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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의 밥상을 차려주는 고마운 손'이란 뜻이에요. 엄마가 식당을 운영했어요. 배달하는 직원도 있고 그랬어요. 배달 사고도 나고 번거로운 일도 있고 그래서 일하는 분들이 그만두게 되었고, 일손이 모자라 동생과 내가 식당일을 돕게 됐어요. 그런데 쉬워 보였던 일이 참 힘들었어요. 또, 나물 한 가지를 다듬더라도 알고 있는 것과 모르는 것 그 차이는 크더라고요. 이런 생각이 들었죠. 다른 사람들의 밥상을 차려주는 일이 정말 힘든 일이구나. 많은 신경을 써야 하는 구나.

식당 일을 집안일의 연속으로 생각하기 쉬운데 직업성을 띠어야 하고 전문적인 지식도 필요하겠다는 생각도 들었고요. 변호사, 의사처럼 전문적인 일일수록 '-사'가 붙잖아요. 그래서 이런 생각들을 종합해 '차림사'라는 호칭이 참 좋겠다 싶어 응모했는데 금상을 받아 무척 기뻐요." - 한국여성민우회 '식당여성노동자 호칭 공모 금상 수상자 김미나(25)씨

지난 16일 저녁 7시, 성미산 마을극장(서울시 마포구 성산동 소재)에서 의미 있는, 많은 사람들에게 널리 알려졌으면 하는 행사가 열렸다. 행사 이름은 '새로운 이름, 새로운 존중, 세상에 퍼지다'.

식당여성노동자의 이름, '차림사' 어때요?

한국여성민우회는 지난 2년 동안 우리들이 흔히 식당에서 특별한 호칭 없이 각자의 편의에 따라 '아줌마', '이모', '고모', '이봐요', '여기요' 등으로 부르는 식당여성노동자들의 호칭을 시민들에게 공모했다. 이에 선정된 이름을 발표, 수상함과 아울러 '식당노동자에 대한 응원과 열악한 노동환경 개선에 대한 동참의 마음을 담은' 문화제였다.

식당여성노동자 호칭 공모에 모두 250명이 참여. '차림사'란 호칭이 금상을 수상했는데, 장진영·박지애씨 팀과 김미나씨가 '차림사'를 동시 응모, 공동 수상했다. 공동 수상자 중 한 사람인 김미나씨에게 '왜, 어떻게 차림사란 이름을 지었는가? 왜 적합하다고 생각하는가?에 대해 묻자 이처럼 말했다.

가작으로는 '둘러 앉아 먹다'란 뜻과 맛있는 음식으로 건강을 챙겨주는 고마운 이름이란 의미의 두레손, 음식을 맛있게 먹을 수 있도록 곁에서 도와주는 사람이란 뜻의 '맛지기', 영양을 챙겨주는 사람이란 의미의 '조양사' 외에 '맛운사', '지미사' 등이 선정됐다.

심사위원은 방송인 김미화씨를 비롯하여 한국여성민우회 김인숙 대표, 고려대 국어국문학과 신지영 교수 등 모두 6명. 심사기준은 ▲여성성과 모성성을 강조하는 호칭이 아닌 양성을 띠어야 하고▲누구나 부르기 쉬워 실제 사용할 수 있는 가능성이 높아야 하고 ▲식당 노동을 존중하고 중시하는 호칭이어야 하며 ▲이미 써 온 말 혹은 호칭이 아닌 새로운 말이어야 하며 ▲직업을 지칭하는 이름이자 사람들이 실제로 부를 때 쓸 수 있는 호칭에 중점을 두었다고 한다.

여기까지 읽는 동안 "새삼스럽게 무슨 호칭이야? 번거롭게! 호칭이 뭐가 그리 중요하다고"라고 생각하는 사람들도 혹여 있을지도 모르겠다. 한편으론 맞다 싶다. 호칭이 아무리 좋아도 그를 대하는 것이 잘못되었거나 일하는 조건이 좋지 못하면 아무리 좋은 호칭도 별 의미가 없을 것이니 말이다.

내가 아는 어떤 사람은 20년 동안 식당을 몇 차례 옮겨 다시 열 일이 있었는데 식당 이름을 언제나 '이모네'로 한다. 그 이유를 물었더니 "이모가 살갑게 들리지 않겠냐?"는 것. 식당 이름 때문인지 손님 누구나 나이의 많고 적음을 따지지 않고 식당 주인이든 종업원이든 "이모!"라고 부른다. 이런 경우 '차림사'란 새 호칭이 오히려 번거로울지도 모른다. 별 의미 없을지도 모른다와 같은 생각 또한 든다.

그렇다. 한국여성민우회가 이런 행사를 하는 이유는 단순히 호칭을 바꾸는데 있지 않다. 호칭도 호칭이지만 무엇보다 식당 아줌마, 즉 식당여성노동자들의 노동인권 실태를 파악해 알리고, 노동에 맞는 임금이나 마땅한 휴식 등 당연한 노동 권리를 찾아주자는 것. 식당 노동자를 노동자로 자리매김하자는 것이다.

이런 취지로 한국여성민우회는 식당 여성노동자 호칭을 공모하는 한편, 시민들이나 대학생들의 자발적 참여와 여휴인 실천단(식당여성노동자의 휴식을 바라는 사람들의 모임), 9개 지부 회원들과 함께 식당여성노동자 노동인권 실태조사를 해 그 결과를 발표(2011.9.22일)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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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여성민우회의 발표자료(2011 한국여성민우회 식당여성노동자 노동인권 실태조사 통계분석 결과)에 의하면 하루 12시간씩 일하는 식당여성노동자들의 평균 월급은 141.9만원. 이를 12시간 노동으로 계산하면 5인 이상 고용 식당은 시간당 3412원, 5인 미만 고용 식당은 시간당 3827원에 해당한다. 11시간 기준으로 계산해도 5인 이상 3772원, 5인 미만 4139원으로 2011년 현재의 최저임금인 4320원에도 미치지 못한다.

참고로 2011년 7월, 2012년 최저임금이 시급 4580원으로 날치기 통과, 확정됐다. 또한, 식당에서 시간당 알바를 할 경우 시급 5천 원 정도이고 식당 사정에 따라 5천 원 미만 혹은 그 이상을 받기도 하지만, 전일제로 식당에서 일하는 경우 근무시간, 월 급여, 월 휴일횟수를 평균 낸 뒤에도 5인 이상 고용인가, 5인 미만인가에 따라 시간외 근로수당(연장, 야간, 휴일) 적용여부가 달라지기 때문에 이처럼 계산했다고 한다.

전국의 식당 중 일손이 비교적 많은 한식당을 대상으로 노동시간과 그에 따른 임금 외에 기본 노동 환경, 4대 보험 가입 여부, 성희롱, 휴일과 휴가 등 다양한 항목을 설문 조사했다. 그 결과 식당 노동자 반 이상이 1주일에 단 한 번도 쉬지 못하고 5명 중 1명은 일주일에 단 한 번도 가족과 식사를 하지 못했다. 또 식당일을 하면서 허리, 어깨, 팔다리 등 관절통이나 근육통을 앓는다고 응답한 비율은 61.1%나 됐고, 칼이나 절단기 등에 배인 경우 21%, 화상을 입은 경우 21.6%였다. 이 뿐만이 아니다. 식당일을 하면서 아프거나 다쳐도 여성노동자 67.2%는 자기 돈으로 치료를 할뿐 아무런 보상을 받지 못한다. 4대 보험에 가입한 경우는 35%에 불과했고 62.3%가 개인 휴가를 낼 경우 임금이 깎인다고 답했다.

외에도 손님에게서 겪는 힘든 점, 불쾌한 신체접촉이나 성적인 농담과 술 따르기, 데이트 강요, 손님이 없을 때의 노동이나 휴식, 핸드폰 사용과 화장실 문제, 근무시간 중 은행이나 병원 같은 곳으로의 어쩔 수 없는 외출 등에 대해서도 조사를 했는데, 5명 중 1명은 손님에게서 성적인 농담 등과 같은 성희롱에 시달린다고 답했다. 

식당 노동자가 손님에게서 겪는 가장 힘든 점은 무엇일까? 무시하는 태도나 반말이 27.4%, 음식 재촉이나 잦은 벨이 24.6%였다. 반대로 "맛있게 잘 먹었다"며 인사하고 가는 손님은 "기분이 좋다" "귀엽고 예쁘다"고 말하는 식당 노동자도 있었다. 이런 것들은 식당을 이용하는 사람들이 손님으로서 당연히 지켜야 하는 예의인데 말이다. 손님으로서 이것들을 조금만 더 잘 지켜도 웃으며 일할 수 있는 식당 아줌마들이 훨씬 많을 수 있겠구나란 생각이 들었다. 무엇보다 식당 운영자들의 인식이 중요하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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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상식 후 한국여성민우회 광주 지부 '시나패'의 <식당블루스> 연극을 시작으로 '나온'의 식당여성노동자를 위한 곡 <심심타파>(뜻:식당 노동자들의 심하게 낮은 임금, 심하게 긴 노동시간을 타파하자) 노래, 시 <온몸으로 우는 북> <차림사를 위하여> 낭송 등 식당 노동자를 응원하고 격려하는 문화제가 이어졌다. 특히 식당 노동자의 현실을 그린 '시나패'의 식당블루스는 가슴을 뭉클하게 했다.

아줌마들이 식당에 취업하고자 한다. 주인은 이런저런 조건을 따져 가장 써먹기 좋은 한 아줌마를 합격시켰고 사장이 고참에게 종업원 교육을 시키라고 한다. 동영상은 종업원이 지켜야 할 세 번째 항목부터 찍은 것. 용량 문제 등 때문에 중간에 촬영을 중단했는데, 이 내용 이후 돈을 앞세운 어떤 남자의 성희롱 장면과 이를 거부한 종업원에 대한 주인의 타박과 은연 중 권고, 그에 따른 종업원의 비참한 현실 호소 등이 이어진다.

연극은 대략 30분가량. 연극을 보다가 2007년 잠깐 식당일을 했을 때 겪었던 고통이 떠올랐다. 또 당시 식당에서 함께 일했던 어린 남매를 둔 엄마의 절박함 등이 겹쳐 떠올라 나도 모르게 눈물이 흐르고 말았다.

2007년 3월과 4월 두 달 동안 한식당 알바를 한 적이 있다. 같은 골목에서 사는 동갑내기 사회 친구가 내가 사는 골목 입구에서 숯불갈비집을 했는데, 갑작스럽게 허리 수술을 하면서 도움을 요청했다. 마침 10년 넘게 일해 온 가게를 접고 잠깐씩 이런저런 알바를 하며 놀던 터라 흔쾌히 오전 9시부터 오후 3시까지 하루 6시간씩, 시급 5천 원을 받고 알바를 했다.

당시 함께 일하는 아줌마 중에 나보다 5살가량 어린 사람이 있었다. 30대 중반의 그 아줌마는 남편에게 배신을 당하고 7살, 5살 어린 남매를 도맡아 키우고 있었다. 그 아줌마는 주인이 식당을 비우는 순간 정신없이 100m 남짓 떨어진, 남매만 오도카니 남아 있는 ㅎ씨네 뒷방을 향해 뛰어갔다 오곤 했다.

이 잠깐의 외출(?)을 위해 그녀는 주인의 눈치를 끊임없이 살펴야 했고 주인에게 들켜 모욕을 당하기도 했다. 처음 그녀의 사정을 몰라 "어딜 그렇게 정신없이 갔다 오느냐?"고 물었는데, 그는 내게 "식당 일을 해서 남매를 어린이집에 맡기려니 엄두가 안 난다, 조건 좋은 식당으로 가고 싶지만 어린 남매 때문에 엄두가 나지 않는다"고 했다.

주인에게 필요 이상의 요구나 책망을 들은 후 그녀의 눈에 맺히던 눈물도 생각난다. 그녀는 10시부터 10시까지 일했다. 일요일도 없이. 연극을 보며 그녀의 눈물과 아픔과 굴욕이 오죽했을까 처음으로 생각했다.

우리나라 여성 노동인구 8명 중 1명이 식당에서 일한다고 한다. 사정은 저마다 다르고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식당에서 일하는 대부분의 여성들이 그 어린 남매의 엄마처럼 나름 절박한 사정 때문에 몸이 부서져라 일을 할 것이다. 약속한 두 달 동안 하루 6시간 알바를 하며 매일 밤 온몸이 저리는 고통에 잠을 제대로 이룰 수 없었다. 그러니 곱절인 12시간을 식당에서 일하는 아줌마들의 고통은 오죽하랴.

▲ 한국여성민우회 광주지부 '시나패'의 <식당블루스> 일부 식당여성노동자들의 현실을 담고 있는 한국여성민우회 광주지부 '시나패'의 <식당블루스> 일부
ⓒ 김현자	관련영상보기

동영상이 영 볼품없다. 차마 부끄럽기 짝이 없다. 그래도 용기를 갖고 올리는 이유는 연극 중 앞 다퉈 울리는 식당 식탁들의 벨소리가 이 글을 읽는 독자들 가슴에 좀 모질고 남다르게 파고들었으면 하는 바람 때문이다. 손님 편하고 식당 편하자고 느닷없이 이 식당 저 식당마다 생겨난 이 벨을 누를 때 '정말 필요한가?' 한 번 더 생각하고 신중하게 누르는 사람들이 늘었으면 좋겠다.

아울러 이 소식을 듣고 이익도 중요하지만 그에 못지않게 자신의 식당 손님들을 책임지는 종업원들이 중요하다는 것을 인식해 노동조건 개선이나 처우에 신경 쓰는 식당 사장님들이 좀 더 많이 늘었으면 좋겠다란 바람도 담아 본다.

연극을 보는 동안 점심시간은 번잡하다는 이유로 점심시간이 지나 식당을 찾는 나 때문에 밥 한 끼 제대로 먹는 자유나 편안함을 방해 받았을 수많은 식당 노동자들에게 처음으로, 그리고 끊임없이 미안해했다는 것도 고백하고 싶다. 이제 가급 밥시간 때에 가야겠다. 남들의 밥상을 수 없이 차리며 정작 자신들의 밥 때는 잊어야만 하는 식당 아줌마들이 밥을 먹다 말고 내 밥을 챙겨준다고 일어서는 일이 없도록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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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계로 보는 식당 노동
1.일하는 여성 8명 중 1명이 음식점업 종사
-음식점업 종사자수 123만명, 여성 83만명으로 약 66.9%(2009 전국사업체 조사)
-여성 종사자의 37.4% 임시·일용직, 11.9% 무급가족종사자(2008 산업·직업별 고용구조조사)
-여성노동자의 월평균 임금 1,027만원, 시간당 임금 3,904원(2008 산업·직업별 고용구조조사)

2.일반음식점 업소 31만 6천개(2009 도소매업조사)
-5인 미만 사업장 88%
-일일 영업시간 '10시간 이상' 67.2%, '휴일없음' 38.4%

식당노동자에게 힘이 되어 주는 손님
-문을 닫을 즈음엔 식다에 가지 않습니다.
-식당노동자에게 존중을! 벨은 필요할 때만!
-식당에서 일어나는 성희롱을 지나치지 않습니다.

-자료출처:한국여성민우회(http://www.womenlink.or.kr/) <2011 식당여성노동자 노동인권 실태조사>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