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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0월 21일 저녁에 있었던 중구거리축제 개막식에서 지역 국회의원이 인사말을 하고 있다
10월 21일 저녁에 있었던 중구거리축제 개막식에서 지역 국회의원이 인사말을 하고 있다 ⓒ 박석철

 

"울산읍성 복원 예산 42억 원을 확보했고, 모두 1000억여 원이 투입되는데…, 오면서 전화해보니 북정동 재개발 허가 났다던데…."

 

거리문화 축제가 열린 21일 오후 7시 10분, 울산 중구 중앙동 메인 행사장. 아침부터 내린 비가 개막식 때도 그칠 줄 모르자 참석자들은 주최 측이 미리 준비해 놓은 비옷을 입고 구청장, 구의장, 국회의원의 인사말을 듣고 있었다.

 

연례행사처럼 구청장과 구의회의장 등의 인사말이 끝나자 이 지역 국회의원인 한나라당 정갑윤 의원이 예산확보 치적을 늘어 놓았다. 사회자는 그를 소개하며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장"임을 강조했다.

 

그는 여러 치적들을 이야기하며 "고생하신 상인들이 이제 괜찮아 질 것"이라며 인사말을 맺었다.

 

과거 울산의 중심지였던 중구는 지금 '부자도시 울산'에 걸맞지 않게 지역 5개 구군 중 기초생활보장 수급자가 타지역보다 2~3배 많은 등 못사는 지역으로 전락했다.

 

공업특정지구 지정 후 울산을 이끌어 온 조선, 자동차, 석유화학 공단 등 산업단지가 없고, 지역경제 기반인 상권도 신도시인 남구로 넘어가는 등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

 

이 때문에 주민들은 뭔가 특단의 대책이 나오기를 갈구하고 있고, 거리축제도 상권을 살려보자는 한 방편으로 10년째 이어지고 있다. 정갑윤 의원은 인사말에서 "중구는 10년 전 주가가 바닥을 치고 있었다"고 했지만 거리축제 10년이 지나도 바닥을 치고 있는 것은 매 한가지다.

 

울산 전체 예산 대폭 줄었는데 확보?

 

근래 지역언론들은 '정갑윤 "민생예산 철저히 챙길 것"', '정갑윤 예결위원장 "울산, 국비확보 성과내고 있다"', '정갑윤 "철저한 예결산 심사로 세금 낭비 없앨 것"', '정갑윤 울산읍성 국비 42억 확보' 등의 보도를 쏟아냈다.

 

비단 정 의원뿐 아니라 대부분 지역 국회의원이 비슷한 양상을 보인다. 이런 기사는 자신들이 언론에 보도자료를 제공해 기사화되기에 자화자찬에 가깝다.

 

'강길부 의원(울산 울주군), 영천~언양 고속도로 확장예산 200억' 확보, ''국비 확보' 발걸음 넓히는 최병국 의원(울산 남구 갑)' 등 최근 쏟아진 기사를 두고 정가에서는 "선거가 다가왔나? 하는 우스게 소리가 나오곤 한다.

 

문제는 과연 이처럼 언론에 보도되는 국가예산 확보가 주민들이 수긍할만큼 진짜 제대로 확보되고 성과를 냈느냐 하는 것이다.

 

울산은 주지하다시피 대기업 공장이 많아 생산액이 높고 세금을 가장 많이 내는 도시다. 인구 113만여 명인 울산이 매년 국가에 내는 세금은 16조 원으로 인구 1000만 명인 서울에 이어 전국에서 두 번째다.

 

이처럼 노동자들이 땀흘린 결과로 많은 세금을 내는 울산이지만, 국가예산은 2009년 2조4703억 원(국고보조 5404억 원, 국가시행 1조9299억 원)에서 2010년 1조5994억 원(국고보조 5675억 원 국가시행 1조319억 원), 2011년 1조5984억 원(국고보조 5822억 원, 국가시행 1조162억 원)으로 2년만에 8700여억 원이나 대폭 줄었다.

 

이렇게 울산의 국가예산이 확 줄어든 것을 감안하면, 설사 지역구 의원이 자기지역 예산을 확보했다손 치더라도 이는  울산이라는 전체 틀에서는 되레 다른 지역의 예산을 깎아 먹은 꼴이다.

 

이렇듯 지역 국회의원들은 울산 전체 국가예산이 대폭 줄어든 것에 대한 책임은 이야기하지 않고 '꼬시래기 제살 뜯어 먹기식' 자화자찬만 늘어 놓는 꼴이다.  문제는 지역언론은 이를 기정사실화 해서 보도하고, 주민들은 그렇게 믿게 된다는 것.

 

지역 국회의원들, 친서민 행보 맞나?

 

지역 국회의원들은 한결 같이 친서민을 강조하고 있지만, 실상 행보는 엇박자를 보인다. 시민단체 설문 결과 주민들이 가장 원하는 예산인 무상급식은 포퓰리즘 규정에 동참하고 울산의 국가예산 삭감 요인인 4대강 사업에는 입을 다문다.

 

강길부 의원의 경우 한나라당 의원 10명과 함께 지난 2010년 12월 18일, 2008년부터 법으로 금지된 건설업체와 무면허 건설업자 간의 도급계약을 허용하는 내용의 건설법 개정안을 발의해 노동계의 반발을 불렀다.

 

이 법안은 특히 울산건설노조가 수차례 폭로해 울산지역 건설현장의 비리 주범이 다단계 구조에서 비롯된다는 사실이 확인된 가운데서 나온 것이라 노동계의 반발은 거셌다. 

 

특히 그는 4대강 사업 TF위원장을 지낸지라, 울산의 국가 예산 대폭 감소의 주요 원인이 4대강에 투입되는 예산 때문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그의 예산 확보 자찬은 허식에 불과하다.

 

국회 외통위 소속인 최병국 의원의 경우도 그가 한미 FTA 강행에 참여하면서 최근 울산지역 시민사회노동단체가 '최병국 의원 규탄 공동기자회견'을 열고 항의서한을 전달하는 등 시민사회로부터 지탄의 대상이 되고 있다. "지역의 농민과 상인이 다 죽는다"는 하소연과 함께다.

 

정갑윤 의원의 경우, 최근 국회의원 중 정치자금으로 사용한 1년 밥값이 5520만5909원으로 의원 평균의 두 배로 1위라는 사실이 알려졌고, 논란이 일자 "언론인과 정부관계자 등에 제공하기 위한 고래고기 구입비로 1000만 원을 사용했다"고 해명해 누리꾼들의 거센 비난을 받은 바 있다. (관련기사: 이 의원 하루 밥값이면, 초등생 130명 무상급식 가능)

 

또한 그는 임시국회 회기 중인 지난 8월 5일부터 7박 8일간 예결위 소속 의원 3명과 함께 '한·호주 수교 50주년'을 기념해 의원교류 명목으로 호주를 방문했으나, 연방국회의원들을 못 만나고 돌아오면서 예산을 낭비했다는(국회 예결특위 의원, 한·호수교 50주년 방문 '예산낭비')  언론의 지적을 받으면서 도마에 오르기도 했다.

 

하지만 이런 반 서민적 행보는 지역언론에 거의 보도되지 않아 잘 알려지지 않는 대신, 지역 여론을 주도하는 지역언론에는 "철저한 예산 심사로 낭비 없앨 것" 등의 자화자찬 기사가 보도되면서 여론이 호도되고 있다.

 

담당 공무원들 "예산은 국회의원 혼자 따는 것 아냐"

 

국회의원들이 특히 선거가 가까워지면 자주 하는 말은 "예산을 확보했다"는 것. 이에 대해 일선 공무원들은 회의적인 시각을 보이고 있다.

 

울산시청 한 공무원은 "국회의원 혼자서 국가예산을 확보한다는 것은 난센스"라며 "물론 의원 개인이 예산확보를 위해 노력은 할 수 있으나, 예산은 의원 혼자 확보하는 것이 아니라 지자체의 예산계획 수립 및 대 정부 요구와 공무원, 의원 등 지역 구성인들이 함께 힘을 모아낼 때 성과를 내는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국회의원들은 자신이 예산을 독자적으로 확보한 것처럼 홍보한다. 정 의원의 경우 야당과 시민단체가 요구한 "1년 밥값예산 5500만 원에 대한 사과"는 전혀 하지 않고 오히려 "서민예산을 철저히 챙기겠다"고 하면서 지역계를 어리둥절하게 하고 있다.

 

정 의원은 지난 2008년 미국산 쇠고기 수입 반대 촛불집회가 한창일때 집회 등에서의 처벌을 대폭 강화하는 '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률 개정안'을 추진해 홈페이지가 마비되는 등 누리꾼들의 항의를 받은 바 있다.

 

정 의원이 마련하려 한 집시법 개정안에는 '집회 참가자의 복면 착용 금지, 쇠파이프 사용자는 물론 제조·보관·운반하는 사람까지 처벌'하도록 하고, 특히  집시법을 위반할 경우 벌금액을 대폭 올려 현행 50만∼300만 원에서 500만∼3000만 원까지, 10배를 높인다는 내용이었다.

 

또한 그는 2008년 '식사비를 임금에서 공제하는' 등 내용을 담은 최저임금법 개정안을 한나라당 의원 30여 명과 함께 공동발의해 청소노동자를 비롯한 울산지역 여성 노동계와 사회단체가 항의전화와 항의 글쓰기 등을 진행하기도 했었다.

 

하지만 잇따른 반 서민 행보와 주민들의 거친 항의에도 그가 홈페이지에 올린 글은 "좌파일식 끝내자"는 거였다.

 

2009년 7월 22일, 61년 만에 찾아온 일식이 있었다. 그는 이 일식을 비유하며 당시 논란이 된 미디어법과 쌍용차 사태에 반발하는 노동계와 시민단체를 향해  "좌파일식 하자"고 주장해 파문이 일었던 것.

 

그는 "최근의 우리사회는 무법과 불법, 비상식이 판을 치며 법치와 자유, 민주의 빛을 가로막고 있다"면서 "거리는 죽창과 쇠파이프 새총에서 발사되는 금속덩어리에 뒤덮이는가 하면, 민생을 돌봐야할 야당은 의회폭력, 의회봉쇄, 의회파업을 일삼으며 민심의 빛, 민의의 빛을 갉아먹고 있지 않은가"고 주장하기도 했다.

 

이런 주장은 울산이 노동자의 도시이며, 당시 현대차 정규직은 물론 비정규직의 항의 집회 등이 이어졌다는 것을 감안하면 지역 노동자들을 죽창드는 사람들로 비유하는 꼴이었다.  지역의 야당과 노동계가 즉시 "적반하장식 망언" 이라고 거세게 반발하고 나섰던 것은 물론이다.

 

진짜 친서민, 예산확보 의원이 되려면 "무상급식에 반대하는 정 의원의 1년 밥값 5500만원이면 하루에 130명이 무상급식 할 수 있다"고 지적한 누리꾼의 말을 귀담아 들어야 할 것이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그가 무상급식을 반대하고 있고, 부자도시 울산의 무상급식 예산이 전국에서 유일하게 0원이라는 점을 들어서다.


#울산 중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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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산지역 일간지 노조위원장을 지냄. 2005년 인터넷신문 <시사울산> 창간과 동시에 <오마이뉴스> 시민기자 활동 시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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