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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원순 서울시장이 11일 저녁 서울 장충동 웰컴씨어터에서 열린 '박원순 시장 당선 뒤풀이 콘서트'에 깜짝 등장해 출연 멘토들과 정겹게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왼쪽부터 송호창 희망캠프 대변인, 오연호 오마이뉴스 대표, 배우 김여진, 박원순 시장, 하승창 희망캠프 시민참여본부장, 조국 서울대 교수.
박원순 서울시장이 11일 저녁 서울 장충동 웰컴씨어터에서 열린 '박원순 시장 당선 뒤풀이 콘서트'에 깜짝 등장해 출연 멘토들과 정겹게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왼쪽부터 송호창 희망캠프 대변인, 오연호 오마이뉴스 대표, 배우 김여진, 박원순 시장, 하승창 희망캠프 시민참여본부장, 조국 서울대 교수. ⓒ 남소연

"내년에 대통령을 내 손으로 만들겠다는 각오를 하게 됐다."

박원순 서울시장의 후보시절 선거 캠프에서 '입' 역할을 담당했던 송호창 변호사의 말이다. 오연호 <오마이뉴스> 대표기자는 "뉴스메이커 중 스스로 킹 메이커로 나서겠다고 처음 선언했다"며 놀랐다. 그러자, 시민이 나섰다. "송 변호사뿐 아니라 내년 대선에는 우리 모두가 킹 메이커여야 하는 것 아니냐"는 것이다.

'서로가 킹 메이커'를 하겠다고 자임하는 이런 광경이 펼쳐진 것은 11일 <오마이뉴스>가 주최하고 오 대표기자가 사회자로 나선 '박원순 서울시장 당선 뒤풀이 토크 콘서트'에서였다. "시민이 권력을 이긴" 이후, 본업으로 돌아갔던 캠프 대변인과 선대본부장, 멘토단이  승리를 만끽하기 위해 한데 모였다.

'권력을 이긴' 주인공인 시민 170여 명과 함께였다. 뒤풀이 자리에는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 변호사 중 가장 외모가 괜찮아서 대변인에 뽑혔다는 '의혹'을 받고 있는 송 변호사, "박원순 시장이 서울시장 선거에 나올지 끝까지 의심했다"는 하승창 희망과대안 운영위원장이 먼저 모습을 드러냈다.

캠프 선대본부장을 맡았던 하 운영위원장은 "박원순 승리는 진짜로 시민들의 승리"라며 "선거법조차 몰랐던 우리가 미숙하게 선거 운동을 했다는 걸 잘 안다, 이길 수 없는 조건이었는데도 이겼다"며 '기적 같았던' 지난 날을 돌아봤다.

지근 거리에서 박 시장과 동고동락한 이들에겐 감춰둔 이야기도 많았다. 대변인을 했던 송 변호사가 꺼낸 건 'TV 토론 비화'. 박 시장에게 "덫이 놔진 게 아닌가"하는 생각에 캠프가 바짝 긴장해야 했던 일은 선거관리위원회에서 주최한 마지막 TV 토론에서 벌어졌다. 당시, 토론장에 나타난 나경원 서울시장 한나라당 후보의 눈이 잔뜩 부어 있었다. 게다가 장애아 문제가 토론 순서의 마지막이었다. 종국엔 나 후보가 '눈물'로 호소하는 것 아니냐는 예측이 나오던 때였다.

 희망캠프 대변인을 맡았던 송호창 변호사가 11일 저녁 '박원순 시장 당선 뒤풀이 콘서트'에 출연해 'TV 토론 비화' 들려주고 있다.
희망캠프 대변인을 맡았던 송호창 변호사가 11일 저녁 '박원순 시장 당선 뒤풀이 콘서트'에 출연해 'TV 토론 비화' 들려주고 있다. ⓒ 남소연

"나 후보가 울면 어떻게 반응할지 대처 방법을 생각해야 했다. 정말 눈물을 보이면 박 후보가 벌떡 일어나 손수건을 가져다 주려 준비도 했었다. 마지막 순간, 나 후보가 자녀 얘기를 하면서 눈동자가 흐트러졌다. 그 순간 카메라 워킹이 다르더라. 줌인이 딱 들어갔다. 우리는 바짝 준비했는데, 그 때 눈물이 안 나왔다. 앞으로 나갔던 카메라는 이내 뒤로 빠졌고, 우리는 안도의 한숨을 쉬었다."

송 변호사는 "유세를 함께 다니며, 뜨거운 갈망을 경험하며, 이런 흐름이 '국민의 명령'이라는 느낌을 강하게 받았다"고 말했다. 이 같은 '뜨거운' 경험을 통해 그는 "후보가 누가 될지 모르지만 한나라당의 전횡을 막을 후보를 당선시키는 게 내년의 내 소임이 아닌가 싶다"는 생각을 하게 됐다.

김여진 "조중동 방송에서 드라마 제의 들어왔는데, 아직은 좀..."

이후 "내가 사는 곳의 시장이 이런 분이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에 지지를 결심하고, "한나라당의 네거티브 공세가 쏟아지는데 이걸 보고 참느니 나서자"는 생각에 멘토단에 합류하기로 했다는 배우 김여진씨도 등장했다.

 11일 저녁 오마이뉴스 주최로 열린 '박원순 시장 당선 뒤풀이 콘서트'에 출연한 배우 김여진이 부산에서 김진숙 지도위원을 만났을 당시 소감을 밝히며 환하게 웃고 있다.
11일 저녁 오마이뉴스 주최로 열린 '박원순 시장 당선 뒤풀이 콘서트'에 출연한 배우 김여진이 부산에서 김진숙 지도위원을 만났을 당시 소감을 밝히며 환하게 웃고 있다. ⓒ 남소연

평화재단에서도 일해 법륜 스님과도 연을 맺고 있는 그는 '박 시장과 법률 스님의 공통점'에 대해 "일 중독자"라고 단언했다. "결과에 크게 연연하지 않고 과정 속에서 신나게, 효율적으로 일하며 길을 다 닦아 놓고 바로 옮겨가는 개척자라는 점이 비슷하다"는 것이다.

사회 이슈에 참여해 목소리를 낸 이후, 공중파 방송사의 기피인물이 된 점에서 김여진씨와 공통점을 지닌 가수 이은미씨도 뒤풀이에 합류했다. 이씨도 박 시장의 멘토단 출신이다.

이씨는 "상대(한나라당) 쪽에서 '파란 나라에서 이은미와 함께 합창하는 모습을 보여줄 수 있을까'라며 부러워하는 얘기가 많아서 아주 깨소금이었다, 정말 고소했다"며 "이 정권 들어서 보복이라 할 만한 일을 당했는데, 급한 일에 대해 침묵하는 것은 비겁한 게 아닌가 생각 들어서 나서게 됐다"며 '사회참여'의 이유를 밝혔다.

 11일 저녁 오마이뉴스 주최로 열린 '박원순 시장 당선 뒤풀이 콘서트'에 출연한 가수 이은미가 '애인있어요' 노래를 부르고 있다.
11일 저녁 오마이뉴스 주최로 열린 '박원순 시장 당선 뒤풀이 콘서트'에 출연한 가수 이은미가 '애인있어요' 노래를 부르고 있다. ⓒ 남소연


결국, '침묵을 깬' 이씨는 "M사에서 한 오디션 프로그램 제외하고는 얼굴을 보일 수 없는 상황"이 됐고, 김씨는 "공중파 방송사에서는 연락이 없게" 됐다. 김씨는 "조중동 방송 쪽에서 드라마 제의는 왔는데 아직은 좀 그래서, 거절했다"고 밝혔다. 어찌됐든, 방송하기 참 어려운 상황은 마찬가지인 셈이다.

박원순 '깜짝' 등장... "시장이 별겁니까, 일은 자신 있어요"

이씨가 '애인 있어요'의 가사를 "박원순 나만 볼 수 있어요~"로 개사해 부를 즈음 박 시장이 '깜짝' 방문했다.

박 시장이 모습을 드러내자 청중들은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사진기부터 꺼내들었다. 여기저기서 "어! 오!"하는 탄성이 터져나왔다. 여전히 '늘'을 '널'이라 말하는 박 시장은 "시장이 별겁니까, 이렇게 늘 시민들 말씀 잘 듣고, 시민들과 함께 하면 되죠"라며 "아까 일중독자라 했지만 일은 자신 있다"고 강조했다. 청중들은 박수로 화답했다.

박 시장의 등장에 밀려있던 조국 서울대 교수도 전면에 나와 마이크를 잡았다. 그 역시 멘토단 중 하나였다. 조 교수는 "1년 전만 해도 우리는 안 된다, 박근혜 대표에게 질 거라는 분위기였는데 지금은 엄청난 변화가 있었다"며 "박근혜 대세론은 깨졌고, 박 시장의 당선 이후 승리의 경험을 축적해가며 상승세를 타고 있다"고 박 시장 당선의 의미를 밝혔다.

 11일 저녁 오마이뉴스 주최로 열린 '박원순 시장 당선 뒤풀이 콘서트'에 출연한 조국 서울대 교수가 박 시장 당선의 의미를 풀어내고 있다.
11일 저녁 오마이뉴스 주최로 열린 '박원순 시장 당선 뒤풀이 콘서트'에 출연한 조국 서울대 교수가 박 시장 당선의 의미를 풀어내고 있다. ⓒ 남소연

"박 시장은 일을 치밀하고 조직적으로 하는데 안철수 원장은 아직까지 잘 모르겠다, 정책적인 측면도 박 시장은 집권하면 뭘 하겠다를 분명히 밝히는데 안 원장은 정책이 추상적"이라며 박 시장과 안철수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장을 비교한 조 교수는 박 시장과 안 원장의 연대를 주문했다.

"정책이 명확하지 않은데 안철수는 사람들이 왜 따를까? 저 사람이면 거짓말 안 할 것 같고, 이익을 탐할 것 같지 않다는 느낌이다. 박 시장과 안 원장은 경제학적 관점에서 보완재로 볼 수 있다. 박 후보 당선도 두 사람을 지지하는 사람들이 힘을 합쳐서 된 것이다. 이것들이 끝까지 가야 한다."

"20년 만에 온당한 시장 모시게 된" 시민 반차 내고 콘서트 참여

'권력을 이긴 시민'도 청중으로, 질문자로 콘서트의 일원이 됐다. 서울시에서 근무하며 "20년 만에 온당한 시장을 모시게 됐다"는 한 시민은 반차까지 내가며 참석했고, 어떤 이는 지방에 거주해 하루 휴가를 내고 콘서트를 찾았다. 박원순 시장의 당선에 대해 "희망의 시작", "한 사람이 꾸는 꿈은 꿈이지만 여러 사람이 함께 꾸면 현실이 된다"로 정의한 이들은 그동안 궁금했던 것들을 쏟아냈다.

'현안'은 야권통합이었다. 한 청중은 "도대체 야권 통합은 되는 거냐, 안 되는 거냐"며 답답한 심정을 토로했다. 답변은 "스스로 킹 메이커가 되겠다고 선언한" 송 변호사가 했다.

그는 "우리가 무지개 연합 캠프를 만들고 승리할 수 있었던 것은 캠프 내에서 서로 믿었기 때문"이라며 "그렇지 못하면 단일화는 실패하고 내년 선거는 어려워질 것이다, 성공한다면 새로운 정부·새로운 대통령을 맞이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질문은 꼬리를 물었다. '그렇다면 어떻게 서로 신뢰할 수 있게 만들 수 있느냐'는 것이다. 하 운영위원장은 "각 당마다 정치적 이해관계가 있더라, 서로 양보할 수 있을 때만 신뢰할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이에 김여진씨는 '시민들이 할 수 있는 일'을 제안했다.

"우리가 어떤 후보를 원하느냐에 대해 명확한 목소리를 내야 한다. 그래야 민주당 분들도 끌고 올 수 있다. '민주당이 강하니까 모아줘야 한다' 이런 생각은 안 했으면 좋겠다. 그렇게 해서 시민에 의해 모두가 다 끌려올 수 있도록 만드는 게 중요하다."

'킹 메이커' 송 변호사가 말을 보탰다.

"내 손으로 우리의 대통령을 만들겠다고 하는 것은 더 중요한 일을 하겠다는 것이다. 내년에 정말 정당·사회 단체들이 사적인 이해관계를 접고 서로 양보하는 결의를 하고 내년 선거를 맞이하면 좋은 결과가 있을 것이다."


#박원순#김여진#조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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