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인사동 인사아트센터에는 2일부터 15일까지 '시선의 공존'이란 제목으로 채희술 사진전이 열리고 있다.
그의 이번 전시는 세계 15개국을 여행하며 촬영한 사진이다. 그는 여행지에서 관광객으로서 참여했고 그 곳에 같이 머무르는 또 다른 관람객들과의 소통을 표현하고자 했다. 단순히 관광지와 관광객이 아닌 내면의 감정 변화를 포착한 작품들이다.
그의 작품에는 생면부지의 많은 사람이 모두 채희술을 위하여 각자 맡겨진 위치에서 표정연기를 하고 있는 듯하다. 그래서 시끌벅적이던 관광지가 갑자기 순간의 움직임이 멈추어 선다. 숨이 턱에 차고 순간 고요한 적막이 모두의 움직임을 멈추게 한다. 관광지의 혼란스러움이 채희술의 카메라에 닿는 순간 고요해진다.
서로 전혀 다른 세계 속에 살아오던 사람이 어느 날 한순간에 동시간 동일 장소에 모였고 그 모습들이 채희술의 카메라에 잡혀 서울 한복판 인사동에 모였다. 신기하게도 사진 속의 인물들은 채희술을 위하여 정지된 모습 속에서 그동안 살아왔던 시공간의 간격은 소멸시키고 있다. 그들은 세계를 이루는 한 구성원으로서, 한 식구로서 자신들의 위치를 확보시켜 놓는다.
채희술은 말한다.
"안식을 찾으러 떠나는 여행은 아니었지만 나는 많은 곳을 여행하였다. 여행지에서 나는 항상 외국인이었고, 그곳에 있는 많은 이들도 나와 같은 이방인이다. 같은 날 같은 곳에서 같은 풍경을 바라보고 있으니 외형적으로는 크게 달리 보이는 것은 없다. 그러나 눈에 비친 하나의 외적 풍경으로 내적 공감대가 형성되었다고 말할 수는 없을 것이다."
이는 같은 공간 속에서 존재해 있더라도 우리가 갖고 있는 개인주의로 인한 소통의 부재로 인해 공감대 형성이 어려워진다는 뜻일 것이다. 그러나 그렇게 이방인이었던 그들이 사진으로 기록된 이후의 관계는 촬영 이전의 관계와는 다른 내면에 있는 감정의 변화를 느낄 수 있는 듯하다.
다수의 군중들이 카메라를 향하고 있다. 거기에는 모두 하나의 이야기를 향해 연출하고 있고 교감하는 동질성이 있다. 사진 속 사람들은 카메라를 들고 무엇인가를 촬영한다. 그 순간 채희술도 촬영한다. 여전히 서로의 내면에서는 같은 이야기가 통하고 있다. 그의 사진 속에서 보이는 장면 속의 사람은 시선을 통하여 이야기 하고 있고 내면의 감정은 동일하게 통하고 있다.
채희술은 이렇게 관광지에서 우연히 만나게 되는 여행자들에게서 욕망과 허영을 보기보다는, 여행을 통해 얻는 내면의 성숙함과 인간에 대한 배려, 자연을 바라보는 그들의 경건한 시선 등에서 느끼는 감동을 렌즈로 담아냈다.
시각예술평론가 김석원은 채희술의 사진에 대하여 "사진 속의 단독적인 풍경과 개별적으로 떠도는 사람들의 모습을 다른 사진과 병렬로 연결해 보면서, 시공간적으로 다른 장소에서 찍은 것인데도 불구하고 서로 조화로운 균형과 군집을 이루면서 배경과 타자의 관계성에서 무언의 소통을 이루어낸다"라고 설명했다.
채희술은 중소기업을 이끄는 CEO 사진가이다. 일과 사진을 병행하면서 그는 어느 하나를 소홀히 하지 않고 있다. 그는 두 번째 전시도 생각하고 있다며 두 번째는 더 심사숙고해서 전시할 생각이며 잘 보여 지는 사진보다는 자신에게 부끄럽지 않은 제대로 된 사진을 찍는 것으로 하겠다는 다짐을 한다.
그의 이번 전시작은 독일의 토마스 스트루스(Thomas Struth)의 '미술관 시리즈'를 보는 듯한 착각을 일으키게 한다. 스트루스의 '미술관 시리즈'는 세계 유명 미술관이나 교회 건물 내부를 표현하면서 그 속에 존재해 있는 사람이 미술관의 소품으로 보이듯 없어서는 안 될 중요한 요소로 표현하였다. 이러한 스크루스의 작품마냥 채희술 작품 속의 인물들도 역시 세계 유명관광지의 없어서는 안 될 중요 요소로 인식되어 그의 작품과 비교된다.
그가 과연 토마스 스트루스와 같은 대가의 작품을 본 땄는지는 모르겠다. 그러나 그런 느낌을 주는 것은 관람자의 입장에서는 기분 좋은 일이다. 그래서 그의 다음 전시가 기대대고 기다려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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