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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남 창원시의회에서 시의원들이 본 회의장 단상을 점거하고 몸싸움을 벌였다고 합니다. 도대체 무슨 일이 일어난 것일까요? 여의도에 있는 대한민국 국회에서 한미FTA 비준 문제 때문에 여야가 충돌하고 있을때, 창원시 의원들은 '통합창원시 청사 위치 선정 문제' 때문에 몸싸움을 벌였습니다.

"선남선녀가 잘될 줄 알고 결혼을 했더라도, 같이 지내는 게 힘들면 헤어질 수도 있다."

2010년 7월 1일 마산, 창원, 진해가 행정구역을 합쳐 탄생한 통합창원시를 두고 창원시의회 배종천(한나라당. 반송·중앙·웅남동) 의원이 한 말이라고 합니다. 실제로 헤어지는 것이 가능한지는 모르겠지만, 틀린 말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배종천 의원 말에 빗대어 마산, 창원, 진해의 통합을 비유해보면 다음과 같이 비유하는 것이 더 적당하다고 생각합니다.

"선남선녀가 부모님의 강압적인 권유로 결혼하여 어떻게든 마음 맞춰 살아보려고 1년을 노력했지만, 도저히 같이 사는 게 힘들면 부모의 뜻을 거역하더라도 헤어지는 것이 옳다."

실제로 마산, 창원, 진해시가 창원시로 통합된 것은 자발적인 결정이 아니었습니다. 따라서 만약 앞으로도 옛 3개시가 지역별로 나뉘어져서 갈등과 분열이 계속될 것이라고 판단된다면 통합 1년이 막 지난 이 시점에서 정말 진지하게 재검토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사실 배종천의원뿐만 아니라 대부분의 창원 지역 시의원들이 '통합시 분리 촉구 결의안'에 찬성하고 있습니다. 시의회에서 분리 촉구 결의안이 통과 되도록 노력하고, 분리 촉구 결의안이 통과되면 '분리 운동'에 나서겠다고 하였더군요 

앞서 진해지역 시민단체들은 진해시 분리를 위한 시민운동을 시작하였고, 결국 대다수 진해 지역 시의원들도 뜻을 같이 하게 될 것으로 예상됩니다.  실제로 창원 지역 의원들과 진해 지역 의원들이 뜻을 합치면 통합시 분리 촉구 결의안이 의회를 통과하는 것이 불가능한 일은 아닐 것입니다.

 2010년 행정구역 통합 이전 시민단체의 반대 활동
2010년 행정구역 통합 이전 시민단체의 반대 활동 ⓒ 이윤기

창원, 진해가 3개시 분리에 찬성하면?

마산 지역 의원들과 창원 지역 의원들이 전면전을 벌이는 동안 진해 지역 의원들은 느긋하게 케스팅 보드를 쥘 수 있게 되었습니다. '통합 창원시 청사 소재지 조기 확정 촉구 결의안'에도 찬성할 수 있고, 동시에 '통합시 분리 촉구 결의안'도 반대할 이유가 없기 때문입니다.

진해 지역 의원들은 '통합 창원시 청사 소재지 조기 확정'이 되지 않으면, '통합시 분리 촉구 결의안'에 찬성해버리면 되기 때문입니다. 전자는 진해지역 한나라당 국회의원의 뜻을 따르는 것이 될 것이고, 후자는 진해 지역 시민들의 뜻을 따르는 것이니 어느 쪽도 문제 될 것이 없습니다.

마산 지역 의원들은 입장이 곤란하게 되었습니다. <경남도민일보>에 보도된 "통합 취소가 현실적으로 어려운데 명분 없는 갈등을 조장하고 있다, 빨리 이성을 되찾고 합리적인 대화에 나서길 바란다"는 황일두 의원의 발언을 놓고 보면 더욱 그렇습니다.

자칫하면 창원 지역 의원들의 '통합시 분리 촉구 결의안'을 촉발시킨 정치적 책임을 추궁당하게 될 수도 있습니다. 실제로 창원 지역 의원들은 '통합시 분리 촉구 결의안'은 마산 지역 의원들의 '통합 창원시 청사 소재지 조기 확정 결의안'을 무산 시키기 위한 것이 아니라 '진짜 분리 하자'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지요.

창원 지역 의원들은  제13회 임시회가 열리는 오는 4일까지 분리 결의안이 통과될 수 있도록 진해지역 의원들까지 설득하고 결의안이 통과되면 본격적인 분리운동을 하겠다는 것입니다. 물론 협박용에 불과할 가능성이 훨신 큽니다. 왜냐하면 창원시의회는 실제로 3개시를 분리시킬 수 있는 법적인 권한이 없기 때문입니다.

언론보도에는 창원시의회가 결의를 하고, 경상남도를 거쳐 행정안전부로 올라가면  된다고 하였더군요. 그렇지만 현실적으로 어려운 일이라는 것은 이미 창원 지역 의원들이 더 잘 알고 있습니다. 그렇지만 상징적인 의미는 적지 않겠지요.

3개시 분리... 지역별 주민투표로 결정하자 !

만약 창원 지역의원들이 진짜로 3개시를 다시 분리하겠다는 결연한 의지가 있다면, 시의회가 주민투표 결의를 하여, 창원시민들이 투표로 3개시 분리를 결정하면 정치적 의미와 파장은 훨씬 커질 수 있을 것입니다. 주민투표에서 3개시 분리가 결정된다고 하면 행정안전부를 압박하는 유력한 '무기'가 될 수 있겠지요.

결국 마산 지역 의원들과 마산 지역 시민들만 진퇴양난이 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3개시를 다시 분리하자는 창원과 진해 지역 의원들의 주장에 자존심을 걸고 맞대응하여 '마산도 분리에 찬성한다'고 할 수도 없는 노릇이고, 그렇다고 이제와서 꼬리를 내릴 수도 없는 노릇이기 때문입니다.

마산 지역의원들과 마산 지역 시민들은 도시 이름과 역사를 다 버리고 경제적 이익을 쫓아 행정구역 통합에 압도적으로 찬성하였다가 온갖 험한 꼴을 다 격게 되는 것이지요. 그러나 마산, 창원, 진해 통합에 찬성했던 마산시민들 중에도 1년이 지난 지금 통합을 후회하는 사람들이 적지 않습니다.

이제 겨우 1년이 지났습니다. 그동안 쏟은 경제적, 행정적 노력이 아깝기는 하지만 더 늦기 전에 어떻게든 갈등과 분열을 극복하면서 통합창원시로 갈 것인지, 아니면 이참에 다시 3개시로 분리하는 것이 좋은지 진지하게 검토해 보았으면 좋겠습니다.

앞으로 백년을 내다보는 결정이라면 지나간 1년 3개월은 별로 아까울 것 없는 경험이 될 수 있을 것입니다. 아울러 그 결정은 주민들이 직접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가장 좋다고 생각합니다. 마산, 창원, 진해시 통합은 끼워서는 안 되는 단추를 끼워 생긴 갈등과 분열입니다. 얼마든지 돌이킬 수 있는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만약 창원시민들 대다수가 3개시 분리는 원한다면 다시 분리하는 것이 옳은 일입니다. 창원시의원들처럼 시청사 위치 선정 문제와 지역간 갈등 때문에 3개시를 분리하자는 것은 아닙니다. 통합이 원칙적으로 잘못된 일이고 주민자치와 직접민주주의라는 큰 흐름으로 볼 때 바람직하지 않은 일이기 때문에 지금이라도 되돌릴 수 있다면 되돌리자는 것입니다.

지금 마산, 창원, 진해시를 다시 분리하면 낙동강 오리알이 될 사람은 딱 1사람 밖에 없습니다. 통합창원시장만 빼면 아무도 손해 볼 사람이 없습니다. 시민들이 원한다면 더 늦기전에 분리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생각합니다.

덧붙이는 글 | 이기사는 제 블로그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창원시#행정구역통합#갈등#시의회#몸싸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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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산YMCA 사무총장으로 일하며 대안교육, 주민자치, 시민운동, 소비자운동, 자연의학, 공동체 운동에 관심 많음. 오마이뉴스 시민기자로 활동하며 2월 22일상(2007), 뉴스게릴라상(2008)수상, 시민기자 명예의 숲 으뜸상(2009. 10), 시민기자 명예의 숲 오름상(2013..2) 수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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