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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 사립대학의 각종 비리와 회계부정 논란이 끊이지 않는 속에, 대학의 결산 자료를 손쉽게 받아볼 수 있도록 한 중앙행정심판위원회의 결정(재결)이 나와 관심을 끈다.

당초 사립대학들의 결산서를 받아보려면, 한국사학진흥재단 사무실을 직접 방문해야만 자료의 열람과 복사가 가능했다. 그런데 최근 중앙행정심판위원회는 '자료를 복사해서 신청인한테 제공하라'고 결정했다.

23일 박훈 변호사(창원)에 따르면, 최근 중앙행정심판위원회는 이병희 교수(해직, 창신대학 교수협의회 회장)가 한국사학진흥재단을 상대로 낸 '정보공개 거부처분 등 취소청구' 소송에서 청구인의 손을 들어줬다.

 경남 마산 소재 창신대학 정문.
경남 마산 소재 창신대학 정문. ⓒ 윤성효

사립대학들은 사립학교법·시행령, 사학기관 재무회계규칙·특례규칙, 행정권한의위임및위탁에관한규정 등에 따라 매년 교육과학기술부 산하 한국사학진흥재단에 법인과 대학의 결산서를 제출해 오고 있다.

제출된 결산서에는 자금계산서, 대차대조표(부속명세서), 운영계산서(부속명세서), 합계잔액시산표, 결산 부속서류, 결사 공개 보고서식 등이 담겨있는데, 여기엔 각 대학 홈페이지에 공개되는 자료보다는 비교적 상세한 내용들이 포함돼 있다.

이병희 교수는 지난 6월 한국사학진흥재단에 창신대학의 2010년도 결산과 관련한 자료(교비, 법인수익, 학교기업, 산학협력단, 특별회계 등)을 전자파일이나 복사해 보내줄 것을 요청했다.

그러나 사학진흥재단은 이같은 요청을 거부했고, "요청한 자료는 대학 홈페이지에서 공개하고 있으니 다운받거나, 추가적으로 궁금한 자료는 재단 방문시 열람․복사가 가능하다"고 통보했다. 또 사학진흥재단은 "요청 자료는 전자 형태로 보유하고 있지 않고, 전자 형태로 변환할 경우 업무에 현저한 지장을 초래한다"고 밝혔다.

"방문 열람복사는 신청자 약점 이용해 공개 않으려는 술책"

이에 이병희 교수는 지난 7월 중앙행정심판위원회에 사학진흥재단을 상대로 '행정심판'을 청구했다.

이병희 교수는 "지방 소재 대학의 경우 이동시간과 자료복사시간 등을 고려하면 10시간 이상 소요되어 하루 휴가를 받지 않으면 평일에 재단 방문은 불가능하고, 대학이 휴가를 내주지 않는다"면서 "사학진흥재단이 이런 약점을 이용하여 사립대학의 결산서를 공개하지 않으려고 술책을 쓴다고밖에 볼 수 없다"고 밝혔다.

이 교수는 "창신대학은 2010년도 결산서와 부속명세서를 홈페이지에 공개하고 있지만, 사학진흥재단에 제출하는 결산서와 비교하면 서식이 일치하지 않고, 부속명세서도 전부가 아닌 일부만 공개하고 있다"면서 "비공개 사유를 들어 공개하지 않는 것은 헌법에서 보장하는 국민이 기본권인 알권리를 침해하는 위법·부당한 행위로 볼 수밖에 없다"고 주장했다.

사학진흥재단은 행정심판 과정에서 "방문하여 열람·복사할 수 있음에도 단지 교통불편을 이유로 500쪽 정도의 문서를 전자파일로 변환하여 공개하라고 주장하나, 이는 재단의 공적 업무수행에 현저한 지장을 초래할 수 있어 정보공개법에 따라 거절했다"고 주장했다.

"전자적 형태 변환이 공적업무수행 지정 초래 인정 안돼"

중앙행정심판위원회는 지난 10월 25일 '재결'을 통해 "사학진흥재단이 이병희 교수한테 한 정보공개결정 이의신청 기각결정을 취소한다"고 했다.

중앙행정심판위원회는 "창신대학 2010년도 결산서 등 자료는 416쪽으로, 복사를 직업으로 하지 않는 보통 사람이 공공기관에서 일반적으로 사용하는 인쇄, 복사, 스캔 등의 기능을 가진 복합기를 이용하여 책의 페이지를 한 장씩 넘겨가면서 복사하는 속도를 1페이지당 약 10초로 가정할 경우, 창신대학 자료를 스캔하여 전자적 형태로 복사하는데 60~90분 정도의 시간이 걸릴 것으로 추정된다"며 "그렇다면 이 정도 시간이 걸린다는 이유로 자료를 전자적 형태로 변환할 경우 공적 업무수행에 현저한 지장을 초래한다는 주장을 인정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중앙행정심판위원회는 "전자적 형태로 보유·관리하고 있지 않은 정보(자료)의 양이 과다하여 전자적 형태로 공개하려면 정상적인 업무수행에 현저한 지장을 초래한다는 이유로 열람·복사의 방법으로 정보의 공개를 결정한 처분은 위법·부당하다"며 이병희 교수의 주장을 받아들인 것이다.


#중앙행정심판위원회#한국사학진흥재단#창신대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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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부산경남 취재를 맡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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