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26 서울시장 보궐선거 지원에 나선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 곁으로 한 중년 여성이 다가왔다. "박정희 전 대통령을 너무 좋아한다"는 이 여성은 박 전 대표의 오른쪽 뺨의 상처를 가리키며 안타까워 했다. 박 전 대표는 이 여성의 손을 손을 잡으면서 "조심하고 있어요"라며 괜찮다는 표정을 지었다.
박 전 대표가 22일 모습을 드러낸 곳은 젊은 층이 많이 찾는 서울 신촌 일대. 신촌은 5년여 전인 2006년 5월 20일 박 전 대표가 문구용 칼에 오른쪽 뺨 11cm가 찢어지는 피습을 당했던 곳이다. 당시 그는 한나라당 대표로 오세훈 서울시장 후보 지원 유세에 나섰다 변을 당했다.
박 전 대표는 스스럼 없이 시민들을 만나 대화를 나누고 함께 사진을 찍는 등 비교적 자유롭게 선거 지원활동을 벌였지만 경호는 평소보다 다소 강화된 모습이었다. 경호원 3~4명이 밀착경호를 했고 곳곳에 사복경찰들도 눈에 띄었다. 한 취객은 박 전 대표에게 다가서려다 저지 당하자 "내가 뭘 어쩌겠다는 것도 아닌데..."라고 불만을 나타내기도 했다.
박 전 대표에게 다가서던 취객 제지 당해박 전 대표는 이날 오후 3시 30분께 신촌 현대백화점을 시작으로 '걷고 싶은 거리'를 거쳐 이화여대 정문까지 약 1시간 동안 도보로 이동하며 시민들을 만났다.
커피 전문점에 들어가서 발레를 전공하는 선화예술중학교 3학년 여학생들과 합석해 미래의 꿈과 영화 등 다양한 주제로 이야기를 나누기도 했다. 특히 대학생부터 중년층까지 박 전 대표에게 사진 촬영을 요청하는 통에 수행했던 이학재 의원은 '1일 사진사'가 돼야만 했다.
박 전 대표는 한나라당의 나경원 서울시장 후보를 직접 언급하며 지지를 호소하기보다 다양한 계층의 시민을 만나 이야기를 듣는데 주력했다. 때로는 대학생들을 상대로 등록금 문제 등 여러 정책 이슈에 대해 자신의 생각도 밝혔다.
박 전 대표는 길거리에서 만난 대학생들의 등록금 걱정에 "돈 걱정 없이 공부할 수 있고 취직 걱정 없는 나라를 만들어야 하는데 그렇지 못해 안타깝고 미안하다"며 "등록금 문제에 대해 많이 연구하고 있다, 젊은이들이 꿈을 펼칠 수 있도록 좋은 정책을 많이 만들겠다"고 약속했다.
박 전 대표는 서강대학교 후배들을 만나서 반가움을 나타내기도 했다. 후배들이 서강대 자연과학부 11학번이라고 소개하자 박 전 대표는 빙그레 웃으면서 "아주 까마득하네요"라고 반색했다. 후배들이 "대표님은 전자공학과시죠?"라고 묻자 그는 "같은 이공계인데 사실 과학이 과학으로 끝나는 게 아니라 여러 분야와 합치면 굉장히 많은 부가가치를 만들 수 있고 일자리도 생긴다"고 강조했다.
"앞으로 복지 수요 엄청 늘 것"... 서울 선거 지원 '올인'
사회복지학과 학생들을 만난 자리에서는 복지의 중요성에 대해 강조했다. 박 전 대표는 "앞으로 복지 수요가 엄청 늘어갈 것이고 (사회복지 전문가가) 필요한 분야가 굉장히 많은데 좋은 과를 선택했다"며 "우리가 행복하게 살기 위해서는 복지 수요를 잘 채워야하기 때문에 앞으로 좋은 일을 할 기회가 많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박 전 대표는 "그렇게 되도록 많이 노력할 것이고 정치권에서 뒷받침할 일이 있으면 챙기겠다"고 밝혔다.
박 전 대표는 식당을 운영하는 자영업자들을 만나서는 "어려움이 많으실 것"이라며 "경기가 살아나도록 저희가 힘을 많이 쓰겠다"고 말했다.
박 전 대표는 이날 길거리를 이동하면서 반지와 귀고리 등 여성용 액세서리에 많은 관심을 보이기도 했다. 한 좌판에서는 3000원 짜리 반지 하나를 선물 받았다. 박 전 대표는 "넙죽넙죽 받아서 될지 모르겠지만 주신 마음 잘 받아서 애용하도록 하겠다"고 감사의 뜻을 나타냈다.
박 전 대표는 이날 서울지원 유세에 이어 23일에도 나경원 후보가 열세를 보이고 있는 서울 도봉구와 노원구 등 강북지역을 찾는다. 박 전 대표는 전날도 서울 지원 유세에 나섰고 투표 전날이 25일에도 서울 민심 공략에 나서는 등 이번 재보궐선거의 최대 승부처인 서울 지원 활동에 '올인'할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