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식 선거운동이 시작된 이후 세간의 모든 이목은 10·26 서울시장 보궐선거에 쏠려있다. 연일 발표되는 여론조사에서 나경원·박원순 두 후보가 오차범위 내 박빙의 경합을 벌이는 가운데, 평일에 치러지는 이번 선거는 투표율이 가장 중요한 변수로 꼽히고 있다.
그 중에서도 청년층의 투표율에 두 후보의 희비가 엇갈릴 것으로 전문가들은 전망한다. 청년층의 표심을 잡을 후보는 누구인가. 현재 청년들의 삶을 옥죄고 있는 등록금·일자리·주거와 관련된 정책을 중심으로 두 후보의 주요 청년공약을 살펴보고 이에 대한 20대의 생각을 직접 들어봤다.
[등록금 공약] "시립대 등록금 이미 싸다" vs. "파급력 가질 것"서울시장이 대학등록금 관련 정책을 내기는 쉽지 않다. 서울소재 대학들은 많지만, 서울시의 직접 영향권에 있는 학교는 서울시립대 한 곳이기 때문이다. 그렇기 때문에 서울시립대 등록금에 대한 두 후보의 관점은 여야의 반값등록금 정책에 대한 입장과 궤를 같이 한다.
"이 공약(서울시립대 반값등록금 공약)은 단순히 시립대의 반값등록금에 국한되는 것이 아니라 대학교육에 대한 공적책임 측면의 문제제기를 공론화 하는 것입니다." 박원순 후보 캠프의 제윤경 부대변인은 서울시립대 반값등록금을 통해 대학교육에 대한 공적책임을 공론화 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한편 제 부대변인은 나 후보 측이 제시한 '서울시립대를 세계적인 명문 대학으로 육성한다'는 계획에 "시가 적극적으로 시립대 발전계획에 참여하는 것은 중요한 부분이기 때문에 기본으로 전제되어 있다고 보면 된다, (시립대를) 미국 명문 주립대학 수준으로 발전시켜야 한다는 공감대는 (캠프 내부에) 이미 형성되어 있다"고 덧붙였다.
"서울시립대에 정말 필요한 것은 반값등록금 보다 국제교류 활성화를 통해 세계적 명문대로 키우는 것입니다. 대학 등록금 정책은 당정협의로 이미 한나라당 자체에 반영되었고, (나 후보도) 동일한 수준에서 당과 의견을 같이 하고 있습니다."반면 나경원 후보 측은 등록금 관련 공약을 따로 가지고 있지 않다. 나경원 후보 캠프 유창수 정책실장은 지자체장으로서 등록금 문제 해결에 한계가 있음을 지적하며 중앙정부 중심의 등록금 문제 해결을 강조했다.
한편 유 정책실장은 "박원순 후보의 '학자금 이자지원 조례 공약'은 한국장학재단에서 이미 실시하고 있어 중복 우려가 있고, 지원 대상 선정과 관련해 정확한 타게팅이 어렵기 때문에 문제의 소지가 있어 면밀한 검토가 필요하다"고 비판했다.
서울시립대 반값등록금 공약에 대한 청년들의 반응 또한 엇갈렸다. 서울여대에 재학 중인 김나인(24)씨는 "시립대 등록금은 이미 싸다. (시립대 반값등록금이) 시행된다면 좋기는 하겠지만, 다른 학교에까지 영향을 미쳐 반값등록금이 될 수 있을지는 모르겠다"며 시립대 반값등록금이 타 대학 등록금에 미칠 외부효과에 부정적 입장을 나타냈다.
한편 경희대에 재학 중인 김태현(25)씨는 "(대부분의 정책에 있어) 서울이 중심이니 이것(시립대 반값등록금 공약)이 발판이 될 것이다. 시립대가 실시한다고 해서 당장 다른 학교까지 반값등록금이 되진 않겠지만, 이런 공약이 나온다는 것 자체가 파급력을 가질 수 있다"며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일자리 공약] "창업 대학생 소수... '대기업 중심 경제'부터 손 봐야"청년일자리 공약은 두 후보 모두 '창업'에 방점을 찍었다. 일자리가 한정되어 있는 기존 기업에 대한 취업지원책으로는 정책효과가 크지 않다는 것이다. 두 후보의 일자리 공약의 주제는 같지만, 양쪽 캠프 모두 자신들의 공약이 더 구체적이고, 실질적 효과를 거둘 수 있을 것이라 주장한다.
"나경원 후보가 제시한 청년창업공간 10만 평은 청년들에게 새로운 도전을 하자는 의미입니다. 반면에 박 후보의 청년벤처기업 1만 개 육성은 구호에 불과하지요. 실제로 청년들이 기업을 운영하게 하려면 저렴한 임대료로 자기 아이디어를 상품화 시키고 기업을 만들 수 있도록 지원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청년들에게는 큰 자본 없이 꿈을 이룰 수 있는 공간이 필요한 것입니다." (나 후보 캠프 유창수 정책실장)나 후보 캠프에서는 컨벤션센터·교육기관·연구공간·제품판매 등이 종합적으로 갖춰진 청년창업공간 10만 평 조성을 통해 청년창업지원을 극대화하겠다는 전략을 내세웠다.
"박원순 후보는 이미 '1000개의 직업'이라는 일인 기업 운동을 펼쳐왔습니다. 그 연장선상에서 청년벤처기업 1만 개 공약은 청년들이 창의적이고 경쟁력 있는 1인 창조기업을 운영해 나갈 수 있게 할 공약입니다. (박 후보의) 경제관은 기본적으로 '작은경제'로서 대기업 중심의 경제가 아니라 마을과 지역과 1인 기업가가 서로 상생하는 경제입니다. 이를 위해 앞서 보여준 1인 기업에 대한 상상력의 그림을 서울시가 함께 그려나가겠습니다"(박 후보 캠프 제윤경 부대변인)
박 후보 캠프에서는 기존의 정치인에게서는 볼 수 없었던 경제관과 일자리에 대한 새로운 접근으로 박원순 후보가 가지고 있는 콘텐츠의 차별성을 강조했다.
하지만 청년들은 현재의 대기업 중심의 경제구조에서는 청년들이 창업을 한다 해도 성공할 가능성이 희박하다고 지적한다.
서울시립대에 재학중인 황병일(27)씨는 "청년들이 자기가 좋아하는 일을 두고 다른 직업을 찾는 것은 결국 급여 때문이다"라며 "학생들이 대기업 취업을 위한 스펙 쌓기에만 매달리지 않도록 중소기업에 가더라도 일정수준의 삶을 영위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것이 우선이고, 서울시 정도의 규모를 가진 지자체라면 가능할 것이라 생각한다"고 말했다.
같은 대학에 재학 중인 박동희(25)씨는 "창업을 생각하는 대학생은 1% 정도에 지나지 않을 것이다. 창업을 하더라도 중소기업이 되는데, 현재와 같은 대기업 중심 경제에선 살아남을 수 없다" 며 중소기업 일자리를 괜찮은 일자리(decent job)로 만들어 주는 것이 우선이라고 지적했다.
[주거 공약] "자취하는 친구들 집 걱정... 공약대로만 한다면야"주거 공약의 화두는 두 후보 모두 "유스하우징(Youth Housing)과 대학기숙사 확대" 였다. 세부내용에 있어서는 차이를 보였지만, 두 후보 모두 큰 틀에서 현재 청년들이 겪고 있는 주거공간 부족에 대해 공감하고, 1인 주거공간으로 대표되는 청년주거공간 확충을 골자로 한 정책을 내놓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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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년주거문제의 핵심은 1인 가구와 원룸형 생활주택으로 대표되는 도시형 생활주택인데, 이를 다세대가구 매입 후 리모델링으로 구성하겠습니다. 또한 대학 내에 기숙사를 넓히고 싶어도 못 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이것을 조례개정을 통해 가능하게 하겠습니다. 그리고 대학의 기숙사 건립 시 서울시가 지원하겠습니다."(나 후보 캠프 유창수 정책실장)
나경원 후보는 현재 시행되고 있는 '유스하우징' 공급확대와 대학·기업·지자체에서 기숙사를 건립할 경우 건폐율과 용적률 완화를 통해 저렴하게 기숙사를 공급하는 방안을 내놓았다.
"다세대 다가구 주택을 매입 후 리모델링을 통해 원룸으로 공급하고, 자투리 땅을 활용하여 공공원룸텔을 개발해 1인 가구· 2인 가구·한 부모 가구의 수요를 충족시키겠습니다. 대학 기숙사는 대학이 부지를 시에 임대해 일부는 시에서 원룸텔로 활용하고 일부는 기숙사로 활용하겠습니다." (박 후보 캠프 제윤경 부대변인)박원순 후보 캠프 또한 '유스하우징'을 확대 보완한 개념인 '희망하우징'을 통해 청년주거문제를 해결하겠다는 생각이다.
성균관대에 재학 중인 최진석(26)씨는 "주변에서 자취하는 친구들은 집 걱정을 정말 많이 한다. 두 후보가 공약(公約)대로만 해준다면 정말 좋겠다. 하지만 말만 앞선 공약(空約)이 되진 않을까 걱정스럽다" 며 기대와 함께 공약 실천에 대한 우려를 나타냈다.
"'청년들이 원하는 서울시장', 청년들의 투표 통해 결정해야"결국 선거는 투표로 결정된다. 각 후보의 공약에 대한 유권자 개인의 지지와 반대는 투표의 결과로 총화되는 것이다. 이러한 의미에서 정치적 의사표현 수단으로서 투표참여가 가지는 의미는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을 것이다.
성공회대학교 사회과학부 정해구 교수(정치학)는 청년들의 투표참여 중요성을 강조했다.
"2010년 6·2 지방선거에서 20대 투표율은 2008년 총선에 비해 13%P가 올랐습니다. 청년들이 전반적으로 자신들의 요구를 정치적으로 표현하고 있는 것으로 해석할 수 있습니다. 그러한 의미에서 청년들이 서울시장 선거에서 자기의 의견을 적극적으로 표현하고, 각 후보의 청년 공약을 검증하여 투표에 참여해야 합니다."청년단체들도 한 목소리로 각 후보의 정책검증과 투표참여에 대한 청년층의 능동적 참여를 당부했다. 하지만 각 단체들의 활동 방향에 따라 이번 시장선거를 바라보는 시각에는 다소 차이가 있었다.
"예전의 고시원은 공부하는 곳이었지만, 현재는 보증금이 없어 집을 못 구하는 청년들의 일반적 주거형태가 되었습니다. 이것은 불안정한 노동, 등록금 문제와 함께 맞물려 있습니다. 이번 선거는 '보편적 복지' 실현의 문제입니다. 예전의 복지가 사회적 약자에 집중했다면, 이제는 청년들에게도 눈을 돌려야 하고, 청년들도 이 사회의 희생양이라는 것을 알리는 것이 이번 서울시장 선거입니다." 청년유니온의 김영경 대표는 이번 선거가 보편적 복지의 일환으로서 사회의 구성원인 88만원 세대들의 요구를 당당히 알리는 선거가 되어야 한다고 말했다.
"등록금·일자리·주거는 대학생과 밀접한 정책입니다. 대학생들에게 설문조사를 하면 기숙사 부족으로 주거문제를 겪고 있습니다. 그 부분에 대한 해결책을 가지고 있는 후보가 대학생들의 지지를 받을 것입니다. 등록금은 서울 시립대에 대해서만 반값등록금을 이야기하고 있는데, 서울시립대 한 대학만 이야기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바른사회대학생연합의 김형욱 대표는 청년들의 적극적 투표참여를 강조하면서도 야권의 공약인 서울시립대 반값등록금에 대한 비판적 의견을 보였다.
앞서 박원순·나경원 두 서울시장 후보의 공약을 평가한 청년들은 그들이 바라는 서울시장의 모습을 묻는 질문에 "서울을 넓게 바라보고 실질적으로 서민들에게 다가가서 시민을 위한 공약을 실천할 시장" 그리고 "아직도 남아있는 20세기의 사고관을 넘어 복지와 문화 그리고 교육에 걸쳐 미래상을 제시하고 이 분야를 활용해 경제발전도 이루는 수도 서울을 이끄는 시장" 이라고 답했다. 이 기사를 읽고 있는 청년여러분의 판단은 어떤 후보가 자신의 요구에 더 적합하다고 생각하는가. 10월 26일 서울을 이끌어갈 시장에 대한 투표가 그 답변이 될 것이다.
덧붙이는 글 | 이형섭 기자는 오마이뉴스 대학생 기자단 '오마이 프리덤'에서 활동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