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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엣지> 겉표지
<엣지>겉표지 ⓒ 랜덤하우스
'엣지(edge)'라는 단어에는 '가장자리', '모서리' 이외에도 '강점'이라는 의미가 함께 포함되어 있다.

세상 모든 일이 그렇겠지만, 범죄사건을 수사할 때에도 강점을 확보하는 것이 중요하다. 범인의 약점은 곧 수사진의 강점이 된다.

반면에 범인도 완벽한 범죄를 위해서 나름대로의 강점을 확보하려고 노력할 것이다. 범인은 동시에 두 가지 강점을 갖는 것이 유리하다. 피해자에 대한 강점과 수사진에 대한 강점.

이 두 가지를 모두 보유한다면 살인이나 강도같은 범행을 실행하기에도 좋을 것이고, 범행 후에 수사진을 따돌리기도 용이할 것이다. 하지만 이런 강점들을 모두 확보한다는 것은 말처럼 쉬운 일이 아니다. 범죄자는 어떻게 강점을 확보해서 유리한 위치에 설 수 있을까?

상대의 약점을 파고드는 고문전문가

제프리 디버의 2010년 작품 <엣지>에서 지능적인 범죄자는 '고문전문가'를 고용해서 자신의 강점을 확실하게 한다. 그 전문가의 이름은 헨리 러빙. 그는 자신을 고용한 사람에게 필요한 정보를 가져다 준다. 그런 정보는 대부분 특정 인물이 혼자서 비밀스럽게 간직하고 있는 경우가 많다.

그 정보원은 자신의 가족이나 직장 동료에게도 그런 비밀 이야기를 꺼내지 않는다. 뇌물이나 협박도 통하지 않을 가능성이 많다. 헨리 러빙은 그래서 정보원의 약점을 붙잡는다. 가정이 있는 사람에게 최대의 약점은 바로 직계가족이다. 러빙은 정보원의 배우자 또는 자식들을 납치한 후에 정보원을 협박한다. 원하는 정보를 털어놓지 않으면 당신의 배우자 또는 자식들을 고문해서 죽이겠노라고.

어찌보면 참으로 비열한 수단이지만, 범죄자의 입장에서는 매우 효과적인 방법일 것이다. 자식이 고문 당하고 있는데 입을 열지 않을 부모가 과연 몇이나 있을까. 헨리 러빙은 몇 년 동안 이런 방법으로 자신의 임무를 수행해왔다. 주로 사포와 알코올을 이용해서 고문하는데, 효과가 좋아서 누구도 10분 이상 견디지 못한다.

<엣지>에서 러빙은 새로운 임무를 맡는다. 이번 목표는 워싱턴 경찰국에 근무하는 라이언 케슬러 형사의 가족이다. 러빙이 케슬러 형사 가족으로부터 어떤 정보를 캐내려하는지는 모른다. 다만 경찰들은 그 형사의 가족들을 러빙의 손길로부터 보호해야 하는 것이다.

몇 년 동안 러빙을 추적해왔던 특별 경호원 코르트가 이 보호를 담당한다. 그는 형사의 가족들을 경호하면서 동시에 러빙과의 게임을 시작한다. 상대를 속이고 원하는 것을 얻기 위해서는 상대방보다 한발짝 더 빨라야 한다. 코르트는 러빙의 전술을 추리하고 덫을 놓기도 하면서 조금씩 러빙에게 다가간다.

위기에 처한 형사와 가족들

코르트는 임무 수행 도중에 케슬러 형사 가족 한 명과 이중적인 삶에 대한 이야기를 주고 받는다. 가정을 가진 대부분의 형사들은 두 개의 삶을 살고 있다. 공적인 삶과 사적인 삶, 빛과 어둠, 광기와 맑은 제정신 사이를 오락가락한다. 직장에서는 정신이 반쯤 나가버린 사이코 살인마를 상대하고 피범벅인 살해현장을 마주하지만, 집에 돌아와서는 해맑은 미소를 짓는 아이들을 보게 된다.

그 사이에서 줄타기를 하려면 엄청난 노력이 필요하다. 가끔은 초인적이라는 느낌이 들 정도로. 그렇게 비밀스러운 삶에서 생겨나는 고독을 받아들여야 한다. 집에서는 직장에 대해 거짓말을 하고, 직장에서는 사생활에 관해서 입을 다문다. 자신에 대해서 많은 것이 알려지면 알려질수록 그것은 약점이 될 수도 있으니까.

이렇게 본다면 범죄자와 형사의 대결은 처음부터 불공평한 것이 될 가능성이 많다. 범죄자는 자신만 지키면 되지만 형사는 자신과 함께 가족들도 지켜야 한다. 형사는 범죄자에 비해서 태생적으로 약점이 많을 수밖에 없다. 범죄수사는 그래서 어려운 것인지도 모른다.

덧붙이는 글 | <엣지> 제프리 디버 지음 / 안재권 옮김. 랜덤하우스 펴냄.



엣지 - 판타스틱 픽션 블랙 BLACK 2-13

제프리 디버 지음, 안재권 옮김, 랜덤하우스코리아(2011)


#엣지#제프리 디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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