잊을만하면 한 건씩 터진다. 점점 횟수가 잦아지는 것도 걱정이다. 남중생이 교실 복도에서 교감 선생님을 폭행한 사건이 파문을 일으키고 있다. 아침 자율학습을 감독하던 교감 선생님이 자신의 담배를 압수했다고 주먹으로 때리고 발로 찼다는 것 자체가 폭력배들이 일삼는 행동이라 충격적이다.
언론의 보도에 따르면 교감 선생님은 학교에 부임한 후 오후 5시부터 9시까지 특별교육을 하고, 폭행 습관이 있는 그 남중생을 지도하기 위해 부모와 수 차례 만났다. 이번 폭행사건도 처음에는 '먼 훗날 선생님에게 큰 죄를 지었다고 반성한다면 그것으로 만족한다'며 교육청에 보고하거나 경찰에 신고하지 않았다고 한다.
그런데 그 남중생은 어떤가. '내 돈 주고 산 담배니 돌려 달라'는 요구를 하고, 수업시간에 자신의 휴대전화를 압수하는 여교사에게 욕설을 하며 교실 유리창을 깬 적도 있다고 한다. 지금 학교가 어떻게 돌아가는지 모르는 사람들은 그런 학생들까지 생활규정대로만 지도할 것을 요구한다.
중대한 교권 침해 사건이지만 학생에게 내릴 수 있는 징계는 출석정지 10일이 최고란다. 학교를 우습게 보는 학부모들을 만나면서 학생의 인권만 중시되고, 교사의 권위는 사라진 현실을 실감한다. <중앙일보>에 의하면 당사자인 교감 선생님은 "제자에게 폭행을 당한 것도 그렇지만 교권이 무너졌다는 생각에 밤잠을 이루지 못했습니다. 교감인 제가 이 정도면 여교사나 다른 선생님은 어떻겠습니까'라고 말했다.
여중생이 여교사의 머리채를 잡고 싸운 사건이 잊혀질만하니 천안의 한 초등학교에서 6학년 남학생이 여자 교감 선생님의 머리채를 잡았던 사실이 알려졌다. 언론보도에 의하면 지난 달 20일, 여자 교감 선생님이 교실에 들어가 생활지도를 하던 중 남학생의 질문에 대답을 하지 않는 불량한 태도를 나무라자 갑자기 머리채를 잡았다는 것이다.
그동안 나는 교권추락의 심각성을 조사하는 설문에 여러 번 응한 적 있다. 나는 늘 바르게 행동할 것을 요구하는 나이 먹은 남교사라 아이들이 어려워하거나, 내 주변의 동료들에게는 그런 일이 없었기에 좋은 쪽으로만 답했다. 그런데 요즘 교권 추락 때문에 교육이 얼마나 어려운지를 실감한다.
각 학교마다 고학년 담임을 기피한다. 고학년 여교사들의 얘기로는 '잘못을 지적하면 뒤편에서 '씨×'을 연발하며 욕하는 아이가 있어 괴롭다'는 것이다. 아이의 입에서 튀어나온 욕이 교사의 자존심을 짓밟는데 사랑 타령만 할 것인가.
이런 상태에서는 학교 교육이 정상적으로 이뤄지지 못한다. 도저히 봐줄 수 없는 행동을 해놓고서는 체벌을 가하는 교사를 휴대전화로 촬영하고, 수사기관에 고소하는 학생에게 무슨 정이 가겠는가. 여교사에게 '××년', 남교사에게 '××놈'이란 표현을 쓰며 자랑스러워하는 아이들이 올바르게 자라 법질서를 준수하는 민주시민이 되겠는가.
교사들의 설 자리가 없어지는 만큼 생활지도 등 교사의 교육활동은 위축된다. 잘못이 습관화된 아이들 몇 명이 학교나 교실의 분위기를 다 흐려놓으며 교사의 열정을 꺾는다. 그렇다고 해서 무조건 체벌을 허용하자는 게 아니다. 나쁜 짓을 일삼는 아이들만이라도 따끔하게 나무랄 수 있을 만큼의 간접 체벌은 허용하자는 것이다. 지금의 교육구조라면 열정을 가지고 교육하는 교사들만 징계받고 주눅이 들게 돼 있다.
동료 교사들은 지난 10년 사이 교권이 땅바닥에 떨어졌다고 말한다. 나도 그걸 인정하는 사람 중 한 명이다. 교권이 이렇게 붕괴한 게 누구 책임이냐를 따지려는 게 아니다. 무너진 교권을 바로 세울 수 있는 방법을 찾아보자는 것이다. 학생의 품성과 인성교육을 담당하는 학교 현장이 제 역할을 해야 살기 좋은 나라가 된다.
덧붙이는 글 | 이기사는 제 블로그 '추억과 낭만 찾기'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