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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군대를 비판하는 글을 올렸다가 징역 3년형이 선고된 이집트 블로거 마이켈 나빌 사나드.
군대를 비판하는 글을 올렸다가 징역 3년형이 선고된 이집트 블로거 마이켈 나빌 사나드. ⓒ <가디언>

26세의 이집트 청년 마이켈 나빌 사나드(이하 사나드)는 감옥에 갇혀 있다. 사나드는 단식투쟁 중이다. 18일(현지 시각)로 57일째다.

 

사나드가 감옥에 갇힌 것도, 단식투쟁을 하고 있는 것도 모두 군부와 관련돼 있다. 사나드는 3월 카이로에 있는 집에서 체포됐다. 이집트군 최고위원회를 비판했기 때문이다. 이집트군 최고위원회는 30년간 집권한 무바라크 전 대통령이 2월 11일 하야한 후 최고 권력 기관으로서 과도 체제를 이끌고 있다.

 

체포되기 전, 사나드는 블로그에 "민중과 군대는 결코 같은 편이 아니었다"며 이집트군을 비판하는 글을 올렸다. 시민들이 조속한 민주주의 이행 및 과거청산 작업 등의 개혁 조치를 원하고 있는데, 군대가 미지근한 반응을 보이고 있다는 비판이었다. 

 

이집트군 최고위원회는 사나드의 글에 격노했다. 이집트군 최고위원회는 사나드를 체포하고 군사재판에 회부했다. 4월, "이집트군을 모욕한" 죄로 사나드에게 징역 3년형이 선고됐다.

 

그런데 무바라크 하야 후 이집트군을 비판한 것은 사나드만이 아니었다. 올해 봄, 시민들은 무바라크를 몰아낸 시위대의 거점이었던 카이로의 타흐리르 광장에 다시 모여들었다. 이들은 '혁명 과업'을 조속히 완수할 것을 이집트군 최고위원회에 요구했다. 강제로 해산하려는 군대와 버티는 시위대 사이에 유혈 충돌이 벌어지기도 했다. 그 후 이집트군 최고위원회가 합법적인 시위를 막고 혁명적인 변화를 바라는 시민들의 바람을 억누르고 있다는 비판이 곳곳에서 나왔다.

 

"군 최고위원회가 사나드를 표적으로 삼았다"

 

암 연구자로서 민간인에 대한 군사재판을 반대하는 운동을 이끌고 있는 모나 세이프는 "이집트군 최고위원회가 사나드를 표적으로 삼았다"고 말했다. 사나드가 예전에 이스라엘에 대한 우호적인 감정을 드러낸 글을 블로그에 쓴 적이 있다는 점 때문에 "동정 여론을 불러일으키는 일이 쉽지 않을 것임을 이집트군 최고위원회가 알고 있었다"는 주장이다. 모나 세이프는 "그러나 (군부의 예상과 달리) 이제 흐름이 바뀌었다"고 말했다.

 

사나드 사건을 계기로, 민간인을 군사법정에 세우는 것에 반대하는 목소리가 이집트 전역으로 번졌다. <가디언>은 "무바라크가 몰락한 후 1만 2000명에 이르는 이집트 시민들이 군사재판에 회부된 것으로 여겨진다"고 18일(현지 시각) 보도했다.

 

모나 세이프는 "군사재판은 이집트군 최고위원회가 자신들에게 항의하는 움직임을 종식시키기 위해 활용하는 가장 중요한 도구"라고 비판했다. 또한 사나드 사건이 "이집트군 최고위원회의 범죄를 드러낼 생각을 하는 사람들에 대한 경고 메시지"라고 해석했다.

 

국제 인권 단체인 앰네스티인터내셔널은 사나드가 양심수라고 선언했다. 8월 23일, 사나드는 단식투쟁을 시작했다. 군대가 자신에게 부당한 조치를 취했다며 항의하는 단식이었다. 이와 함께 대중적 압력이 거세지자 이집트 군부는 사나드 사건을 재심하겠다고 발표했다. 그러나 이집트 군부는 사나드를 또다시 군사재판에 세우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사나드는 군사재판을 거부했다. 10월 13일 사나드에 대한 군사법정의 재심이 열렸지만, 사나드는 물론 사나드의 가족과 변호사도 그 자리에 가지 않았다. 사나드의 동생은 "신파극" 같은 군사재판에 참여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사나드는 군사재판을 거부하는 성명을 발표했다. 사나드는 이 성명에서 이집트군 최고위원회를 "군국주의자들", "한 무리의 나치 범죄자들"이라고 격하게 비난하며 다음과 같이 밝혔다.

 

"내가 단식투쟁에 신물이 나서 수감 생활과 노예 상태를 받아들일 것이라고 생각한다면, 그건 몽상일 뿐이다. (……) 내 자유를 구속하는 데 성공했다고 (저들이) 느끼게 하느니, 스스로 목숨을 끊는 것이 더 명예로운 일이다."

 

사나드는 또한 블로그에 가장 마지막으로 올린 글에서도 군부를 강도 높게 비판했다.

 

"난 살인자 집단, 조국을 도둑질한 자들에게 자유를 구걸하지 않는다. (……) (이집트군 최고위원회는) 나를 가두고, 고문하고, 내 입을 틀어막고, 나와 내 친척 그리고 친구들을 염탐한 것을 사죄해야 한다."

 

단식투쟁을 시작한 지 두 달 가까이 되면서 사나드가 위중한 상태인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앰네스티인터내셔널은 사나드의 생명이 "경각에 달렸다"고 경고하고 사나드를 "즉시, 그리고 조건 없이 석방하라"고 촉구했다.


#이집트 혁명#아랍 민주화#블로그#군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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