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교회언론회(이하 '언론회')에서는 지난 10월 26일 '정신 나간 정치 발언, 종교를 모독하다니'라는 제목의 논평을 통해 '나는 꼼수다(이하 '나꼼수')'가 찬송가의 내용을 개사해 부른 노래를 거론하며 '정치를 빙자하여 특정 종교를 모독한 것으로, 얼빠진 행위다'라며, 기독교인 전체를 모독했다고 주장했다.
이어 이 노래가 누리꾼 사이에 화제가 되어 지금도 빠른 속도로 퍼져 나가고 있고, 기독교 폄하와 기독교 경전을 조소거리로 만들고 있는데, 이에 대하여 기독교계의 대처가 필요하다고 하면서, 한국교회 이름으로 책망해야 한다고 했다.
이에 대해 시사평론가이자 나꼼수 진행자이기도 한 시사평론가 김용민씨는 22일자 <한겨레> 신문을 통해 찬송가 패러디를 신성 모독이라니 가당치 않다는 내용의 글을 썼다. 김씨는 "이 노래의 희화화 대상은 '각하' 한 사람"으로 "그를 하나님과 등치시키지 않는 한, 이 노래의 신성 모독 운운은 가당치 않다"며 언론회가 어이없는 트집을 잡고 있다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더불어 그 이전 언론회의 행보 역시 꼬집었다.
언론회의 조직구성을 보면 개신교교단의 총회장과 총무가 자문의원을 맡고 있으며, 불법금품선거 등으로 한국교회를 위해서는 한기총을 해체해야 한다는 주장까지 나오게 한 한기총대표회장 길자연 목사 등이 고문으로 활동하고 있다. 거기에 교계, 학계, 언론계 등 한국교회의 대표성을 가지고 있다고 할 만한 인사들로 포진되어 있다. 이 논평이 자문위원 전체의 합의로 발표된 것인지는 모르겠지만, 홈페이지 논평란에 자리하고 있는 것으로 보아 암묵적으로 이 논평의 내용에 동의한 것으로 볼 수 있을 것이다.
'나꼼수 찬송가 개사'가 신성 모독?... 목사인 나는 동의할 수 없다 한국의 대형보수교회와 이런저런 단체들이 입방아에 오르고, 세간의 웃음이 된 일은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그렇게 된 데에는 여러 가지 요인이 있겠지만, 자리다툼이나 하고 권력자에 빌붙어 성서의 정신을 훼손하는 데 그 근본원인이 있을 것이다. 개인적으로 언론회의 나꼼수에 대한 논평을 보면서 아래의 구약성서 에스겔서의 말씀을 떠올렸다.
그 선지자들이 그들을 위하여 회를 칠하고 스스로 허탄한 이상을 보며 거짓 복술을 행하며 여호와가 말하지 아니하였어도 주 여호와께서 이같이 말씀하셨느니라 하였으며(에스겔서 22:28)자신들의 이익을 위해 하나님의 이름을 망령되게 하는 일을 아무런 거리낌 없이 하는 현실을 이 말씀을 통해 본다. 나꼼수의 찬송가 개사를 통해 오히려 개신교 장로인 이명박 대통령의 꼼수를 꾸짖고, 찬송가가 모욕을 당할 정도로 추락한 한국교회의 현실에 대해 먼저 반성하고 회개해야 하는 것이 순서가 아닐까?
하나님의 이름으로 자신들의 이익을 관철하고, 이런저런 단체들을 만들어 자리다툼이나 하고, 정치적인 이슈마다 부자의 입장을 대변하며, 좌파 빨갱이 운운하며 색깔논쟁에 열을 올리는 설교를 하고, 선거철만 되면 근거도 없는 네거티브로 교인들을 농락하며, 교인의 피땀 어린 헌금을 자신들의 자리를 사는 데 유용하고, 오로지 대형교회를 짓는 데만 열중하며, 교회재정을 사유재산처럼 사용하고, 성서의 정신을 왜곡하는 것이 신성 모독이 아닌가?
언론회에서는 '정신 나간 정치 발언, 종교를 모독하다니'라는 논평을 통해서 아래와 같이 주장하고 있다.
그 내용은 현 대통령의 내곡동 사저 구입 논란을 비꼰 것이다. 찬송가 338장 "내 주를 가까이 하게 함은"을 개사하여 출연자들이 함께 불렀는데, '내곡동 일대를 사려함은 십자가 짐 같은 그린벨트 내 인생 소원은 재테크하면서 재벌이 되기를 원합니다 아멘'으로, 기독교에서 간절한 신앙고백을 담아 부르는 찬송가 내용을 '희희(편집자 주- 희화가 아닐까?)'하는 잡담거리로 삼아, 기독교인 전체를 모독하고 있다. 그들은 이 개사를 '기독교인 전체를 모독하고 있다'고 주장하고 있지만, 기독교인의 한 사람이요, 목사인 나는 그들의 주장에 동의할 수 없다. 아니, 오히려 개신교 장로인 이명박 대통령에게 그의 잘못을 이보다 더 강력하게 전할 수 있는 메시지가 어디에 있겠는가? 이것은 기독교인 전체를 모독한 것이라기보다는 대통령이기 이전에 신앙인이라고 자처하는, 그리고 그를 무조건 지지하는 이들에게 회개를 촉구하는 내용이 아니던가?
나는 오히려 이 개사곡을 들으면서, 더는 추락할 것이 없을 것 같은 한국교회의 타락상을 보고 가슴을 쳤으며, 복음성가로 자주 불리는 '주만 바라볼지라'를 개사하고 싶은 생각이 들 정도였다. 주만 바라보는 것이 아니라 돈만 바라보는 한국교회의 현실, 맘몬이 우상이 되어버린 현실에 대한 풍자를 담아낼 수 있는 곡이 아니던가!
개신교의 총회장과 총무가 총망라되어 있고, 교계의 언론과 기관이 거반 다 가입되어 있으니 한국교회언론회의 대표성에 대해서는 왈가불가할 수 없을 것 같다. 그런데 그 대표성을 가진 단체의 논평이 이 정도라면, 한국교회의 수준이 어느 정도인지 가늠이 가지 않을 수 없다.
지금 언론회는 나꼼수의 개사곡에 종교모독 운운하며 분노할 때가 아니라, 한국교회에 만연해 있는 맘몬이라는 우상에 분노해야 할 것이다. 보수대형교회를 중심으로 이뤄지는 부패상과 타락상에 대해 제대로 보도하지 않는 교계 언론들에 분노해야 할 것이며, 이 나라 서민들의 삶을 더욱더 궁핍하게 만드는 사회구조와 정치구조 등에 대해 올곧은 소리를 내야 할 것이며, 보수언론에도 공정한 보도를 요구해야 할 것이다. 그렇지 않는다면, 하나님의 이름으로 하나님의 이름을 망령되게 하는, 죄 중에서 가장 큰 성령을 훼방하는 죄에서 벗어나지 못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