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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장훈과 문근영, 그리고 션·정혜영 부부. 이들의 공통점은 어렵지 않게 찾을 수 있다. 바로 연예계의 대표적인 기부천사라는 점. 많은 연예인들이 기부를 하지만 특별히 이들이 기부천사로 손꼽히는 이유는 바로 일회성 기부가 아닌 꾸준한 기부를 하고 있다는 점이다. 또한 지난 10월 25일 불의의 교통사고로 숨진 자장면 배달원이 6년째 매달 70만 원의 월급을 쪼개 다섯 어린이를 후원하고 있었다는 사실은 많은 사람들에게 감동을 안겨줌과 동시에 부끄러움을 느끼게 했다.

해를 거듭할수록 우리나라에 기부문화가 빠르게 확산되고 있다. 1998년 사회복지공동모금회 출범 당시의 모금액 213억 원에서 작년 기준 3318억 원까지 성장했다. 국내 유일의 개인 고액 기부자 모임(모금액 개인당 1억 원 이상)인 '아너소사이어티' 회원도 49명에 이르고, 1억 원 이상의 고액은 아니지만 개인 기부금 1000만 원 이상인 '나눔리더스클럽', 일명 '1000만원 클럽'의 회원도 생긴 지 석 달 만에 42명이 되었다.

나눔은 돈으로만 할 수 있는 게 아니다

2년 전, 날씨가 추워질 무렵 오랜만에 옷장 정리를 했다. 작은 옷장에 옷이 어찌나 많던지, 내가 언제 이렇게 옷을 많이 샀나 하는 기분이 들어 하나 하나 정리를 하다 보니 매번 버리기 아까워 언젠가는 입겠지 하며 쌓아둔 옷들이 너무 많았다. 집 앞에 있는 의류수거함에 넣기에는 아까운 멀쩡한 옷들도 있고 초록색 의류함에 담긴 옷들이 어디로 가는지 알 길이 없어 왠지 넣기가 싫었다.

그러던 중 '아름다운가게'에서 입던 옷을 기증받는 것을 알게 되었다. 인터넷으로 신청하면 친절하게도 직원이 집까지 찾아와 수거해주고 기증서도 받을 수 있으며 내가 기증한 옷은 세탁과 손질을 거친 후 아름다운가게에서 저렴한 가격에 판매가 되었다. 한 번 기증을 해보니, 편리하기도 하고 무엇보다 무작정 버리기에는 아까웠던 옷들이 필요로 하는 누군가에게 가 다시 한번 입혀진다는 사실에 무척 뿌듯한 기분이 들었다. 그 후 친구들에게도 열심히 아름다운가게를 홍보했고 많은 사람들이 기증에 참여했다.

학생의 신분으로 1000만 원 이상의 큰돈을 기부하는 것은 힘들지만 입던 옷을 기증하는 것은 그리 힘들지 않다. 여기서 주목해야 할 점은 비록 돈을 기부하는 것이 아닌 헌옷을 기증하는 것이지만, 기증을 거듭할수록 점차적으로 기증·기부 문화에 익숙해진다는 점이다. 이렇게 기부가 익숙해지면 훗날 돈을 벌어도 독차지 하지 않고 주변에 소외된 이웃들과 나누는 데 인색하지 않게 될 것이다.

기부문화 확산에 찬물 끼얹은 지난해 비리사건

그러나 기부문화가 건전하게 정착되고 확산되기에는 아직 우리 사회에 벽이 남아 있는 듯 보인다. 대표적으로 공공모금단체인 사회복지공동모금회의 비리 사건과 올해 들어 더욱 심각해진 경기 침체를 들 수 있다. 지난해 11월, 사회복지공동모금회의 비리 사건은 한창 가속도가 붙고 있던 기부문화 확산에 찬물을 끼얹었다.

국내 유일의 공공모금회로서 어느 기관보다도 투명하고 공정한 분배를 해야 함에도 사회복지공동모금회의 직원들은 단란주점, 노래방 등에서 업무용 법인카드를 사용하고 워크숍을 실시하면서 목적과 상이한 래프팅, 바다낚시 비용 등으로 예산을 부적정하게 집행했다. 또한 배분대상자의 사업수행계획서를 제대로 검토하지 않아 약 100건에 이르는 배분사업이 중도 포기하거나 반납되었다. 비리 사건으로 기부에 냉담해진 국민들의 마음은 유럽발 금융위기로 인해 더욱 심각해진 경기 침체와 더불어 꽁꽁 얼어붙게 되었다. 

필자 역시 사회복지공동모금회의 비리 사건 이후로, 매년 사오던 '사랑의열매' 하나조차 사기 싫었고 적은 돈이라도 모금함에 넣기 싫은 불쾌함을 느꼈던 적이 있다. 하지만 몇몇 직원들이 저지른 악행에 대한 분노로 너도 나도 주머니를 꽁꽁 싸매며 기부와 모금에 소원해진다면 결국 그 피해를 입게 되는 것은 사회복지공동모금회를 통해 전국 2만5천여 개의 기관과 연결되어 있는 약 400만 명의 소외계층이다.

그동안 직원들의 비리로 인해 마땅히 받아야 할 혜택도 다 받지 못했을 텐데 모금액마저 줄어든다면 결국 그들은 2중 3중으로 고통을 받게 될 것이다. 또한 사회복지공동모금회 대부분의 직원들은 자신의 일에 자부심을 느끼며 어려운 사람을 돕기 위해 진심으로 노력하고 있다는 점 역시 간과하면 안 될 것이다.

날은 추워도 '사랑의 온도계'는 더 올라가기를

사회복지공동모금회의 비리 사건이 있은 지 만 일 년이 되어 가는 지금, 이 사건은 점차 잊혀져 가고 있으나 2008년 이후 다시 다가온 금융위기와 끝이 보이지 않는 경기 불황은 많은 국민들의 삶을 힘겹게 하고 있다. '내 코가 석자'라며 나눔의 문을 굳게 닫는 사람들도 늘어나고 있다. 하지만 아무리 경기가 안 좋아도 우리에게는 두 발 뻗고 잘 집이 있지 않은가. 우리가 힘들다고 나눔을 실천하지 않는다면 기부금과 성금에 의존도가 큰 소외계층은 당장 하루 먹고살기가 힘들어 질 것이다.

어느덧 11월. 뒷산은 단풍으로 물들었고 대관령에 첫 서리도 내렸다. 자연 경관의 아름다움은 절정에 치닫고 있지만 날은 점점 추워지고 있다. 지난해 사회복지공동모금회 건물 외관에 걸린 '사랑의 온도계'는 46.3도(모금액 1039억 원). 목표했던 100도(모금액 2242억원)에 한참 못 미치는 온도다.

사회복지공동모금회의 비리 사건은 앞으로 우리 사회에 투명하고 건전한 기부 문화 확산을 위한 채찍질과 발판으로 삼고, 힘들 때일수록 나보다 더 힘들 소외된 이웃에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 올 겨울, 날은 더 추워지더라도 '사랑의 온도계' 온도는 더 높아지는 따뜻한 겨울이 되길 기대해본다.


#사회복지공동모금회#기증#아름다운재단#나눔#기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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