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자 마크C. 엘리엇은 건륭제를 "하늘의 아들, 현세의 인간"이라고 말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건륭제'라는 이름이 이토록 낯설기만 한 것은 어인일인지 모르겠습니다. 이유가 어떠하던 간에 건륭제는 얼마 전까지만 해도 중국은 물론 외국에 조차 감춰지거나 가려졌던 인물이었습니다.
역대 중국의 황제 중 실제 재위기간이 제일 긴 황제, 할아버지인 강희의 재위 기간 60년을 깨지 않기 위해 황위자리를 내 놓은 효손, 여행이 벅찰 만큼 연로한 어머니를 위해서라면 어머니가 좋아하던 소주(蘇州)의 상가(商街)를 북경에 그대로 재현하던 효자, 36세에 요절한 첫 아내에 대한 애틋함을 시로 읊던 애처가, '십전노인'이라 불릴 만큼 커다란 전쟁에서 열 번이나 완벽하게 승리한 전략가, 4만여 수의 시를 쓴 시인, 진정으로 여행을 즐긴 투어리스트, 서양인들에겐 '온갖 영화를 누린 솔로몬(solomon in all his glory)' 으로 불리던 사람, 현대 중국을 창시한 공로가 있다고 평가되는 이…. 이 사람이 바로 '건륭제'입니다.
할아버지 기록 깨지 않으려 황제 자리 양위한 황제
건륭제는 1662년부터 1722년까지 청을 지배하였던 강희의 손자로 300년 전인 1711년 9월 25일에 태어나 1799년에 사망한 청나라의 황제입니다.
후궁의 몸에서 태어났지만 할아버지의 총애를 받으며 자란 건륭은 아버지 '옹정'에 이어 황위를 물려받습니다.
건륭제는 할아버지의 재위기간 60년을 깨지 않기 위해 1795년에 제위를 양위하지만 새로운 작위인 태상황에 올라 죽을 때까지 막후 영향력을 행사 했으니 건륭이 영향력을 행사한 실제 기간은 중국 역사에서 가장 긴 64년이 됩니다.
건륭의 제위기간 64년은 우리나라 헌법이 제헌된 1948년부터 현재까지의 시간을 능가하는 세월입니다.
하버드 대학 마크C.엘리엇 교수가 쓰고, 양휘옹이 옮겨 에서 출간한 <건륭제>(천지인)는 64년이라는 세월동안 청나라를 실질적으로 지배한 황제, 건륭제의 일생을 담고 있는 전기입니다.
공자의 '가르침 효', 건륭제의 '실천한 효' 편견이고 선입견일지 모르지만 '효'하면 '유학'과 '공자'가 연상됩니다. 하지만 3살 때 아버지가 돌아가시고, 10대 중반에 어머니조차 돌아가신 공자의 일생에서 연상되는 '효'는 공자의 가르침일 뿐 공자가 행한 실천이라고는 생각되지 않습니다.
그러나 <건륭제>에서 볼 수 있는 건륭제의 효는 건륭제가 평생에 걸쳐 몸소 실천으로 보여준 효이기 때문에 훨씬 더 설득력 있고 가치 있다고 생각됩니다.
"황태후의 70회 생일을 맞이한 1761년, 모후가 강남을 여행하기에는 너무 고령이라고 생각한 아들은 모후가 가장 좋아한 여행지로서, 오늘날 강소성(江蘇省)에 속한 소주(蘇州)의 상가를 북경에 재현할 것을 명령했다.(중략) 사실 그는 황실에서 이처럼 방대한 규모의 여행을 나서는 주요한 이유로 우선 모후를 기쁘게 하려는 자신의 소망을 피력했다." - <건륭제> 96쪽. 건륭제의 출생과 성장 과정, 재위기간의 업적과 일과까지를 소상히 담은 <건륭제>를 읽다보면 저자인 마크C.엘리엇 교수가 건륭제를 "하늘의 아들, 현세의 인간"이라고 한 표현에 동감하게 될 것입니다.
어떠한 이유에서이든 그동안 건륭제는 우리가 기억할 만한 중국의 위대한 인물에서 가려지거나 감춰졌습니다.
이러한 상황에서 건륭제를 역사적으로나 객관적으로 평가할 만한 제대로 된 역사서가 별로 없었던 국내에 <건륭제>는 정치적, 사회적, 문화적, 대외적, 시대적은 물론 인간적인 측면에서 분석하며 건륭제를 제대로 평가할 수 있는 충실한 정보가 될 것입니다.
역사적으로 정말 위대한 인물, 현대 중국 영토의 밑그림을 그린 건륭제의 전기인 <건륭제>를 통해 중국 역사의 한 페이지를 알 수 있을 겁니다.
덧붙이는 글 | <건륭제>|마크C.엘리엇 지음 | 양휘웅 옮김 | 펴낸 곳 <천지인> | 2011.10.25 | 22,000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