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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적정의 모습  철마산 정상에 아름답게 지어진 정자각, 여기서 보면 인천 전지역이 한눈에 들어온다. 그 아래는 아름다운 숲이 있어 도시 사람들이 자주 찾는 곳이다.
▲ 원적정의 모습 철마산 정상에 아름답게 지어진 정자각, 여기서 보면 인천 전지역이 한눈에 들어온다. 그 아래는 아름다운 숲이 있어 도시 사람들이 자주 찾는 곳이다.
ⓒ 김학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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깊고 깊은 옹달샘 누가 와서 먹나요
말고 맑은 옹달샘 누가 와서 먹나요
새벽에 토끼가 눈 비비고 일어나
세수하러 왔다가 물만 먹고 가지요

지금도 이런 샘물이 있을까. 도시의 주변 산에는 이런 샘물들이 거의 자취를 감추고 있다. 짐승들이 마시던 작은 옹달샘에는 플라스틱 파이프를 박아놓아 동물들이 물을 마실 수 없게 했다. 시멘트로 배수로를 만들어 물이 고일 장소도 없다. 사람들이 원래 주인인 동물을 산에서 몰아낸 것이다.

지난 24일 오후 인천 원적산을 올랐다. 원적산은 해발 211미터의 그리 높지 않은 산이지만 도시 가까이 위치하고 있어 사람들이 많이 찾는 곳이다. 주위로는 계양산을 비롯해 호봉산, 선포산 등 아름다운 산이 인접해 있어 운동하기에 좋은 산이다.

원적산 아래는 시민공원이 잘 만들어져 있다. 공원 주변과 산에는 나무들이 울창한 숲을 이루고 있다. 나무랄 데 없는 좋은 산이고 좋은 공원이다. 그러나 이렇게 아름다운 산이 조금만 올라가보면 사정이 달라진다. 석천약수터 표지판을 따라 조금 올라가 보았다.

물이 흘러야 하는 배수로는 말라 있고 약수터 자리는 물이 흐른 흔적만 남아 있다. 샘물이 나오는 곳에 플라스틱 관을 박아놓아 비쩍 마른 상태로 버려져 있다. 여기가 언제 약수터였던가 싶다. 주변에는 시멘트를 발라놓았고 물이 흐르는 곳에는 돌로 둑을 만들어 평평해져 사실상 물이 고일 장소가 없다.

석천약수터  예전에는 물이 많이 나왔으나 지금은 흔적만 남아 있을 뿐이다. 그 주위로는 돌과 시멘트를 발라놓아 약수터라고 믿기지 않는다.
▲ 석천약수터 예전에는 물이 많이 나왔으나 지금은 흔적만 남아 있을 뿐이다. 그 주위로는 돌과 시멘트를 발라놓아 약수터라고 믿기지 않는다.
ⓒ 김학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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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봉약수터  가는 물줄기가 이곳이 샘터자리라는 것을 말해 주고 있다. 이곳 역시 주위로 돌과 시멘트를 발라놓아 물이 고이지 못하고 있다.
▲ 상봉약수터 가는 물줄기가 이곳이 샘터자리라는 것을 말해 주고 있다. 이곳 역시 주위로 돌과 시멘트를 발라놓아 물이 고이지 못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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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금 떨어진 상봉약수터에 가보았다. 사정은 별로 다를 바 없다. 이곳 역시 샘물이 나오는 곳에 플라스틱 관을 박았다. 실낱 같은 물이 플라스틱 관을 통해 조금씩 흐르고 있었다. 작은 바가지도 있어 산을 오르는 사람들이 한참씩 물을 받아 마시고 가는 풍경을 볼 수 있었다. 이곳 역시 배수로는 바닥이 평평해 물이 고이지 못했다.

다행이 그 아래 공사를 비켜간 곳에는 낙엽과 함께 거울같은 물이 고여 있었다. 결국 사람의 손이 닿은 곳은 자연이 파괴가 되고 있다는 것을 증명해 보이는 듯했다. 그나마 동물들이 물을 마실 수 있게 되어 다행이라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이곳에서 오래 살다가 개발 때문에 이사를 갔다는 김아무개씨(40)씨는 아쉬워하는 마음을 이렇게 털어놓았다.

"전에는 여기에 도룡뇽도 살고 가재도 살았어요. 언제나 물이 넘쳐나서 산에 사는 짐승들도 내려와 먹기도 했지요. 하지만 배수로를 잘못 만들면서 물이 고이지 못해 산에 사는 짐승들이 물을 마실 수 없게 되었지요. 그것들도 물을 먹어야 살것 아니겠어요. 이제는 다 떠나고 없습니다."

거울같은 물  상봉약수터를 따라 내려오면 제일 아래 공사를 피해간 곳에 이렇게 거울같은 물이 고여 있다. 그 위쪽에는 도롱용도 살고 가재도 살았다.
▲ 거울같은 물 상봉약수터를 따라 내려오면 제일 아래 공사를 피해간 곳에 이렇게 거울같은 물이 고여 있다. 그 위쪽에는 도롱용도 살고 가재도 살았다.
ⓒ 김학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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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년에는 산에 도토리까지 흉년이 들어 동물들은 먹을 것이 없어 겨울나기가 걱정이라는 김씨는 물까지 마시지 못하게 한 사람들이 야속하다고 말했다. 그는 다른 곳에 살지만 한 달에 몇 번씩 여기에 온다며 도시 주위에 산은 울창한 숲만 있고 동물들이 살지 못하는 죽은 산이 되어가고 있다고 안타까워 했다.

조금 떨어진 선포산, 몇 년 전만 해도 너구리가 선포약수터에 물을 마시러 왔다가 생포되는 일까지 있었다. 지금 선포약수터는 수도관을 땅밑으로 박아 물을 끌어올려 마시고 있지만 산짐승을 위한 배려는 조금도 없다. 아까운 물을 배수로를 통해 무진장 흘려 보내고 있을 뿐이다.

사정이 이렇다보니 몇 년 전만 해도 자주 눈에 보이던 너구리나 다람쥐들이 자취를 감추고 가끔 청설모만 눈에 보일뿐이다. 밤이면 소쪽새가 울고 낮이면 산에 이름모를 멧새들의 울음소리로 숲이 요란했지만 지금 도심 주변 산은 바람소리만 있을 뿐 적막강산이다. 숲만 있고 생명이 없는 산이 되어가고 있다.

겨울이 돌아왔다. 눈이 오고 땅이 얼면 동물들의 고난의 행군이 시작될 것이다. 지금도 늦지 않았다. 배수로 끝이나 중간쯤에 물이 고일 수 있는 작은 웅덩이를 만들어 언제나 동물들이 물을 마실 수 있게 해준다면 떠났던 동물들도 다시 돌아오고 도시 주변 산은 새로운 생명을 얻게 될 것으로 보인다.


#옹달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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