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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은 죽었다

공부의 달인, 호모 쿵푸스
 공부의 달인, 호모 쿵푸스
ⓒ 임남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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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 나야. 내가 원하는 건 뭐든지 할 거야." 부모와 학교도 동의한다. 하지만 그들은 다시 묻는다. "근데 내가 원하는 게 뭐지? 내가 무엇을 욕망하는지 말해줘." 아무도 답하지 못한다. 그들은 자신을 향해 이렇게 묻는다. "누구냐? 넌!" 이것이 교육의 현주소다.

우리나라의 대학은 죽었다면서 '자본, 권력, 지식'의 혼연일체를 구현하는 '테크노크라트'를 언급한다. 그러면서 대중지성을 움직이는 힘은 오직 앎에 대한 열정이라며, 이 책 <공부의 달인, 호모 쿵푸스>는 새로운 공부법에 대한 생생한 다큐이자 매니페스토(manifesto)라고 소개하며 시작한다.

잘못된 공부법과 그를 해결하기 위해 어떤 방법을 사용해야 하는지, 그리고 공부가 얼마나 중요한지 등에 대해서 총 3부로 나누어서 저자 고미숙의 구체적인 사례와 여러 유명 인물의 말을 인용하면서 풀어간다.

공부에 대한 거짓말

1부에서는 공부에 대해 대중들이 가지고 있는 잘못된 인식과 제도적으로 잘못되어 있는 사회를 비판한다. '논술'을 위한 책들에 길들여지면, 그런 식으로 '양념이 된' 책이 아니면 숫제 읽을 엄두조차 내지 못한다. 그렇게 되면, 논술을 열심히 하면 할수록 독서를 멀리하게 되는 어처구니 없는 역설이 일어난다.

학교식 공부법은 애초부터 독서는 그저 개인적 취미나 교양의 영역이고, 공부는 그것과 달리 구체적이고 실용적 지식을 배우는 것이라는 이분법을 유포시켜왔다. 독서가 우리 시대엔 애물단지가 되어 버렸다고 한다.

또, 창의성만 강조하는 사회가 된 과정의 맥을 짚으며, 시설과 서비스로 승부하는 기질을 분석한다. 창의성? 참, 좋은 말이다. 이걸 나쁘다고 할 사람은 세상에 없다. 문제는 창의성의 구체적 내용이다. 누구를 위한, 누구에 의한, 어떤 창의성인가가 문제라는 거다.

이반 일리히에 따르면, 학교가 유포한 환상 가운데 가장 나쁜 것이 사람들을 제도적 서비스에 길들이는 것이라 한다. 즉, 서비스가 좋아질수록 삶의 질이 향상된다고 착각한다는 것. 예컨대, 의료 체계가 복잡해지면 건강해진다고 여기고, 학교가 많아지면 교육수준이 높아진다고 착각하고, 고속도로가 뚫리면 생활수준이 높아진다고 생각하는 식 말이다.

'앎의 코뮌'

2부에서는 구체적인 공부법에 대해 언급한다. 특히 '앎의 코뮌'을 통해 공부에 대한 본질을 말한다. 근대 이전, 배움터란 기본적으로 '코뮌'이었다. 스승, 도반, 청정한 도량으로 이루어진 '앎의 코뮌'. 코민이란 기성의 권력과 습속으로부터 벗어나 새로운 삶을 구성하고자 하는 이들의 자유롭고 창발적인 집합체 혹은 네트워크를 말한다. 스승을 만난다는 건 바로 그 코뮌에 접속한다는 뜻이었다.

구체적인 실천 방법으로 암송과 구술의 중요성을 강조한다. 특히 저자는 "암기가 묵독에 기초한다면, 암송은 청각에 기초한다. 암기가 개별적 활동이라면 암송은 집합적으로 이루어진다. 암기를 단체로 할 순 없지만, 암송은 많은 사람과 할수록 효과적이다. 암기가 두뇌 플레이라면, 암송은 신체 운동이다. 암기를 많이 하면 신체가 허약해지지만, 암송은 신체 전체의 기운을 활발하게 소통시킨다"라고 암기와 암송의 차이를 구체적으로 드러낸다.

또한 구술에 대해서도 "구술이란 어떤 상황이나 문맥을 서사적으로 재현하는 능력이다. 달리 말하면, 대상을 장악하는 힘, 대상과 교호하여 새로운 국면을 연출하는 테크닉이기도 하다"고 설명한다. 그래서 앎의 코뮌에 접속하고, 암송과 구술을 익히고, 그걸 통해서 리더십을 터득하는, 이 모든 과정을 관통하는 단 하나의 키워드는 바로 독서라고 강조하며 이 것은 곧 고전으로 익힐 수 있다고 한다. "거듭 말하건대, 우리 시대에 공부란 책을 읽는 것이고, 책 중에서도 고전과 접속하는 것이다. 독서는 결코 선택이나 취미가 아니라 필수며, 특히 고전 읽기를 하지 않는다면 그 공부는 말짱 도루묵이다"고 말한다.

공부하거나 존재하지 않거나

지금까지 공부에 대해서 강조했다면 3부는 어디에서든 인생의 모든 순간을 학습하라고 한다.

"한번 생각해보라. 우리네 삶에서 매일 하고, 평생을 해도 변함없이 삶을 풍요롭게 해줄 수 있는 것이 공부 말고 달리 무엇이 있는지를. 연애가 좋다지만, 무상하기 이를 데 없다. 섹스가 아무리 짜릿하다 해도 그 쾌락은 순식간에 지나간다. 하지만, 공부는 그렇지 않다. 날마다 해도, 평생 해도 행복하고, 또 행복하다. 그러므로 학교 안에 있건 없건 누구나 평생 공부해야 한다. 아무런 실용적 목적이 없이도 공부할 수 있을 때, 그때 공부는 비로소 최고의 지식이자 사회를 변혁하는 무기이면서 동시에 운명을 통찰하는 지혜의 수행이 된다. 고로, 공부에 외부는 없다. 공부하거나 존재하지 않거나!"

자신이 겪었던 사례를 언급하면서 더욱 설득력을 가진다.  그래서 결론적으로 "절대 10억을 위해, 부귀공명을 위해 공부해서는 안 된다. 그건 공부가 아니다. 그럼 뭣 때문에 하냐고? 남들에게 퍼주기 위해서다! 얼마나 많이 퍼줄 수 있느냐가 나의 내공을 결정한다. 최고의 경지에 오르면 '공부의 달인' 들처럼 퍼준다는 생각조차도 없이 퍼주게 된다. 고로, 공부해서 남 주자!"라고 말하며 마무리 짓는다.

고전만이 살길이다

총 3부를 압축해서 결론을 내리자면 공부하자는 것이다! 학교든 학원이든 모두 제도를 통해 생겨났고, 그래서 본질적인 공부인 독서를 할 수 없다. 그러니까 독서해라! 그런데 그냥 막연하게 독서만 하느냐? 독서를 통해서만 공부를 할 수 있는데, 특히 고전을 읽으라! 가장 효과적인 암송도 해보고 구술도 해라! 결론적으로 고전을 통해 무슨 일이든 할 수 있다!

독서에 대한 중요성은 책을 펼 때부터 접을 때까지 곳곳에 등장한다. 독서를 해야 하는 여러가지 이유와 현 교육의 현실을 짚어가며 결국엔 독서가 유일한 해결책이라고 강조한다. 그러나 한가지 아쉬운 점이 있다면 물론 책 주제 자체가 '공부의 달인, 호모 쿵푸스'에서 알 수 있듯이 공부를 강조하는 것이지만 중요성이 다소 비약된 면이 없지 않나 싶다.

예를 들면 책 중간에 '대학로의 대학생들과 종묘공원 노인들의 문화 차이를 예로 들면서 지금이라도 당장 세대간 장벽을 허물어뜨리는 운동이 시작되어야 한다'고 한다. 그래서 '그 운동이 뭐가 되겠냐고 묻는다면 주저 없이 "공부!"라고 대답할 것이다. (중략) 어떤 스포츠, 어떤 취미활동도 불가능하다'라고 한다. 이 문제가 과연 독서만이 가능한 부분인지 고개를 갸우뚱하게 한다. 물론 독서를 통해 학문을 쌓고 그 학문을 토대로 세대를 막론하고 지식을 공유할 수 있겠지만 꼭 독서만이 그렇지는 않은 것 같다.

덧붙이는 글 | 인문한 인생역전 프로젝트 01
공부의 달인, 호모 쿵푸스!



공부의 달인, 호모 쿵푸스 - 공부하거나 존재하지 않거나!

고미숙 지음, 그린비(2007)


태그:#호모쿵푸스, #호모 쿵푸스, #공부의 달인, #고미숙, #고전 읽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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