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5일 오전 11시 즈음, 대전 금강유역환경청 앞에선 조금은 웃긴 광경이 벌어졌습니다.
4대강사업의 하나로 진행되는 '백곡저수지 둑 높이기 사업'에 대한 환경영향평가 본안 심의에 앞서, 사업을 반대하는 환경단체들과 찬성하는 주민들이 각각의 현수막을 들고 기자회견을 준비하고 있었습니다. 이 사업은 충북 진천에 있는 백곡저수지 둑을 2m가량 높인다는 내용입니다.
다른 입장을 가진 두 무리의 현수막에는 각각 '미호종개'라는 글자와 '중단하라' '시행하라'가 써 있었지요. 대체 미호종개가 뭐기에 한쪽에서는 '미호종개 다 죽이는', 다른 한쪽에선 '미호종개 보존책의 최선'이라는 말을 쓰며 기자회견을 했을까요?
천연기념물 454호 미호종개를 아시나요?
한국 고유종, 세계에서 오직 금강 지류에만 서식하는 미호종개는 금강 지류인 미호천에서 발견돼 미호종개라 이름이 붙여졌어요. 미호종개는 1982년에 처음 채집돼, 1984년 전북대학교 김익수 교수님과 청주 서원대 손영목 교수님이 함께 신종으로 발표한 것으로 'iksookimia choii'라는 학명을 갖게 됐습니다. 우리나라 민물고기 200여 종 가운데 '유일하게' 국내 학자가 만든 학명(속명종·소명·명명자 등)을 가진 물고기지요.
살 곳이 점점 사라지는 미호종개미호종개는 6~8cm로 크기가 작은 편이라 수심이 너무 깊으면 수압이 세져서 살 수가 없어요. 미호종개는 모래에 붙은 규조류(어항에 모래를 오래두면 끼는 물이끼 같은 것)를 먹고 삽니다. 이 물고기는 모래를 입안에 넣어 모래에 붙은 규조류를 먹고, 모래는 다시 아가미를 통해 뱉는 특이한 형태의 식사를 합니다. 그만한 몸통과 달린 입의 크기까지 작아 입으로 넣을 수 있는 모래크기도 당연히 작겠죠?
미호종개가 살 수 있는 조건은 성인 무릎쯤 오는 수심(60cm 이하)과 가는 모래(0.6mm)가 깔린 곳입니다. 게다가 미호종개에게 모래는 단지 먹을거리가 아닙니다. 미호종개는 다른 종개류에 비해 약간 더 뾰족한 주둥이를 갖고 있습니다. 모래에 파고들어 자신의 몸을 숨기고 보호하는 습성이 있지요. 그래서 미호종개에게 모래의 크기는 매우 중요합니다. 모래 알갱이가 너무 크거나, 작아서 진흙이면 잘 파고들지 못하기 때문입니다.
1982년에 발견된 이 물고기가, 2005년엔 멸종위기야생동식물 1급이자 천연기념물 454호로 지정된 사실은 불과 23년 만에 미호종개가 급격히 사라져가고 있다는 것을 증명합니다. 발견 당시 미호천과 연결된 금강의 갑천, 유구천에서도 조금 발견되기는 했답니다. 하지만 미호천에 가장 많이 서식하고 있던 미호종개는 이제 더는 미호천에서 찾아볼 수 없게 됐습니다.
둑을 높이면 수심이 깊어져 수압이 높아지고, 유속이 변하면서 서식지의 모래가 쓸려 내려가거나, 강바닥을 긁어 공사에 쓰일 모래를 마구 퍼갈 텐데 미호종개가 어떻게 살 수 있겠어요? 그런데도 남아 있는 몇 안 되는 서식지 중 가장 많은 개체 수가 사는 진천 백곡저수지에 둑을 2m가량 올린다고 합니다.
그럼에도 농림수산식품부와 한국농어촌공사는 농업용수 공급과 4대강사업의 일환으로 홍수예방, 하천 유지용수 공급 등을 이유로 사업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이날 기자회견을 한 환경단체 주장에 따르면 인근에서 농업용수가 부족하다는 민원이 들어온 적이 없을뿐더러 하류부에 심각한 홍수피해가 발생한 적도 없다고 하는데 말이죠.
충북도에서 농림수산식품부에 건의한 내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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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환경단체에서 우려하고 있는 문제를 최소화시키기 위해 - 둑 높이는 2.0m → 1.3m로 낮추면서 - 전문가가 인정하는 수준의 미호종개 대체서식지 조성 - 공사가 끝난 후에도 5년간은 현(1.3m 증고전) 수위로 유지하고, 그 다음 5년동안은 진천군, 농어촌공사, 환경단체와 협의를 통해 매년 수위를 30㎝ 정도씩 높이면서 미호종개의 서식상태 확인 - 환경단체가 참여한 가운데 미호종개의 서식과 관련한 모니터링을 10년간 실시하면서 미호종개 보호대책이 제대로 시행되고 있는 지를 확인하기 위하여 환경단체로 하여금감시원을 배치토록 하는 내용을 진천군․농어촌 공사․환경단체 간에 협약 체결 - 또한, 도내 미호종개 보호를위해 미호천내의 미호종개 서식지 분포조사 용역 시행 ▲ 그리고 미호종개 가치를 홍보하고 관광자원화하기 위하여 홍보관을 건립, 환경단체로 하여금 운영하도록 하는 방안과, 미호종개 상징탑 건립, 미호종개 서식지 주변 생태체험장및 공원화사업 등을 농림수산식품부에 건의 ▲ 주민들을 위해서는 높이를 2.0m→1.3m로 조정하더라도 당초 계획했던 옛길 조성, 친수공간 조성, 인공습지 조성, 농경지 리모델링, 백곡면 소재지 저지대 침수 대책사업 등은 원안대로 시행 될 수 있도록 농림수산 식품부에 건의. 출처: 충청북도 정책포털 함께하는 충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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둑의 높이를 2m 높이는 것은 수심이 깊어지는 것은 물론 유속의 정체로 수질악화와 미호종개의 먹이 공급처인 가는 모래가 사라진다는 말입니다. 미호종개의 서식조건 수심이 얼마인지 안다면 충북도에서 건의한다는 둑 높이 1.3m 조정안은 더욱 어이 없는 말이겠죠? 이날 기자회견을 한 환경단체에 따르면 농어촌공사에서 계획하는 대체서식지와 인공습지 조성계획은 지금껏 성공한 적이 없었다고 합니다.
주민들의 권리라는 이유로 생명을 죽일 수는 없지요대전 금강유역환경청 앞에 모인 환경단체들은 "생태적으로 매우 특수하고 섬세한 생활습관을 가진 미호종개에게 현실성이 있는 방안이냐"는 문제제기와 함께 "개체수가 극히 적은 미호종개가 살아있어야 대체서식지든, 인공습지든, 어딘가로 갈 것 아니냐"라고 주장했습니다.
반면 지역의 발전을 근거로 둑 높이기에 적극적으로 찬성하는 몇몇 백곡주민들과 개발추진위원회는 "미호종개는 수위가 올라가도 사라지지 않고 상류로 이동해 서식하게 될 것"이라고 강조했습니다.
둑 높이기에 찬성하는 지역주민들은 둑을 높이면 미호종개의 서식지가 자연스레 상류로 옮겨질 것이라고 합니다. 하지만 지금 있는 서식지를 파괴하고 더 상류로 옮겨진다면, 미호종개의 개채 수는 더욱 급격히 줄어들어 사실상 멸종에 더 가까워질 것입니다.
상류로 갈수록 빨라지는 유속 때문에 미호종개들이 살 수 있는 모래들은 계속 쓸려내려갈 것입니다. 그렇게 계속 가는 모래를 찾아 상류로 가다 보면 미호종개가 살 수 있는 곳은 없어질 것입니다.
더 문제인 것은 이 사업과 함께 진천에는 '백곡지 테마공원 조성사업' '백곡권 농촌마을종합개발사업' 등 지역개발사업도 함께 추진된다는 점입니다. '각종 주민편의시설 제공과 가옥·토지를 수용해 택지개발을 해주겠다'는 농어촌공사의 주민보상대책을 포함해 '2m 둑 높이기'의 사업비는 599억 원이라고 합니다. 저는 이 두 기자회견을 보며 만감이 교차했습니다.
자연 앞에 겸허해야 합니다
하루에 사라지는 생물 종이 약 70여 종이나 된다고 합니다. 1년엔 약 2만5천여 종에서 3만여 종이나 된다고 합니다. 또한 20~30년이 지나면 지구 전체에 약 25%의 생물이 멸종한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습니다.
강을 살리기 위해서라는 이유로 수조 원이 넘는 액수의 예산을 '반듯한' 강을 만드는 데 쓰고 있습니다. 그리고 그 돈은 강에 살고 있는 생물들의 집을 없애고 있습니다. 다른 생물이 살지 못하는 곳에서 우리는, 과연 살 수 있을까요? 성인 손가락 길이의 작은 '물고기'조차 살지 못하게 만드는 사업이 정말로 '강'을 살릴 수 있을까요?
함께 살아가는 것이 참으로 힘든 2011년. 미호종개가 말하고 있는 것은 '죽이지 말아줘!'라는 단순한 외침이 아닐 것입니다. 함께 살아가지 못한다면 우리 역시 살 수 없다는 경고로 받아들여야 합니다.
이날 기자회견 중 4대강 사업저지 충북생명평화회의 대표인 김태종 목사님은 "우린 자연 앞에서 겸허해야한다"고 말했습니다. 가슴에 절실히 와닿습니다.
'고작 그런 생물의 생명 때문에 지역민을 위한 개발을 포기해?'라고 치부해버린다면, 다음 '고작 그런 생물의 생명'은 우리의 생명이 될 것입니다. 미호종개를 지키는 일은 미래의 우리를, 곧 우리의 미래를 지키는 일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