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히 서울고법 부장판사에게 석궁을 쐈다'는 이른바 사법부 '석궁 테러'로 옥고를 치룬 김명호(54) 전 성균관대 수학과 교수가 '한미 FTA 비준동의안'을 국회 외교통상위원회에 상정한 남경필 위원장(한나라당)과 민주노동당을 검찰에 고발했다.
정확히 말해 민주노동당이 공개한 '한미 FTA 독소조항 12가지'가 사실이라면 야당 의원들이 주장하는 '新 을사늑약(한미 FTA)'을 국회 외교통상위원회에 상정한 남경필 위원장을 국헌문란(형법 제91조)에 의한 내란죄(형법 제87조)로 처벌해 달라는 것. 만약 민주노동당의 주장이 허위라면 민주노동당을 허위사실 유포죄(형법 제307조)로 처벌해 달라는 것이다.
김 전 교수는 20일 기자에게 전화를 걸어 "한미 FTA는 국익에 관한 매우 중대한 문제"라며 "어느 쪽이 맞는지 서울중앙지검에 지난 18일 남경필 위원장 또는 민주노동당을 처벌해 달라는 고발장을 접수했다"고 밝혔다.
실제로 김 전 교수는 고발장에서 "민주노동당이 공개한 자료에 의하면, 한미 FTA 비준 동의안에는 헌법 제119조의 기능을 소멸시키는 독소 조항들이 포함돼 있다고 한다"며 "민주노동당 자료가 사실이라면 남경필 위원장의 행위는 형법상 '내란죄'에 해당되고, 허위라면 민주노동당은 '국익을 위해 하루 빨리 통과시켜야 한다'는 남경필 위원장의 명예를 실추시키는 허위사실 유포죄에 해당된다"고 주장했다.
그는 그러면서 "한미 FTA 는 국가의 중대한 협정으로 나라의 주인인 국민은 그에 대한 진실을 알권리가 있다"며 "따라서 민주노동당이 유포한 자료의 진실 여부를 밝히기 위해 고발하게 됐으니 법에 따라 엄벌에 처해 달라"고 강조했다.
김 전 교수는 남경필 위원장이 국헌문란 및 내란죄에 해당될 수 있다는 주장에 대해 그 이유를 이렇게 설명했다.
그는 "헌법 제6조 1항은 '헌법에 의하여 체결·공포된 조약과 일반적으로 승인된 국제법규는 국내법과 같은 효력을 가진다'에 의해 한미 FTA 독소조항은 국내법과 같은 효력을 지니며 대한민국 국민의 경제생활에 치명적인 영향을 준다. 왜냐하면 국가가 경제에 관한 규제와 조정을 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는 헌법 제119조를 무력화시키기 때문"이라며 "정확히 말해 한미 FTA 법은 헌법 개정의 적법한 절차를 거치지 않고 헌법 제119조의 기능을 소멸시키는 것으로 남경필 위원장의 행위는 내란죄에 해당됨이 명백하다"고 주장했다.
김 전 교수가 거론한 헌법 제119조를 보면 제1항은 대한민국의 경제질서는 개인과 기업의 경제상의 자유와 창의를 존중함을 기본으로 한다. 제2항은 국가는 균형있는 국민경제의 성장 및 안정과 적정한 소득의 분배를 유지하고, 시장의 지배와 경제력의 남용을 방지하며, 경제 주체간의 조화를 통한 경제의 민주화를 위하여 경제에 관한 규제와 조정을 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또 형법 제91조의 국헌문란은 국헌을 문란할 목적으로 헌법 또는 법률에 정한 절차에 의하지 아니하고 헌법 또는 법률의 기능을 소멸시키는 것을 말하며, 형법 제87조(내란)는 국토를 참절하거나 국헌을 문란할 목적으로 폭동한 자를 처단하도록 돼 있다.
김 전 교수는 거듭 "민주노동당의 한미 FTA 독소조항 분석 자료가 사실이라면, 남경필 위원장의 행위는 국헌문란 행위로 형법 제87조(내란), 제89조(미수범), 제90조(예비, 음모, 선동, 선전)의 '내란의 죄'에 해당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김명호 전 교수는 누구? 성균관대 수학과 조교수로 임용돼 재직 중이던 김명호 교수는 1995년 부교수 승진임용 대상에서 제외되고, 이듬해에는 조교수 재임용 심사에서도 탈락됐다.
김 전 교수는 자신이 1995년 1월 성균관대 수학입시 문제의 오류를 지적한데 대한 대학의 보복이라고 주장하며 부교수지위확인 소송을 제기했다. 하지만 패소하자, 김 전 교수는 뉴질랜드와 미국 등지에서 무보수 연구원 생활을 하기도 했다.
그러다가 2005년 3월 김 전 교수는 귀국해 다시 성균관대를 상대로 교수지위확인 등의 소송을 제기했으나 패소하자 항소했다. 그런데 김 전 교수는 항소심 재판을 담당한 서울고법 박홍우 재판장의 재판진행 절차에 불만을 품고 대법원 주변에서 1인 시위를 벌이기도 했다.
2007년 1월 항소기각 판결로 패소하자, 김 전 교수는 3일 뒤인 15일 오후 6시 30분경 서울 잠실동에 사는 박홍우 재판장의 아파트 현관 승강기 앞에서 기다렸다. 김 전 교수는 퇴근하던 박 재판장에게 "항소기각 이유가 뭐냐"고 따지며 실랑이를 벌이다가 석궁에 장전된 화살 1발이 발사돼 전치 3주의 상해를 입힌 혐의(흉기 등 상해)로 기소됐다.
이 사건은 이른바 사법부 '석궁 테러'로 불렸고, 김명호 전 교수는 2008년 6월 대법원에서 징역 4년이 확정돼 옥고를 치르고 지난 1월 출소했다. 재판과정에서 김 전 교수와 변호인은 증거조작 등 여러 의혹을 제기했으나, 법원은 하나도 받아들이지 않았다.
일례로 "피해자의 조끼와 속옷에서 혈흔이 발견됐는데 그 중간에 입은 와이셔츠에 혈흔이 없기 때문에 수사기관에서 증거를 조작한 것"이라고 주장했으나, 대법원 제3부(주심 이홍훈 대법관)는 2008년 6월 "와이셔츠의 혈흔이 육안으로 잘 확인되지 않는다는 사실보다는 속옷과 내의에서 다량의 출혈 흔적이 확인된다는 사실의 증명력이 훨씬 우월한 것으로 보인다"며 일축했다.
결국 '석궁 테러' 사건과 재판에 대한 의문을 가진 정지용 영화감독이 메가폰을 잡고 '부러진 화살'이라는 영화로 만들어져 지난 10월 부산국제영화제에서 공개돼 관심을 받았고, 2012년 2월 전국 개봉을 앞두고 있다.
김명호 전 교수는 사법부를 신랄하게 비판하는 내용의 책을 쓰는 중이다.
김명호 전 교수, 무슨 근거로 고발했나?한편, 김 전 교수는 이번 고발의 근거로 민주노동당이 주장하는 '한미 FTA 비준 동의안 독소조항 12가지'를 제시했다.
① 래칫조항(톱니바퀴의 역진 방지장치) = 민주노동당은 "낚시에 쓰는 미늘 같은 것인데 거꾸로 돌아가지 못하도록 하는 조항, 즉 한 번 개방된 수준은 어떠한 경우에도 되 물릴 수 없게 하는 조항"이라며 "선진국 및 산업국가 사이의 FTA에서는 찾아볼 수 없는 독소조항 중 하나"라고 주장하고 있다.
예를 들어 쌀 개방으로 쌀농사가 전폐되고 식량이 무기가 되는 상황이 와도 예전으로 되돌릴 수 없고, 광우병 쇠고기 수입으로 인간 광우병이 창궐하는 상황이 와도 수입을 막지 못하며, 의료보험이 영리화 되고 병원이 사유화 된 후 아무리 부작용이 나타나도 다시는 예전으로 되돌릴 수 없다. 전기와 가스, 수도 등이 민영화 된 후 사회적으로 큰 혼란이 일어나도 다시 예전으로 되돌릴 수 없다는 것이다.
② 금융 및 자본시장의 완전개방 = 민주노동당은 "현재도 그렇지만 앞으로 더욱 더 한국 금융시장이 국제 투기자본의 놀이터 되게 하는 조항"이라며 "외국 투기자본이 한국 내에서 아무런 제재없이 은행업을 할 수 있게 되고, 외국 투기자본이 국내 은행의 주식을 100% 소유할 수 있게 되며, 사채 이자율 제한이 없어지고 사채 천국이 된다"고 주장한다.
③ 지적재산권 직접 규제 조항(Trips+) = 민주노동당은 "미국의 특허권자가 한국 국민이나 기업에 대한 지적 단속권을 직접 행사할 수 있게 하는 조항"이라며 "고가의 오리지널 약보다 값싸고 효과 좋은 복제약 사용이 불가능 하고, 미국의 경우 완벽한 민간의료보험에 가입돼 있는 사람이라도 성인 1인당 1달에 70만 원(700달러)의 약값을 지출(4인 가족 기준 월 200만 원 2000달러 지출)하고 있다"고 주장한다.
④ 스냅백 조항(snapback) = 민주노동당은 "한국 정부가 미국과 약속한 합의사항을 이행하지 못할 경우 미국이 한국에 부여한 자동차 특혜관세 혜택을 언제든지 임의로 일시에 철폐할 수 있게 하는 조항"이라며 "미국의 무역보복이 일상화 되고 한국경제는 막장으로 내몰리게 된다"고 우려하고 있다.
⑤ 서비스 시장의 네거티브 방식 개방(Negative List) = 민주노동당은 "개방해야 할 분야를 조목조목 제시하는 것(Positive 방식)이 아니라 개방하지 않을 분야만을 적시하는 조항"이라며 "따라서 미래에 생겨날 새로운 서비스 시장은 무조건 모두 개방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예를 들어 온갖 도박장, 섹스산업, 피라미드 판매업 등 미국의 서비스산업이 국내에 마구 들어오게 될 때 군말 없이 이것들을 수용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⑥ 미래의 최혜국 대우 조항(Future MFN Treatment) = 민주노동당은 "미래에 다른 나라와 미국보다 더 많은 개방을 약속할 경우 자동적으로 한미 FTA에 소급 적용하는 것"이라며 "일본과 FTA를 체결할 경우 농산물 분야에서 우리가 일본보다 더 강점이 있을 수 있는데, 그래서 보리나 콩을 개방했을 경우 원래 한미 FTA에는 없던 콩이나 보리도 즉각 미국에게 개방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⑦ 투자자-국가 제소권(ISD) = 민주노동당은 "한국에 투자한 미국자본이나 기업이 한국 정부를 상대로 국제 민간 기구에 제소할 수 있게 하는 조항"이라며 "투자 자본이나 기업이 피해를 봤다고 판결나면 한국 정부가 현금으로 배상해야 한다.(이 경우 당연히 한국보다 힘센 미국의 투기자본 및 초국적 기업이 승리) 한 마디로 초국적 투기 자본이나 기업이 자신의 이윤확대를 위하여 상대국가의 법과 제도를 무력화시키는 독소조항"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이와 관련, 민주노동당은 "이 제도로 인해 미국 자본이나 기업은 국내에서 재판받을 필요가 없고, 오스트리아 등 미국과 FTA를 추진하거나 맺은 국가들 대부분은 이 독소조항을 채택하지 않았다. 한국과 유럽의 FTA 협상에서는 이 독소조항을 논의조차 하지 않았다"며 "대한민국 헌법상의 주권국가의 사법권, 평등권, 사회권이 무너지는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⑧ 비위반 제소 = 민주노동당은 "FTA를 위반하지 않았을 경우라도 세금, 보조금, 불공정거래, 시정조치 등 자본이나 기업이 정부의 정책으로 인해 기대하는 이익을 못 얻었다고 판단되면 국제 민간기구에 상대 정부를 제소할 수 있게 하는 제도"라며 "자본이나 기업의 자신의 경영실수로 기대이익을 못 얻었을 경우라도 한국 정부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할 수 있고, 국제 민간기구에 제소해서 무조건 이기기만 하면 천문학적인 보상금을 타낼 수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⑨ 정부의 입증 책임(necessity test) = 민주노동당은 "국가의 정책, 규정 등 상대 국가는 그것이 필요 불가결한 것이었음을 과학적으로 입증해야 하는 책임을 지는 조항"이라며 "현재의 대한민국 국민의 광우병 쇠고기 반대여론 같은 경우 과학적 입증 자체가 터무니없는 일"이라고 지적하고 있다.
⑩ 간접수용에 의한 손실보상 = 민주노동당은 "상대 국가의 정책이나 규정에 의한 직접적인 손해가 아니더라도 이를 통해서 간접적인 피해를 입었다고 판단되면 이를 보상해야 하는 제도"라며 "땅이 좁고 인구가 많은 한국은 토지 공개념 등 사유를 제한하는 공동체적 법제를 가지고 있다(미국은 한국과 정반대). 그러나 이 독소조항으로 인해 한국의 모든 정책과 규정의 공동체적 법체제가 완전히 사라지게 돼 대한민국의 주권이 유명무실해 질 수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⑪ 서비스 비설립권 인정 = 민주노동당은 "상대 국가에서 사업장을 설립하지 않고도 영업을 할 수 있게 하는 조항"이라며 "그러나 우리나라는 국내에서 설립되지 않은 회사를 국내법으로 처벌할 수 있는 조항이 없다. 따라서 서비스 비설립권 조항으로 인해 한국 정부는 이들 기업들에 대해 세금을 부과하거나 불법 사실을 처벌할 수 없게 된다"고 지적하고 있다.
특히 "미국은 각 나라와 FTA를 맺으면서 'FTA 이행법'을 만들었고, 이 법에서 '미국의 법률에 저촉되는 모든 FTA 규정은 어떤 상황에서든 모든 미국인에게 무효'라고 선언했다"며 반면 "한국정부는 한미 FTA에 저촉되는 한국의 모든 법(30여개)을 고치려고 한다"고 주장했다. 미국은 FTA가 단순한 행정협정일 뿐인데, 한국은 한미 FTA가 조약이며 법률이라고 한다고 지적했다.
⑫ 공기업 완전 민영화와 외국인 소유지분 제한 철폐 = 민주노동당은 "한국의 공적이며 독점적인 공기업을 미국의 거대한 투기 자본들에게 맛좋고 수월한 사냥감으로 던져주는 조항"이라며 "의료보험공단, 한국전력, 석유공사, 농수산물유통공사, 주택공사, 수자원공사, 토지공사, 도로공사, KBS, 중소기업은행, 도시가스, 우체국, 지하철공사, 철도공사, 국민연금, 공무원 연금 등이 미국의 거대한 투기자본에 넘어가 사유화 가능성이 농후하다"고 주장하고 있다.
그럴 경우 수도요금, 전기료, 지하철 요금, 가스요금, 의료보험료, 등이 대폭 인상되게 됨으로써 서민경제가 파탄나게 된다는 게 민주노동당의 판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