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생명이 태어나기 위해서는 어머니의 고통과 산파의 힘 그리고 가족들의 정성이 들어간다. 10월 26일, 박원순 시장이 탄생했다. 비록 무소속이었지만 야당의 지도자들과 당원들, 안철수 교수를 비롯한 수많은 시민들이 그를 지지했고 그의 당선을 위해 노력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또한 팟캐스트 '나꼼수' 역시 다양한 방식으로 후보를 검증(?)하는 등 박원순 시장 탄생을 위한 노력을 아끼지 않았다.
산고는 아직 끝나지 않은 듯하다. 27일 경찰청은 '나꼼수' 출연진들을 조사한다고 발표했다. 24일 공개된 팟캐스트 '나꼼수'에서 폭로한 '나경원 후보가 연회비 1억원짜리 피부클리닉에 다닌다'는 내용이 문제가 됐다. 경찰은 해당 피부 클리닉의 연회비가 정말 1억인지 나경원 전 의원이 실제로 그 피부 클리닉에 다녔는지를 밝힐 예정이다. 경찰은 선거 후 이뤄지는 기계적인 과정이라고 덧붙였으나 시민들은 이를 예사롭지 않게 여기고 있다.
이번 재보선 후 선거법과 관련한 경찰 조사 대상은 총 116명, 건수는 87건이다. 하지만 '나꼼수'가 이번 선거에서 보여준 영향력 때문인지 언론과 사람들의 관심은 오직 '나꼼수'에 몰려있다. 실제로 '나꼼수'에서 이뤄진 나경원 후보 검증은 정치권과 기존 언론사에서 진행된 것과는 차원이 달랐다. 피부클리닉 건 외에도 '사학 감사 배제 청탁', '남편 김재호 판사의 기소 청탁' '중구청 호남 솎아내기 배후 의혹' 등을 '나꼼수'에서 폭로했다. 나경원 전의원 측에서는 '나꼼수'가 얄미울 수밖에 없는 이유이다. 그렇기에 시민들은 한나라당과 나경원 전의원 측에서 화풀이를 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의심해 볼 수밖에 없다.
'나꼼수'가 허위사실을 유포했다면 당연히 처벌을 받고 반성해야 한다. 나경원 전의원의 과거가 어쨌든 누군가 사실을 왜곡해서 나경원 전의원 피해를 보았다면 그 죄는 묻고 벌해야 당연한 것이다. 하지만 10·26 서울 시장 보궐 선거에서 한나라당이 패한 것이 단순히 시장직을 내준 것 이상의 의미가 있는 상황에서 '나꼼수'의 경찰 수사는 다르게 볼 필요가 있다. 한나라당의 위기, MB정부의 레임덕은 이번 선거를 통해 가시화 되었고 여당의 총체적 난국은 내년 총선과 대선까지 이어질 추세에 있다.
'나꼼수'는 한나라당과 MB 정권에 꾸준히 반기를 들어왔고 그 정도는 이번 보궐 선거에서 정점을 찍었다. '나꼼수'가 이 추세대로 계속 달려갈 경우, 이번 재보선에서 찍었던 '정점'은 내년 총선과 대선 시즌에는 단순한 '저점'에 불과 할 가능성이 크다. 이는 선거에서 패한 나경원 전의원뿐만 아니라 한나라당 역시 '나꼼수' 저지에 힘을 써야 할 이유가 된다. 물론 이번 경찰 조사에 한나라당의 직접적인 영향이 미쳤다는 것은 아니다. 다만 앞으로 '나꼼수'에 탄압이 가해질 공산이 크다는 것이다.
이번 선거에서 '나꼼수'가 박원순 당선에 큰 영향을 미친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더욱 중요한 것은 '나꼼수'가 20대들을 투표장으로 이끌었다는 사실이다. 물론 트위터와 페이스 북이 등이 있었기에 가능했지만 '나꼼수'로 인해 20대가 정치에 많은 관심을 갖게 된 것을 부정할 수는 없다.
한편, 선관위의 태도를 두고 말이 많다. 일부 신문은 선관위의 '유명인 투표 독려 자제에 대한 지침'을 두고 '스스로 웃음거리'가 되었다고 비판했다. 투표율을 높여 대의 민주주의 정의를 살려야 할 선관위가 정반대의 지침을 내렸으니 비판 받을 만한 일이었다. 반대로 선관위가 하지 않은 일에 '나꼼수'가 기여했다는 것은 칭찬 받을 만한 일이다. '나꼼수'에 동조하는 사람도 '나꼼수'에 분개하는 사람도 정치에 대한 관심을 투표로 표현했기 때문이다.
선거 후 폭풍도 '나꼼수'와 함께 시작했다. 당분간 그 바람이 잦아질 것 같지는 않다. 경찰이 이번 조사에서 따질 것은 확실히 따져야 함이 옳지만 여권의 직·간접적인 영향이 공권력을 통해 '나꼼수'에게 미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나꼼수가 일각의 주장대로 공해인지 아니면 신선한 방송인지를 판단하는 것은 철저히 국민들의 몫이다. 아이폰을 쓰는 사람일 경우 나꼼수를 잘 듣기 위해서는 와이파이가 터지는 장소에 자리를 잡고 아이튠즈 앱을 누르고 팟캐스트, top10으로 들어가 딴지라디오를 탭한 다음 다운로드를 받아야 한다. 그리고 다시 아이팟으로 들어가 재생시켜야 한다. 누구도 '나꼼수'를 들으라고 강요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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