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가 바빠지고 있다. '박근혜 대세론'이 무너졌기 때문이다. 박근혜 전 대표로서는 내부적으로 그 충격이 상상을 초월할 것이다. 정치사적으로도 대세론이 반드시 후일을 보장해주지 못한 사례가 있다. 2002년의 '이회창 대세론'이 바로 그것이다. 당시 정국에서도 이회창 전 한나라당 총재 역시 노무현 전 대통령이나 정몽준 전 한나라당 대표보다 압도적인 우위에 있었다. 그러나 이회창 전 총재는 대세론을 계속 유지하지 못했다. 박근혜 전 대표 역시 과거의 정치사를 돌이켜 보면 마음이 몹시 불편한 상태에 놓여 있을 것이다.

사실 박 전 대표는 지난 대선을 돌이켜볼 때마다 그 아픔이 배가될 것이다. 지난 대선에서 박 전 대표는 한나라당 내 경선에서 이명박 대통령에게 석패했기 때문이다. 당시 대선에서는 여권의 지지세가 바닥을 헤매고 있었기에 야권의 한나라당 후보로 누가 나오든 승리할 수밖에 없었던 상황이었다. 그런데 지난 대선에서 박근혜 전 대표가 패배한 결정적 요인 중의 하나는 박 전 대표의 과도한 보수적인 이념적 경직성에 있었다. 당시 이명박 대통령은 자신의 보수적인 정치적 성향에도 불구하고 대외적으로는 중도적이고 유연한 정치 이미지를 집중적으로 부각시켰다.

본질적으로 이명박 대통령이나 박근혜 전 대표는 정치 이념상 차이는 없었다. 결국 두 후보간의 선거 전략의 차이로 중도주의적 유연성을 표방한 이명박 대통령이 보수주의적 원칙성을 견지한 박근혜 전 대표에게 승리한 것으로 분석된다. 아이러니한 것은 차기 대선에서 박 전 대표의 최대 정치적 라이벌(?)로 부상하고 있는 안철수 원장 역시 중도주의적이고 유연한 정치 이미지가 매우 강하게 부각되고 있다.

그러므로 박 전 대표가 차기 대선에서 승리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자신의 보수적인 이념적 경직성을 탈각시켜 중도적이고 유연한 정치 이념적 이미지를 얼마나 수렴하고 부각시킬 수 있느냐가 관건이 될 것이다. 그동안 박 전 대표는 자신의 보수적인 이념적 이미지를 탈피하기 위해서 나름대로 노력을 기울여왔다. 특히 박 전 대표가 복지 문제에 많은 관심을 기울여오면서 최근 내놓은 '한국형 고용 복지 모델'은 중도주의를 향한 박 전 대표의 의지 표명으로 해석된다.

다음으로 박 전 대표의 결정적 취약점 중의 하나가 의사 소통의 취약성을 들 수 있을 것이다. 사실 안철수 원장이 '청춘콘서트'를 통해서 젊은이들과의 적극적인 의사 소통을 시도했던 것은 안 원장이 박 전 대표의 정치적 라이벌로 부상하는 중요한 계기가 되었다. 그간 박 전 대표는 정세가 요구하는 시점보다는 자신이 원하는 시점에서 국민과 소통하는 일방적이고 자기 편의적 소통 구조를 보여왔다.

이는 국민들로 하여금 박 전 대표를 권위주의적이고 경직된 이미지의 지도자로 낙인시키는 결과를 가져온 것으로 평가된다. 이런 측면은 이명박 정부의 의사 소통의 과도한 취약성과 맞물려 박 전 대표의 이미지를 더욱 악화시키는 요소로 작용해왔다. 이에 대해서 박 전 대표는 지난 10.26 재보궐선거를 기점으로 대학생 등 각계 각층과의 의사 소통에 적극적으로 나서려는 움직임을 보여주고 있다.

한편 지난 대선 박 전 대표의 정치적 라이벌이었던 이명박 대통령은 자신의 능력과 의지에 기초해서 현대건설 회장을 비롯해 국회의원, 서울시장 등을 통해서 입지전적인 인물로 부각됐었다. 또한 차기 대선에 박 전 대표의 최대 라이벌로 떠오르고 있는 안철수 원장 역시 이 대통령과 유사하게 의사를 비롯해서 기업 경영인, 대학 교수 등을 통해서 국민들에게 개인적 역량과 의지가 탁월한 인물로 평가받고 있다. 이에 반해서 박근혜 전 대표의 정치적 성장에는 아버지 박정희 전 대통령의 존재가 강력한 배경으로 작용하고 있음은 누구도 부정하기 힘들 것이다.

더욱이 박 전 대표는 정치 이외의 행정 등 다른 부문에서 뚜렷하게 업적과 경험을 쌓은 부분이 눈에 띄지 않는다. 심지어는 박 전 대표의 내부적 콘텐츠가 튼튼하지 못한 것이 아니냐는 평가까지 나오는 실정이다. 따라서 향후 박 전 대표가 박정희 전 대통령의 후광에서 벗어나서 자주적인 정치 지도자로서의 이미지를 얼마나 부각시킬 수 있느냐 하는 점이 중요한 관건이 될 전망이다. 이에 대해서 박 전 대표는 최근 적극적인 학습과 활동을 통해서 주요 이슈에 주도적으로 개입해서 정책적 대안을 제시하려는 모습을 보여주려고 하고 있다.

현재 박근혜 대세론은 사실상 무너진 것으로 평가된다. 현 시점에서 박 전 대표는 그간의 대세론을 뒤로 묻어버리고 자신의 최대의 정치적 라이벌로 부상하고 있는 안철수 원장 및 야권 후보와의 한판 승부를 벌여야 할 시점이다. 향후 박 전 대표가 중도주의적 정치 노선, 국민과의 의사 소통 능력, 자주적인 정치 역량 등 이 세 전선에서 어떻게 국민에게 다가서느냐에 따라 그의 정치적 운명의 향방이 결정될 것으로 예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