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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다음 달 1일부터 먼바다 해역에서 금어기가 끝나고 대게잡이가 시작되면서 본격적인 대게 철이 시작된다. 사진은 지난해 강구항의 대게 경매 모습.
다음 달 1일부터 먼바다 해역에서 금어기가 끝나고 대게잡이가 시작되면서 본격적인 대게 철이 시작된다. 사진은 지난해 강구항의 대게 경매 모습. ⓒ 김상현
대게철이 돌아왔다. 31일로 상당 해역의 금어기가 끝나기 때문이다. 금어기가 끝난 해역에서는 11월 1일부터 대게를 잡을 수 있고, 동해안 식당들에서는 거기서 들여오는 대게를 먹을 수도 있게 된다.

대게철이 돌아왔다는 것이 이 정도의 식도락 이야기에 그치는 게 아니다. 동해의 대게는 서해의 꽃게를 능가하는 어민들의 가장 중요한 소득원 중 하나이기 때문이다. 그러다 보니 이맘 때면 동해안에서는 자연스레 설렘과 술렁임이 더해가기 시작한다. 큰 대게 배들은 곧바로 조업에 나갈 참이기도 하다.

30일 찾아가 본 영덕 강구항. 오징어잡이 배로 보이는 어선에서 너덧 명의 선원이 분주히 움직이고 있었다. 10월 한 달간 오징어잡이를 하던 청룡호(25t급)가 집어등과 자동 조상기 같은 오징어 채낚기 장비들의 거추장을 걷어내고 대게잡이 배로 변신중이었다. 청룡호는 31일 시운전을 마친 후 11월 1일 출항할 예정이라고 했다.

청룡호 선주 김동식(62)씨는 "예년과 비교해 올 10월 오징어 어획이 부진해 내일 재개되는 대게잡이를 준비 중이다. 냉각기와 액화산소, 운송 중 정수시설 등을 점검하고 떠날 채비를 하고 있다"며 "다른 어종과 마찬가지로 대게 어획량도 해마다 줄어드는 추세여서 준비는 하지만 걱정이 앞선다"고 했다. 실제 경북도내 대게 어획량은 2006년 3235t에서 2007년 4129t으로 늘었다가 2008년 2108t, 2009년 1880t으로 급감했다.

 30일 강구항. 한달간 오징어잡이를 하던 청룡호가 오징어 채낚기 장비들을 걷어내고 대게잡이배로 변신하고 있다.
30일 강구항. 한달간 오징어잡이를 하던 청룡호가 오징어 채낚기 장비들을 걷어내고 대게잡이배로 변신하고 있다. ⓒ 김상현

청룡호가 조업할 곳은 동경 130도30분 선의 동쪽 바다. 울릉도가 동경 130.54도에 있으니 울릉도를 지난 일본쪽 바다에서 대게를 잡는 셈이다. 이렇게 먼바다는 연안보다 한 달 일찍 금어기가 해제되기 때문에 11월 1일부터 대게를 잡을 수 있는 것이다. 반면 경도 130도30분 서편 우리 육지 쪽은 다음달 말까지도 금어기로 정해져 있다. 12월1일부터 대게 조업이 가능하다는 뜻이다.

먼바다의 금어기 해제가 빠른 까닭에 대해 김 선주는 "일본 어선들과 조업영역이 겹치는 해역이 있어서"라고 했다. 김 선주는 "자원보호를 생각하면 조업을 늦추는 것이 좋지만 그러다가는 일본 어선들에게 대게를 다 뺏기는 결과에 이른다"며, "그래도 다른 지역 어선이 7~8치(그물 한눈의 대각선 길이가 21~24cm인 것) 어망을 사용하는 데 비해 영덕 지역 어선은 9~10치(27~30cm) 어망을 사용해 어종 보호에 앞장서고 있다"고 설명했다.

김 선주는 "일반적인 생각과 달리 첫 조업에서 마리 당 800g 이상의 상품급 박달대게가 많이 올라온다"며 "11월에는 상품급 대게의 비율이 70%에 이르지만 2월이 되면 그 비율이 30%까지 떨어진다"고 했다. 동일 해역에서 오래 조업할수록 큰 게의 개체 수가 줄어든다는 얘기인 듯했다. 박달대게는 속살이 박달나무처럼 단단하게 들어 차 맛과 향에서 최상품으로 꼽히는 대게다. 어민들은 태어난지 적어도 10년은 된 대게라고 소개하고 있었다.

 청룡호에서 잡은 박달대게.마리당 800g 이상으로 살이 꽉 찬 대게를 박달대게로 부른다.
청룡호에서 잡은 박달대게.마리당 800g 이상으로 살이 꽉 찬 대게를 박달대게로 부른다. ⓒ 제갈욱

김 선주의 얘기를 빌면 청룡호가 대게를 잡는 곳의 수심은 200~500m다. 한번 조업에 짧게는 4일, 길게는 7일 정도 걸린다. 청룡호가 한번 나가서 잡아오는 대게량은 1~1.5t이다. 청룡호는 11월5일께 강구항으로 입항해 강구수협을 통해 첫 위판을 할 예정이다.

강구수협 권영문 판매과장은 "보통 11월 초에 잡힌 1㎏짜리 대게는 10만 원 안팎에서 위판가격이 정해진다"면서 "상당수 어선이 아직 조업을 준비하는 단계에 있기 때문에 산란기가 지나는 2월 말 쯤이면 대게 매물이 크게 늘고 가격도 내려갈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경북매일에도 실렸습니다.



#영덕대게#강구항#청룡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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