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2일 오후 7시 대구 한일극장 앞에서는 한나라당의 FTA 직권상정 통과를 두고, 시민 100여 명이 모여 촛불을 들었다. 성난 시민들은 한나라당에 의해 '날치기'로 통과된 한미FTA 비준동의안을 두고 "한나라당 심판하자" "한미FTA 폐기하라" 등의 구호를 외쳤다. 집회는 극장 앞 노상에서 자유발언 형식으로 진행됐다.
1시간 30분 가량 진행된 집회는 "개탄스럽다" "한미FTA를 통과에 찬성한 한나라당 의원들을 선거 때 심판하자"는 목소리로 가득찼다.
이번 긴급 집회에는 SNS(Social Network Service)가 한몫을 톡톡히 했다. 참석한 시민들은 트위터와 페이스북 등을 통해 '한일극장 앞에 모이자'는 메시지를 날렸고, 현장에서도 실시간으로 스마트폰과 테블릿 PC 등으로 신속하게 현장의 모습을 중계했다.
첫 번째 자유발언에 나선 대구경북진보연대 백현국 상임대표는 "한미FTA의 통과를 보면서 이완용이 생각났다"며 "자본이 마음껏 놀 수 있도록 하는 것이 한미FTA의 본질"이라고 지적했다.
현장에 참여했던 국민참여당대구시당 장현우 청년위원장도 "오늘처럼 (한나라당이) 날치기를 하리라고 생각하지 않았는데, 매우 개탄스럽다"며 "미디어법 날치기 처리 때도 그랬지만, 오늘도 한나라당이 한 일을 보면서 이제는 그들을 심판해야 할 때인 것 같다"고 강조했다.
민주노총 대구본부 본부장 선거에 나선 임성열 후보는 "이번 일은 신자유주의자들이 만들어낸 결정판"이라며 "민주당은 한미FTA를 막으려고 노력했지만 결과적으로 한미FTA를 추진했던 신자유주의 세력"이라 비판의 날을 세웠다.
이어 민주노총 대구본부 본부장 선거 나온 권택흥 후보도 "비정규직법이 날치기 통과될 적에 아스팔트에 앉아 있던 일이 생각난다"며 "그들은 정권과 국회권력을 잡고, 자신들의 이익대로 그것을 휘두른다"고 말했다. 이어 "이제는 한탄만 할 것이 아니라 우리가 저들을 심판할 수 있을 정도로 힘을 키워야 한다"고 말했다.
집회를 마친 후 시민사회단체 및 참석 시민들은 도로행진을 시도했다. 하지만 경찰 관계자는 "야간집회는 불법집회고 교통혼잡을 야기한다"며 거리로 나서는 시민들을 막아섰다. 현장에 출동한 전경들은 현장채증을 실시하고 진압도구 등을 지닌 채 집회에 나선 참석자들을 저지했다.
10여 분간 승강이를 벌인 참석자들은 방향을 뒤로 돌려 대구백화점을 돌아 중앙파출소를 거쳐 다시 한일극장 앞까지 되돌아온 뒤 별다른 충돌 없이 해산했다. 거리행진을 할 당시, 200여 명에 이르는 시민들이 합류해 한나라당에 의해 날치기 통과된 한미FTA를 비판했다.
한편, 전국농민회경북도연맹은 한미FTA 통과에 대한 저항의 의미로 23일 오전 11시 쌀 나락 적재 투쟁을 벌일 예정이다. 아울러 시민사회단체는 23일 오전 11시 30분에 대구·경북 한나라당 항의집회를 열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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