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안철수·박경철 청춘콘서트'의 뒤를 이어 '김제동 청춘콘서트'가 성황리에 막을 내렸습니다. 그리고 지난 23일에는 '김여진의 청춘콘서트2.0'이 새롭게 시작했습니다. 서울시 마포구에 있는 가톨릭 청년회관 니코라오홀은 400여 명의 청춘들로 가득 메워졌고, '비정규직 문제'를 주제로 열띤 질문과 대답들이 오고 갔습니다. 횟수를 거듭할수록 청춘콘서트가 일방적인 강연 위주에서 점점 더 청춘들과 소통하는 방식으로 진화해 가고 있다는 느낌을 받을 수 있었던 현장이었습니다.
김여진과 함께하는 청춘콘서트2.0은 앞으로 6회에 걸쳐 청년들을 불안하게 하는 6가지 주제에 대해 전문가 패널, 청춘패널, 청중들이 함께 머리를 맞대고 대안을 만들어가는 액션(Action) 토크를 진행할 예정입니다.
6가지 주제는 비정규직(11.23), 등록금(11.30), 취업(12.7), 주거(12.14), 물가(12.21), 정치불신(12.28) 등이며, 매주마다 특별 게스트가 초청돼 청춘들과 토론을 이어나갈 예정입니다. 출연 게스트는 <나꼼수> 정봉주 전 의원, 김용민 평론가, 박원순 서울시장 등 청춘들이 가장 만나고 싶어하는 명사들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지난 23일에는 첫 번째 주제인 '비정규직 문제'에 대한 얘기가 진행되었습니다.
무대 위에 등장한 김여진씨는 "적극적으로 청춘 여러분들이 자신의 의견을 이야기해주세요"라며 말문을 열었습니다. 임신한 몸이었지만 아름다운 미모에 청중들 모두 "이쁘다"를 외쳐 김여진씨를 활짝 미소짓게 했습니다. 전문가 패널로는 정동영 의원, 우석훈 교수가 나왔고, 청춘패널로는 조성주 청년유니온 정책기획팀장과 비정규직 경험자 송화선씨가 나왔습니다. 시작부터 송화선씨가 비정규직 실태에 관한 자신의 경험담을 들려주어 진솔한 공감대가 형성됐습니다.
"학자금 대출을 세 번 받았고, 그 빚을 갚기 위해 힘겨운 시간들을 보냈어요. 쇼핑몰 MD 사무보조 일과 모 방송국 사무보조 일을 했습니다. 그때 정규직과 비정규직은 사원증부터 달라서 서러움을 느꼈어요. 학자금 대출도 갚아야 해서 식비를 아끼기 위해 도시락을 싸 다녔고요. 정규직은 모두 노트북 지급을 해주는데, 비정규직인 저는 노트북 지급을 안 해주려고 하는 모습을 보고 또 상처를 받아야 했습니다. 특히 주위에서 '왜 제대로 살지 않냐'하는 시선으로 바라볼 땐 마치 늪에 빠진 것 같았습니다. 허리띠를 졸라매도 이 상황을 벗어날 수 없는 것인가요." "학자금 대출 갚기 위해 도시락 싸며 일... 벗어날 수 없는 건가"
이에 대해 조성주 청년유니온 정책기획팀장은 "삼성, LG 등 대기업은 잘 나가는데 왜 청년 고용률은 떨어질까?" 의문을 품어보라고 말했습니다. 그는 이어 "대기업은 수십조 원의 수익을 올렸지만 오히려 일자리는 만들지 않았고, 중소기업은 어떻게든 일자리를 만들려 했지만 영세하다 보니 대부분 비정규직을 만들게 되었다"며 비정규직이 계속 양산될 수밖에 없는 원인으로 사회구조적인 문제점을 꼽았습니다.
흔히 사람들은 청년들이 중소기업에 가지 않는 이유로 '눈높이가 높아서'라고 많이들 비난합니다. 그런데 조성주씨는 여러 통계 자료를 보여주고는 "한번 비정규직이 되면 정규직으로 올라갈 확률이 13.8% 밖에 되지 않는다"며 이렇게 말했습니다.
"평생을 비정규직으로 살기 싫으면 고시 공부에 매달릴 수밖에 없습니다. 청년들의 눈높이가 높은 게 아니라 청년들이 미래를 꿈꿀 수 있는 일자리가 없는 것입니다. 학자금 대출로 인한 부담감으로 오히려 '묻지마 취업'식으로 눈높이를 낮추고 있는 것이 현실입니다." 저도 평소에는 '실업자들이 눈이 높아서 그렇다'는 생각을 많이 가졌습니다. 그런데 그 밑바닥에는 눈이 높다기보다는 비정규직이라는 불안한 미래가 도사리고 있었습니다. 어떻게든 안정적인 일자리를 갖기 위해서 고시공부에 매달릴 수밖에 없는 것이지요.
조 팀장은 "특히 커피전문점의 경우 80%가 주휴수당을 지급하지 않고 있다"며 "커피전문점들이 청년들의 소비와 노동으로 수천억의 이익을 챙겨가지만 최소한의 근로기준법도 지키지 않고 있다"고 꼬집었습니다. 이런 이야기를 들으니 '아프니까 청춘이다'라고 부를 것이 아니라 '아프면 아프다고 마음껏 소리지르라'고 해야 할 것 같단 생각이 들었습니다. 청춘들이 답답해 했던 현실들이 하나씩 벗겨지자 숨통이 트이는 듯 발표가 끝날 때마다 박수 소리가 더욱 커졌습니다.
청춘들의 힘든 하소연들을 경청한 김여진씨는 "이런 암흑 속에서도 바늘구멍 같은 빛이라도 뚫어보고자 한다"며 오늘 이 자리가 새로운 희망의 불씨가 될 수 있음을 강조하며 청춘들을 위로했습니다.
청중들로부터 비정규직 문제에 대한 의견을 받았는데, 다양한 의견들이 마구 쏟아져 나와 강연장을 한층 달아오르게 했습니다. 청춘콘서트의 슬로건이 "청춘, 외치다"였는데, 슬로건대로 청춘들의 거침없는 목소리들이 솔직하게 터져 나왔습니다. 특히 비정규직 문제는 청춘들 스스로가 직접 겪고 있는 현실이어서 그런지 구체적인 자신들의 이야기가 많았습니다.
청중석에서 처음으로 손을 들고 질문한 박인후씨는 "요즘 취업하기가 더 어려워졌다. 이런 상황은 앞으로도 강화될 것 같다. 도대체 해결될 가능성이 있기는 있는 건가?"라고 물었고, 이에 대해 우석훈 교수는 "일본의 경우 동일 노동에 80% 이하로는 임금 차별을 할 수 없게 했다. 스웨덴의 경우 똑같은 일을 하면 똑같은 임금을 주고, 독일의 경우에는 지역위원회에서 임금을 결정한다. 우리나라 20대는 너무 착하다. '아프니까 청춘이다'하고 있을 게 아니라 너도 한번 아파봐라 하며 찔러보셨으면 좋겠다"라고 해외의 여러 사례들을 소개하며 청춘들에게 더 큰 목소리를 낼 것을 주문했습니다. 내년 총선과 대선에서 청년들이 정치권으로부터 분명한 약속을 받아냈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가져보았습니다.
김여진 "'찍을 사람 없음' 쓰더라도 투표장에 꼭 가야 한다"많은 이야기들이 오고 갔지만, "박원순 시장을 보면서 정치인의 철학이 얼마나 중요한지 느끼고 있지 않는가" 하는 정동영 의원의 질문이 참 의미심장했습니다. 정 의원은 "오세훈 시장은 새빛 둥둥섬에 7000억, 국회 정박장에 요트 수로를 만드는 데 9000억을 쓴 것에 반해 박원순 시장은 무상급식, 시립대 반값등록금에 182억, 교복 400억, 학습준비물 300억, 예방접종 100억, 이런 많은 일들을 단 몇 백억에 실행해 내고 있다"며 사람의 철학이 얼마나 중요한지 상기시켰습니다. 결국 내년에 투표를 많이 해야 된다는 그런 말이었습니다.
사실 정치하는 분들은 세대별 투표율에 따라 눈치를 많이 봅니다. 누가 당선되든 상관없이 투표율이 굉장히 중요할 수밖에 없지요. "투표장에 가서 '찍을 사람 없음'이라고 쓰더라도 투표장에는 꼭 가야 한다"는 김여진씨의 이야기에 더욱 수긍이 갔습니다.
토론을 지켜보며 기업은 이윤추구를 목적으로 하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비정규직이 필요하다는 주장이 꼭 맞는 이야기가 아님을 알 수 있었습니다. 우석훈 교수가 들어준 외국의 사례들을 보면 오히려 비정규직이 더 높은 임금을 받을 수도 있다고 하니까요. 실제로 포드사에서는 비정규직이 더 위험하고 불안한 환경에 놓여 있기 때문에 더 높은 임금을 준다고 해서 청중들을 깜짝 놀라게 했습니다.
조성주 팀장은 최저임금제도 짚고 넘어가야 한다며 일본과 한국을 비교하는 명확한 비유를 들어주었습니다.
"2011년 우리나라 최저임금은 1시간에 4320원입니다. 일본에서는 시간당 최저임금으로 식당에서 돈가스 덮밥 사먹고 스타벅스에서 커피까지도 마실 수 있어요. 그러나 한국은 제육덮밥 사먹기도 애매해집니다. 최저임금은 획기적으로 올릴 필요가 있다고 봅니다. 청년들이 당당하게 요구해야 해요." 한국에서는 일본에 비해 1시간 노동으로 제육덮밥조차 사먹기 애매하다는 표현이 정말 피부에 팍팍 와 닿았습니다. 그동안 우리는 말도 안 되는 계산법을 가지고 살아왔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최저 임금을 올리면 기업하기가 어려워져서 다같이 망한다는 근거 없는 공포가 우리들의 발목을 잡고 있었던 것이죠.
정동영 의원은 "비정규직을 위해 국회의원으로서 할 수 있는 것이 무엇이 있겠냐"는 김여진씨의 질문에 "커피빈, 스타벅스 이런 곳은 주 15시간 이상 일하면 주휴수당을 줘야 하는데, 14시간을 계약을 해서 주휴수당을 주지 않는다. 실제 일하는 시간은 26시간인데… 반면 투썸플레이스는 주휴수당을 제대로 쳐준다고 한다. 기왕이면 이런 곳에 가서 팔아주는 소비자 운동을 하면 좋겠다"라는 제안을 해서 청중들의 큰 박수를 받았습니다.
청중 중에 한 명인 임아무개씨는 "공공기관에서 비정규직으로 일하고 있는데, 얼마 전에 파견직으로 전환이 되었다"며 이유인 즉 "정규직 직원들이 임금 협상에서 소폭 상승이 되었는데, 그 상승분 만큼의 예산을 절약하기 위해 자신을 파견직으로 전환했다"고 말했습니다. 비정규직은 사람으로 보는 것이 아니라 단순한 예산 항목 정도로 보는 것 같아 조금 씁쓸했습니다.
이에 대해 우석훈 교수는 "공공기관에서 파견직으로의 전환은 불법은 아니지만, 가이드라인을 만들어서 제한을 둘 수 있다. 그러려면 교섭할 데가 있어야 한다. 민주당은 허당이고 차라리 청년유니온에 가입하는 것은 어떤가"라고 말해 옆에 있던 정동영 의원을 당황하게 했습니다. 정 의원이 우 교수에게 한 방 먹은 것이지요.
"정규직 고용이 투자 막는다? 거짓말... 일자리 안정돼야 혁신 가능"
한 남성분이 "전경련에서는 정규직 고용이 자신들의 투자를 막는다고 주장한다. 어떻게 생각하는가?"라고 묻자, 우 교수는 거침없이 "임금 인상한다고 투자 안 된다는 것은 뻥이다" 고 말해 청중들의 폭소를 자아내었습니다.
그는 이어 "우리는 숙련 노동을 못 갖고 있다. 혁신은 숙련 노동에서 생기는 것이다. 북유럽이 잘 사는 이유는 숙련 노동을 잘 활용했기 때문이다. 숙련 노동은 좋은 임금을 주고 여건을 잘 보장해 줄 때 만들어지는 것"이라고 말하며 일자리 안정화가 오히려 기업의 혁신을 가져올 수 있음을 강조했습니다.
공무원 시험을 준비하고 있다는 한 고시생은 "박원순 서울시장도 서울시 비정규직을 정규직으로 전환한다고 하는데, 국회와 정부는 왜 이런 일을 못하고 있는지 궁금하다"며 "공기업부터 솔선수범해서 정규직을 많이 뽑아야 하는데, 오히려 가장 많은 비정규직을 양산해 내는 것 같다"고 이야기했습니다.
우 교수는 "사람이 나빠서 그렇다"며 또 한 번 유쾌한 웃음을 주었습니다. 우 교수는 "기관장이 제 정신인가 아닌가가 영향을 많이 줍니다. 멀쩡한 기관장이 있는 곳은 비정규직이 많이 줄어듭니다"라고 덧붙었다.
김여진씨는 비정규직의 이런 어려운 문제점들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지금 우리가 무엇을 할 수 있을지" 여러 차례 되물었습니다. 결국 이렇게 토크를 하는 이유는 지금의 어려운 현실을 개선해 나가보자는 것이고, 이를 위해 청년들은 무엇을 할 수 있는가 라는 질문이었습니다. 좋은 의견들이 참 많이 나왔는데, 가장 많은 공감을 얻은 이야기는 고등학교 영어교사분이 제안해준 내용이었습니다.
"학기 초에 급식을 교실에서 배식하고 있는데, 배식을 배달해주고 계신 비정규직 아주머니들을 아이들이 막 대했다. 그래서 '잘 먹었습니다' 한마디 하기를 제안했었다. 제 여동생도 스타벅스에서 비정규직으로 일하면서 손님들에게 무시를 많이 당했는데, 그게 상처가 되었는지 다른 커피점에 가서 자신도 비정규직들에게 더 악랄하게 대하더라. 비정규직분들에게 막말하지 않고 공손히 인사하기를 다함께 해보면 좋겠다. 단순 노동직이 아니라 한 사람의 인간으로 대우하기부터 해보면 좋겠다. 음식 받고 '감사합니다, 잘 먹었습니다' 인사하는 것을 다같이 해보자." 남에게 요구할 것이 아니라 나부터 실천하자는 제안이었습니다. 정말 중요한 지점을 짚어 준 것 같아 큰 박수를 받았습니다. 다양한 제안들이 있었지만, 토론 결과 다음 3가지가 청춘들의 '액션 사항'으로 제안되었습니다.
1. 주휴수당 등 비정규직 차별하는 카페(커피빈, 스타벅스 등) 안 가기. 2. 눈·비 오는 날 될 수 있는 한 배달시키지 말고, 배달시키더라도 빨리 오라고 재촉하지 말고, 배달오시는 분들에게 진심으로 고맙다고 말하기. 3. 청년들끼리 마음 아픈 이야기, 억울한 이야기 보면 무조건 '알티'하고 '좋아요' 눌러주기, 청년들이 아파하는 문제들에 대해 SNS에서 많은 대화 나누기 저도 오늘부터 이 세 가지를 트위터에 올리고 '트친'(트위터 친구)님들에게 이 약속을 꼭 지키겠다고 멘션을 날렸습니다. 약속은 널리 공표를 해야 잘 지켜진다고 하잖아요. 오늘 하루에도 커피 전문점에서 주휴수당을 못 받고 있다는 친구의 멘션을 세 차례나 리트윗(RT) 해주었습니다. 방금 전에는 피자 배달을 시키면서 "아주 천천히 오시라"고 해보았더니, 배달하는 청년이 "예?"하며 당황해 합니다.^^
정동영 의원이 마지막으로 청년들에게 들려준 이야기가 무척 인상적이었습니다.
"알바 없이도 대학 다닐 수 있는 세상, 졸업 후에도 차별 없는 직장이 기다리고 있는 세상, 이런 세상은 다 정치입니다. 정치 혐오를 벗어버리시고 정치와 마주해주시기를 부탁드립니다."결국 청년들이 참여하는 만큼 청년들을 위한 세상이 만들어지는 것입니다. 청춘들의 아픈 마음들에 함께 공감하며 때론 차갑게 때론 유쾌하게 신나게 이야기를 듣다 보니 두 시간이 순식간에 지나간 기분입니다.
이번 김여진의 청춘콘서트에서는 무엇보다 활발하게 손들고 발언하는 청춘들이 참 많았다는 점이 신선했습니다. 솔직하고 구체적으로 자신의 목소리를 자신있게 외치는 청춘들이 과연 몇이나 될까 의문이었는데, 오히려 너무 적극적이어서 기회를 얻지 못한 청춘들이 더 많았습니다. 김여진씨는 마지막 멘트에서 "앞으로는 여러분들의 말을 더 많이 듣는 그런 자리를 마련하겠다"고 말해 청춘들의 큰 박수를 받으며 무대 아래로 내려왔습니다.
김여진의 청춘콘서트, 다음 액션토크 주제는 '등록금' 문제입니다. 청춘들이 쏟아낼 다양한 이야기들이 벌써부터 기대가 되기 시작합니다. 다음 기사도 기대해 주세요.
덧붙이는 글 | 11.23~12.28 매주 수요일 '청춘콘서트2.0 김여진과 함께하는 Action토크'가 진행됩니다. <나꼼수> 정봉주 전 의원, 김용민 평론가, 박원순 서울시장, 우석훈 교수, 정동영 의원 등 '빠방한' 출연진들이 뿜어내는 통쾌한 토크가 준비되어 있습니다. 청춘들의 입장을 대변해줄 청춘패널들의 맹활약으로 더욱 유쾌한 토크가 될 것 같습니다. 많은 참여 바랍니다.
참가신청 : http://cafe.daum.net/chungco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