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들 학교에 국악 오케스트라도 있더라. 너무 멋지더라."
"우리는 그런 천박한 것들하고 안 친해요 아저씨."
"왜?"
"국악이 무슨 오케스트라? 그런 애들하고는 안 놀아요."
"?"
얼마 전 한 오케스트라의 공연 사진을 촬영했다. 리허설이 끝나고 쉬는 시간 우르르 몰려나와 담배를 피우고 있기에 슬쩍 다가가서 물어보았더니 이와 같은 기가 막힌 대답이 돌아왔다.
동서양의 구분은 있을지언정 음악이면 다 같은 음악이고 춤이면 다 같은 춤이지 천함과 귀함이 어디 있던가? 이들이 말하는 천하고 귀함의 기준은 어디에 있는 것일까? 예술의 전당에서 국악을 연주하고 공연을 하면 왜 안 되는 것일까? 클래식은 외국 사람이 만든 명품이니 품위가 있고 국악은 짚새기 신은 촌놈이 만들어서 품위가 없다?
클래식 음악 공연을 보러가면서 그 음악에 대해서 잘 모르면 뭐가 큰 일이 나는지 몰라도 사전에 여기저기 인터넷을 뒤지고 책도 뒤지고 열심히 공부를 하고 간다. 지휘자는 누구고 연주하는 곡의 작곡자는 누구이며 기타 등등. 공연 티켓이 십 몇 만원을 해도 이런 공연 한번쯤은 봐줘야 품위가 유지 되고 교양이 있어 보이는 줄 안다.
사람들이 국악하면 칠순잔치에서 부르는 아리랑이나 도라지타령을 먼저 생각을 한다. 국악은 술자리 흥을 돋우는 그런 음악으로만 생각을 한다. 그러나 우리의 일상생활 속에 녹아있는, 옛 할아버지 할머니의 주름 속에 스며들어 있는 국악이야말로 진정한 예술이 아니던가. 사람들이 기생 기생하지만 시와 그림과 가무를 제대로 알고 즐겼던 기생들이야말로 예인 중에 예인이 아니고 무엇이겠는가. 사람들은 자신의 할아버지 할머니가 즐겼던 국악을 얘기하면 교양이 떨어지는 줄 안다. 헤르베르트 폰 카라얀의 생일은 줄줄 외우면서 이은관 선생이 누군지, 배뱅이굿이 뭔지조차 모른다.
자기네 나라의 할머니 어머니가 부르던 인생의 희로애락이 함축되어 있는, 생노병사의 철학이 살아 숨 쉬는 그런 음악을 오로지 국악이라는 이유 하나만으로 가까이하면 안 되는 그 무엇인 것이다. 나는 수평저울에 베를린 필 하모닉 오케스트라와 위의 사진에 보이는 우리의 국악을 올려놓아 보았다. 그리고는 우리의 국악이 클래식보다 그 무게감이 절대로 기울지 않음을 아주 오래 전에 알았다. 궁상각치우 지화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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