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북 전주시가 '불법 광고물 제로화'를 선언하면서 주요 간선도로와 업소 등에 대한 지도단속을 강화할 예정인 가운데 형평성에 어긋나는 정비로 지적을 받고 있다.
특히, 전주시 등 공공기관에서 마구잡이로 내건 불법 광고물도 상당해 당국이 오히려 불법을 자행하고 있다는 비난을 사고 있는 상황에서 시민 탓으로만 돌려 빈축을 사고 있다.
3일 전주시에 따르면 관내 불법 광고물을 대상으로 주간은 물론, 야간과 공휴일에 지도단속을 강화한다고 밝혔다. 이를 위해 상시 정비반 45명을 4개조로 편성, 투입키로 했다.
전주시의 최근 5년간 불법 광고물 정비 및 행정처분 실적현황을 살펴보면, 주요 간선도로와 유흥 밀집지역, 서부신시가지 등에 내걸린 현수막, 벽보, 전단, 간판 등 불법 광고물 정비건수는 올해 들어서만 51만 3193건(10월 말 기준)으로 나타났다. 지난해의 경우 70만 4908건으로, 2009년(64만 7509건)보다 9% 가까이 증가했다.
시는 이 같은 적발건수 증가를 '행정당국의 지속적인 단속이 실효를 거두고 있기 때문이다'며 밝히고 있다. 또, 일부 시민들의 시민의식 실종과 함께 손님몰이에 급급해 휴일과 야간을 이용, 게릴라식으로 불법 광고물 설치를 반복하고 있다고 판단하는 모양새다.
하지만 전주시의 얼굴인 청사 외벽에는 대형 불법 광고물이 버젓이 걸려 있다. 이는 전주시가 지난달 20일 서울시 삼성동 코엑스에서 열린 '디자인 대상' 행사에서 대통령상을 수상했다는 사실을 알리는 불법 광고물로, 옥외광고물 관리법 등에 따라 공공기관의 경우 1개만 내걸 수 있는 관련법을 위반한 것이다.
더구나 전주시 청사 노송광장을 비롯해 오거리 문화광장 등에도 진보계열 정당을 비롯해 각종 시민단체 등이 내건 불법 현수막이 마구잡이로 어지럽혀져 있는 실정이다. 전주시가 스스로 불법을 저지르는 상황에서 불법 광고물을 조장한다는 비판을 받고 있는 이유다. 애당초 제대로 된 불법 광고물 정비를 기대하기 어려운 것이다.
박지현(35·여)씨는 "구청 등에서 불법 주정차 단속을 알리는 현수막이 가로수에 노끈으로 묶여 흉해 보였던 기억이 있다"며 "단속관청인 전주시가 불법을 자행하는 상황에서 시민들을 불법 광고물의 원흉으로 몰아 세우는 것은 적반하장이다"고 말했다.
또 "불법을 자행하고 있기 때문에 모범을 보여야 할 정당이나 시민단체에서 경쟁적으로 부착한 불법 광고물을 철거하지 못하는 것"이라며 꼬집었다.
이에 대해 전주시 도시재생사업단 관계자는 기자와 한 전화통화에서 "불법 광고물 정비는 현업부서인 양 구청(완산·덕진)에서 진행하고 있고, 우리(아트폴리스과)는 집계만 한다"며 "청사 외벽의 대형 현수막은 조치할 계획이다"고 말했다.
한편, 전주시청 홈페이지 조직도에는 해당 부서소개가 '불법광고물 정비 및 단속 총괄'로 돼있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새전북신문>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