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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원순의 희망찾기1
▲ 마을에서 희망을 만나다 박원순의 희망찾기1
ⓒ 검둥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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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영희 선생님이 생존해 계셨을 때 리영희 선생님의 '열혈팬'을 자처하던 여성들이 토머스 모어의 <유토피아>를 읽고 리영희 선생님과 서로의 생각을 나누는 시간을 가진 적이 있다. 당시 리영희 선생님은 공동체 마을에 한참 관심을 두고 계셨는지 <오로빌 공동체>에 대한 책이나 <유토피아> 같은 책을 보신 뒤 이야기를 나누고 싶어 하셨다. 선생님은 마을 공동체야말로 신자유주의 넘어 인간을 살리는 대안적 삶'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하셨던 것 같다.

리영희 선생님은 한의사 고은광순씨에게 "자네는 시골에 내려가 공동체 마을을 준비하라"고 직접 당부하기도 하셨다. 리영희 선생님이 살아계셨더라면 마지막 작업으로 공동체 마을을 일구지 않았을까.

실제로 공동체 마을을 꿈꿔오던 고은광순씨는 일터를 아예 충청도로 옮기고 그곳에서 공동체 마을을 위한 기초 작업을 하고 있다. 그 외에도 우리 주변에는 성미산 마을 만들기를 통해 마을 되살리기 운동을 시작했던 조한혜정 교수 등 노후에 한적한 시골 마을에서 소박하게 살아가려는 꿈을 꾸는 이들이 여러 명 있다. 그들은 시골 삶을 위해 '도심에서 옥상 텃밭 가꾸기' '주말농장' 등을 벌이며 자연과 공생하는 방법을 몸으로 익혀가고 있다.

많은 이들이 자의 반 타의 반으로 시골에서의 삶을 생각해야 할 만큼 도시는 더 이상 인간을 품을 수 없을 만큼 비대해졌다. 도시노동자들의 삶은 시멘트로 뒤덮인 도시의 거리처럼 삭막해져 이젠 생존을 위한 새로운 탈출구가 필요한 시점에 이른 것이다.

<마을에서 희망을 만나다>와 <마을의 학교다>는 희망제작소 상임이사였던 박원순 서울시장이 '박원순의 희망찾기 프로젝트'의 일환으로 3년간 마을을 돌며 인터뷰한 내용을 엮은 것이다.

희망제작소는 지역홍보센터, 주민참여클리닉, 농촌희망본부, 조례연구소, 자치 재정 연구소, 소기업발전소와 커뮤니티 비즈니스 연구소 등을 산하에 설치하고 다양한 지원조직, 전문가 네트워킹, 자료와 정보 축적을 통해 희망적 대안을 제시하고자 했다.

이제, 마을공동체가 대안이다

박원순의 희망찾기2
▲ 마을이 학교다 박원순의 희망찾기2
ⓒ 검둥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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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을에서 희망을 만나다>와 <마을이 학교다>는 마을공동체의 완벽한 모델을 보여주지 않는다. 여전히 실험적인 요소와 시행착오가 있지만, 미래에 대한 전망은 밝다. 그것이 바로 마을에서 희망을 보고 참교육의 실체를 본 이유일 것이다.

<마을에서 희망을 만나다>는 1부 '사람이 모여들고 마을에 돈이 돌고', 2부 '땅에도 식타겡도 삶에도 생태혁명', 3부 '마을문화가 예술이 되다' 4부 '생로병사, 생사고락을 함께 하는 곳' 등 총 4부로 구성돼 있다.

인간의 삶의 조건인 물질, 자연 친화적 생태적인 삶, 문화가 어우러진 현장, 게다가 생사고락을 함께하며 아름답게 생을 마감할 수 있다면 누군들 그런 마을에 둥지 틀고 싶지 않겠는가. 빈집이 하나도 없다는 다랭이마을, 의료 생협이 만들어진 원주 의료 생협까지 마을을 지키는 이들과 마을로 모여들어 그곳에서 열정을 다한 사람들이 희망의 싹을 틔우고 있다.

<마을이 학교다>는 1부 '공교육의 대안 학교 밖 학교', 2부 '공교육이 달라졌다. 작은 학교 이야기' 3부 '따로 또 같이. 학교 밖 아동 청소년 교육공동체' 4부 '새로운 교육 모델을 찾다' 등을 통해 대안교육의 현장과 공교육의 혁신 현장, 마을의 교육공동체와 새로운 교육 모델에 대한 실험의 장까지 교육의 현장을 두루두루 보여준다.

삶 터와 교육은 인간이 인간다운 삶을 살아가기 위해 마지막까지 붙들고 놓지 말아야 할 것들이다. 도시 노동자들은 뿌리가 뽑힌 식물처럼 이리저리 흔들리며 실존적 위기감을 느끼고 있다. 도시는 인간을 품지 못하고, 도시 속 인간은 기계의 부품이나 대기업의 노예처럼 살아가고 있다. 그래서 사람들은 이전의 두레 공동체나 마을 사람들이 함께 모여 대소사를 처리하고, 고민을 함께 나누고, 어려움을 헤쳐나가던 때를 그리워한다. 많은 이들이 도시의 피폐한 생활에 지쳐 귀농을 꿈꾼다. 그러나 이미 익숙해져 버린 도시 생활 때문에 귀농에 제대로 적응하지 못하는 사람들도 많다. 또한 귀농이 생계 보장에 직접적으로 연결되리라는 확신도 없는 것이 사실이다.

해답은 도시와 농촌이 각각 특성에 맞게 공동체의 두레 정신을 되살려 내는 일이다. 교육 역사 마찬가지다. 제 기능을 잃어버린 공교육 현장의 혁신, 대안교육, 학교 밖 아동과 청소년의 교육 공동체는 신념만 있다면 도시든 농촌이든 간에 어디서든 일궈낼 수 있다.

박원순 서울시장은 15~16개의 마을공동체를 만들겠다고 밝혔다. 3년 동안 비교적 좋은 성과를 거둔 마을 공동체와 교육 현장을 두루 돌아본 경험을 바탕으로 밑그림을 그렸을 것이다. 그러나 조한혜정 교수나 일본 마을 공동체를 연구한 이의 말처럼 '마을은 하루아침에 만들어지는 것이 아니다'. 적어도 10년 이상 풀뿌리 운동이 살아 있는 곳에 새로운 마을 공동체나 새로운 교육 가능했음은 이미 밝혀진 사실이다.

이미 건물 등 외적 여건들은 어느 정도 갖추어져 있다. 하지만 마을 공동체를 만드는 데 진정 필요한 것은 마을 안에 깃들어 살 사람들의 마음가짐이다. 어떤 마을에서 어떻게 살고 싶은지 밑그림을 그리고, 주인으로 내 마을을 일구고 함께 살아가려는 의지와 열정이 필요하다는 말이다. 결국 마을공동체 되살리기는 사람에서부터 시작돼야 한다.

당신이 꾸는 꿈을 당신 혼자만이 아니라 이웃과 같이 꾼다면 그 꿈은 현실이 될 수 있다. 그러나 잊지 마시라. 주인공은 바로 당신이라는 사실을. 당신이 살고 싶은 마을, 당신이 다니고 싶은 학교, 당신이 열정을 다해 함께 하려는 마음이 불타오를 때 도시 공동체든 농촌 공동체든 활기와 생명력이 넘치는 마을 공동체로 자리하게 될 것이기 때문이다.

덧붙이는 글 | - <마을에서 희망을 만나다> (박원순 씀|검둥소|2009.04|1만2500원)
- <마을이 학교다> (박원순 씀|검둥소|2010.06|1만3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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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을에서 희망을 만나다 - 행복을 일구는 사람들 이야기

박원순 지음, 검둥소(2009)


태그:#마을이 학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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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자 잘살면 무슨 재민교’ 비정규직 없고 차별없는 세상을 꿈꾸는 장애인 노동자입니다. <인생학교> 를 통해 전환기 인생에 희망을. 꽃피우고 싶습니다. 옮긴 책<오프의 마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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