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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할아버지  오늘도 자기가 만들어 놓은 둘레길을 정비하기 위해 노구를 이끌고 산으로 오르고 있는 김영환 할아버지, 화랑무공훈장을 받은 역전의 용사이기도 하다.
산할아버지 오늘도 자기가 만들어 놓은 둘레길을 정비하기 위해 노구를 이끌고 산으로 오르고 있는 김영환 할아버지, 화랑무공훈장을 받은 역전의 용사이기도 하다. ⓒ 김학섭

인천 부평구 산곡동에는 호봉산이 있다. 예전부터 호랑이 모습을 닮았다고 해서 호봉산이라고 부른단다. 해발 135미터로 그리 높지 않은 산이지만 며칠 추워지더니 이 산에도 가을이 당도했다. 군데군데 단풍이 들어 가을임을 알리고 있다.

이 산이 요즘 유명세를 타고 있다. 매일 많은 사람들이 호봉산을 찾아 온다. 이년전만 해도 사람들이 찾지 않았던 버려진 산이나 다름이 없었다. 그랬던 산이 지금은 하루 450명 정도가 찾는 유명산으로 바뀌었다. 새로 생긴 둘레길 때문이다.  

호봉산이 김영환(81) 할아버지의 손으로 새생명을 얻게 된 것이다. 산을 중심으로 숲길이 만들어지고 사람들은 그 숲길을 따라 맑은 공기를 마시며 마음 껏 산을 돌 수 있어 좋아했다. 새벽부터 밤늦은 시간까지 사람들이 찾는 산으로 변했다.  

청천동에 살고 있다는 박할머니(67)는 이 산을 돌면서 고혈압이 훨신 좋아졌다며 전에는 산 정상으로 오르느라 고생을 했는데 이렇게 좋은 둘레길이 만들어져 힘들이지 않고 운동할 수 있게 되었다며 산할아버지에게 감사를 드렸다. 

작정동에 살고 있다는 김할머니(76)도 산할아버지가 너무 고맙다며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자기도 몸에 여러 가지 성인병이 많았는데 이 산을 돌면서 몸에 병이 훨신 좋아졌다는 것이다. 모두 산할아바지 덕분이라고 칭찬했다.

산할아버지  산할아버지는 겨울을 대비하기 위해 열심히 길을 정비하고 있다. 사람들이 미끄러지지 않아햐 한다며 걱정하고 있다.
산할아버지 산할아버지는 겨울을 대비하기 위해 열심히 길을 정비하고 있다. 사람들이 미끄러지지 않아햐 한다며 걱정하고 있다. ⓒ 김학섭

오늘도 김영환 할아버지는 아침 수저를 놓기가 바쁘게 노구를 이끌고 산에 오르고 있다. 겨울이 오기 전에 산길을 정비 하기 위해서다. 누가 시켜서 하는 일도 아니것만 안전하게 사람들이 걸을 수 있도록 해야 마음이 놓인다는 것이다.

"어쩌다 이런 일을 하게 되었어요?"
"내가 나이  많으니 하루는 몸에 병이 났어요. 자리에 누워 생각을 하다가 문득 이대로 죽을 수가 없다는 생각이 들데요. 세상에 태어 났다가 무엇을 남기고 죽어야 하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래서 아픈 몸을 이끌고 산에 오른거죠. 총알이 빗발치는 전쟁터에서도 살았는데 이까짓 몸 좀 아픈 것 가지고 뭐 그러느냐 하고 생각을 달리 먹었죠. 몇 사람이 산에 오르는 것을 보았어요. 길이 없는 산을 오르려니 힘이 들지요. 그때 머리에 둘레길이 떠올랐어요. 둘레길을 만들면 많은 사람들이 건강을 찾겠구나. 그때부터 시작하게 되었지요. 이년전이었습니다."

산할아버지  새로 만들어 놓은 둘레길을 따라 사람들이 열심히 걷고 있다. 이제는 하루에 450명 정도가 찾는 유명산이 되었다.
산할아버지 새로 만들어 놓은 둘레길을 따라 사람들이 열심히 걷고 있다. 이제는 하루에 450명 정도가 찾는 유명산이 되었다. ⓒ 김학섭

몸이 아픈 사람을 위해서 들레길을 만들어 놓으면 사람들이 둘레길을 돌며 건강을 찾을 것이라고 생각이 들었다는 것. 마음먹고 하는 일이니 힘도 들지 않았다고 말했다. 이제는 둘레길이 거의 완성되어 많은 사람들이 돌고 있는 모습을 보면 마음이 흐뭇하다는 것이다.

김영환 할아버지는 1945년에 군에 입대 1950년 10월 압록강까지 진격했으나 중공군에 의해 낙동강까지 후퇴, 수많은 사선을 넘어온 역전의 용사였다. 화랑무공훈장을 받았으며 슬하에 형제를 두고 노후를 편안하게 보낼 수 있지만 김영환 할아버지는 오늘도 쉬지 않고 산을 오르고 있다.       

사람들은 산할아버지라고 부르며 따듯한 차를 대접한다.

산할아버지  고마운 마음에 산할아버지에게 차를 권하는 아주머니의 얼굴에도 행복한 웃음이 넘친다. 산할아버지도 잠시 땀을 식히며 차를 마시고 있다.
산할아버지 고마운 마음에 산할아버지에게 차를 권하는 아주머니의 얼굴에도 행복한 웃음이 넘친다. 산할아버지도 잠시 땀을 식히며 차를 마시고 있다. ⓒ 김학섭


#산할아버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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