 명함은 안가져갔다" |
다음은 <오마이뉴스>가 입수한 '신재민 관련 비망록'에서 검찰 고위인사 로비와 관련된 내용이 담겨 있는 부분만 뽑은 것이다.
"본인이 2009년 9월 15일 압수수색을 당하였을시 신재민은 자기 부분이 드러날까 상당히 두려워하였으며 저는 어떠한 일이 있어도 세상에 드러나지 않도록 하겠다고 하였으며 이때 김아무개(사업, 재벌 조카사위)라는 사람을 소개하면서 '(김아무개가) 검찰고위층을 많이 안다, 이 친구가 일을 해결할 것이다' 하였으나 결론은 해결이 되지 않았으며 이 친구와 신재민은 경비가 많이 들어간다 하여 수표 1억은 김아무개에게 주었으며, 김아무개는 당시 대검 ○○○과 ○○지검장, ○○지검장에게 인사를 하여야 한다고 하였습니다.
김아무개 본인은 대검 ○○○는 10여년간 자기가 스폰을 하였으며 ○○○ 지검장 역시 10여년간 스폰을 하였다고 하였으며 2009년 10월 청담동 퓨전 일식당(김아무개가 아는 집)에서 검찰 고위층 ○○○과 신재민, 김아무개 사장이랑 R(룸)에서 만났으며 저는 옆방에서 대기상태였습니다.
창원지검 본인숙소(통영) 압수수색시 신재민, 곽승준, 임재현 명함만 놔두고 나머지는 전부 압수수색하였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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